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앞에서,

심리지능

거울 앞에 앉습니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파우치를 엽니다.

차가운 브러시 끝이 눈가에 닿는 순간, 문득 멈칫합니다.

지금 나는 무엇을 위해 이토록 공들여 색을 입히고 있는 걸까요.


세상은 말합니다.

더 크고 선명한 눈이 매력적이라고.

하지만 오늘 다르게 생각해보려 합니다.

내가 눈가에 음영을 넣는 이유는, 누군가에게 예쁘게 보이기 위함이 아니라 <세상을 더 아름답게 바라보겠다는 다짐>이라고 주문을 겁니다.


탁한 세상의 먼지 속에서도 맑은 것을 찾아내고, 남들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먼저 발견하겠다는, 일종의 '시선의 필터'를 장착하는 의식인 셈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거울 속 내 눈동자가 조금 더 깊어 보입니다.


립스틱을 꺼내 듭니다.

붉은색이 입술을 덮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생기를 불어넣는 일이 아닙니다. 이것은 내 입술을 떠날 말들에 대한 <책임의 서약>입니다.


나의 입술이 아름다워야 하는 이유는, 그 문을 통과해 나갈 나의 언어들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아닌 꽃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이 정돈된 입술을 마주할 당신도 나에게 거친 말이 아닌, 아름다운 말을 건네주기를 바라는 정중하고도 단단한 부탁이기도 합니다.


화장을 마칩니다.

거울 속의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화려해졌을지 모르지만, 내 마음은 어제보다 조금 더 겸손해졌습니다.


나는 오늘 예뻐 보이기 위해 나가는 것이 아닙니다.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아름다움을 말하고, 결국 아름다운 대답을 듣기 위해 세상으로 나갑니다.


2026년은 이렇게 마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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