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지능
나는 지금 모니터 앞에 앉아 있다. 헤드셋 너머로 들리는 발소리에 집중하며, 내 손가락은 마우스 위에 가볍게 얹혀 있다.
사람들은 묻는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어른이 왜 아직도 총을 쏘는 게임에 열광하냐고. 그들은 모른다. 이 가상현실의 전장이 현실보다 더 명쾌하고, 때로는 더 공정하다는 것을.
가만히 생각해 본다. 멈춰 있는 것보다 뛰는 것이 확실히 힘들다. 중력을 거스르는 일이니까. 게으르게 누워 미루는 것보다, 일단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움직이는 건 더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 '관성'이라는 놈과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힘든 건 무엇인가. 한 번 움직이는 게 아니라, 그 움직임을 매일매일 '꾸준히' 해내는 것이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동일하게 유지하는 것. 그것은 단순한 체력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의 싸움이다.
그러나 살다 보니 알게 되었다. 진짜 지옥은 그다음에 있다. 꾸준히 쌓아 올린 탑을 무너뜨리지 않는 것.
타인에게 비친 나의 이름, 나의 평판, 즉 '불명예'를 피하며 명예를 지키는 것. 그것은 24시간 감시 카메라가 돌아가는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것과 같다. 단 한 번의 실수로 공들인 탑이 무너질 수 있다는 공포. 그 압박감은 실로 엄청나다.
그래서 나는, 게임을 한다. 그것도 0.1초의 망설임이 생사를 가르는 FPS 실전 게임을. 이곳에는 복잡한 인간관계의 눈치가 없다. 어제 내가 실수를 했어도, 오늘 '새 게임' 버튼을 누르면 모든 것은 0에서 다시 시작된다. 나를 짓누르던 사회적 체면도, 유지해야 할 명예의 무게도 없다.
오직 내 눈앞의 적과, 내 손끝의 감각만이 존재할 뿐이다.
현실의 나는 실수하지 않기 위해 숨을 죽이지만, 이곳의 나는 살기 위해 거칠게 숨을 몰아쉰다.
"탕-"
경쾌한 총성과 함께 적이 쓰러진다. 화면 속 캐릭터가 재장전(Reload)을 하는 그 짧은 순간, 나는 현실의 무거운 짐들도 함께 탄창에서 비워낸다.
누군가에게는 이것이 그저 오락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무거운 가면을 벗어던지고 가장 가볍게 달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현실이 무거울수록, 마우스 클릭 한 번의 가벼움은 더욱 절실해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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