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당신을 '대신할 사람'은 없습니다.

사진에 진심人

어느 날 문득, 회사가 나를 대신할 사람을 찾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우리는 서늘한 현실과 마주합니다.


'나는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존재인가?' 심장을 파고드는 이 질문 앞에 잠 못 이루는 밤, 우리는 홀로 고독한 싸움을 시작합니다.


맞습니다.

세상에 '나'라는 존재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나의 웃음과 눈물, 기쁨과 상처가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고유한 세계는 그 누구도 복제할 수 없으니까요. 부모도, 연인도, 자식도 온전히 나를 대신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이윤으로 얽힌 직장에 서랴.


하지만

우리가 한 가지 냉정하게 바라보아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회사는 '나'라는 존재 자체를 필요로 하는 곳이 아니라, '나의 역할과 능력'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는 점입니다. 그들은 '나'를 대신할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나의 자리(직무)'를 대신할 기능을 찾고 있을 뿐입니다.


이것은 슬프지만, 비인간적인 현실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차가운 진실 속에서 우리는 오히려 자유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회사가 나의 존재를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나 또한 회사에 나의 모든 것을 내어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니까요.


우리의 관계는 더 이상 '헌신'과 '보답'이라는 낡은 언어에 갇혀있을 수 없습니다.

이제는 '동행'과 '성장'이라는 새로운 언어가 필요합니다. 회사는 나의 재능과 시간을 빌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배이고, 나는 그 배 위에서 나의 항해술을 연마하며 원하는 목적지로 향하는 선원입니다. 언젠가 각자의 항해가 끝나면, 우리는 각자의 길을 떠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더 이상 '나를 대신할 사람을 찾는다'는 말에 상처받지 마십시오. 대신, 이렇게 생각의 방향을 바꾸어보면 어떨까요?


"나의 가치를 알아보고, 그 가치를 통해 함께 성장할 파트너를 찾겠다." "나의 능력을 정당하게 이용하고,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할 줄 아는 현명한 조직과 동행하겠다."


만약 그런 동반자를 찾기 어렵다면, 조급해할 필요 없습니다. 세상의 파도에 떠밀려 아무 배에나 올라타기보다, 잠시 멈추어 나만의 뗏목을 만드는 시간이 더 현명할 수 있습니다. 서툴고 작더라도, 온전히 나의 의지로 방향키를 잡을 수 있는 나만의 '업(業)'을 만들어가는 여정. 그것이야말로 정년도, 끝도 없는 진정한 평생의 항해가 될 것입니다.


기억하십시오.

당신을 대신할 사람은 없습니다. 당신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입니다. 이제 그 사실을, 당신의 삶으로, 당신의 일로 증명해 낼 시간입니다.


당신을 '대신할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당신의 '자리'를 탐내는 사람은 있을 뿐.


© 2025. Digitalian. (CC BY-NC-ND)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시간을 느끼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