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지능
우리는 때로 거대한 역사의 물결 앞에서 자신의 존재가 한낱 작은 점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수많은 이들이 태어나고 사라져간 이 세상에서 '나'라는 존재는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질까, 하는 겸허한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어쩌면 세상의 역사는 신께서 직접 써 내려가시는 한 편의 거대한 대하소설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우리 인간은 그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신의 손에 들린 '필기구'와 같은 존재가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신은 유일한 '작가'이십니다. 그분만이 이 이야기의 시작과 끝, 그리고 거대한 줄거리를 알고 계십니다. 우리는 그분의 의도대로 쓰이는 도구입니다.
만약 우리가 필기구라면, 우리는 모두 똑같은 공장제 연필은 아닐 것입니다.
어떤 이는 세상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부드러운 '붓'일 수 있습니다. 어떤 이는 역사의 중요한 순간을 날카롭게 새기는 '펜'일 수 있습니다. 또 어떤 이는 다음 세대가 덧칠할 수 있도록 여백을 남기는 '목탄'일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신께서 어떤 필기구를 선택하시든 그 필기구는 스스로를 태워 '잉크'를 밀어내야만 한다는 사실입니다. 우리의 '삶'이 곧 신의 문장을 써 내려가는 잉크입니다.
우리가 기뻐하고, 아파하고, 사랑하고, 눈물 흘리는 그 모든 감정과 삶의 궤적이 바로 '잉크'가 되어 신의 역사라는 원고지 위에 스며듭니다. 내가 가진 잉크의 색이 검은색이라면 슬픔의 역사가, 붉은색이라면 열정의 역사가 기록될 것입니다.
우리는 작가의 의도를 바꿀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붓이든, 펜이든)에 충실하며 자신의 잉크(삶)를 아낌없이 밀어낼 때, 비로소 신의 문장은 완성됩니다.
오늘 나의 하루가, 나의 이 글씨(삶)가 신의 위대한 역사에 어떤 '흔적'으로 기록될지 생각하며, 조금 더 진실하게 나의 잉크를 채우는 하루를 보내야겠습니다.
© 2025. Digitalian. (CC BY-NC-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