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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과 친구들 Nov 26. 2024

십 년이 지나도 부르는 바람의 노래

2014.11.25 - 2024.11.25



흔히 뉴욕에서 십 년을 살아야 진짜 뉴요커라 불릴 자격이 생긴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제야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살며, 무엇인가를 새롭게 시작할 만큼 익숙해졌고,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그건 아마 지난 10년간의 고난을 견뎌낸 나 자신에 대한, 트로피도 메달도 없는 보상이 아닐까 싶다.


십 년이라는 시간은 내게 단순히 시간의 흐름을 넘어선 의미가 있다.

나는 앞으로 40일 동안,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해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담은

Thank You Letter를 하루에 하나씩 보내기로 결심했다.

크든 작든, 나를 도왔던 이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내게 영향을 주었던 이들.

때로는 미안함이 남아있는 이들에게도. 비록 그것이 이메일 한 통일지라도.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에게 10년은 또 다른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돌이켜보면, 내 인생은 거의 모든 것이 3-4년 주기로 변해왔다.

결혼생활조차도 그랬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그래서 한 가지를 꾸준히 이어나가는 것에 대해 늘 자신감이 없었다.

언제나 시작과 끝이 반복되었던 내게,

“무언가를 10년 동안 성실히 이어가고 싶다”는 다짐은

어쩌면 스스로에게 던진 가장 큰 도전이었다.


그런데 그 도전의 결실이 뉴욕에서 살아남았다는 사실로 마무리되다니.

기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기쁜 건, 이 10년을 통해 앞으로 남은 삶에서

내가 꼭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조금은 더 선명히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 덕분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방법도 조금은 단순해졌다.


조용필의 바람의 노래 가사 중 한 구절이 떠오른다.


나를 떠난 사람들과 만나게 될 또 다른 사람들

스쳐 가는 인연과 그리움은 어느 곳으로 가는가?

나의 작은 지혜로는 알 수가 없네.

내가 아는 건 살아가는 방법뿐이야.


나는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삶의 일부임을,

그리고 그것을 피할 수 없음을 이제는 받아들인다.

그래서 오늘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다.


물론 이 노래의 가장 중요한 가사인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라는 부분에 대해선 아직 자신이 없다.

하지만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Love Never Fails,

Pa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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