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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이란 진입장벽이 높은 생산력의 익숙함이었다.

사진에 진심人

오랫동안 우리는 ‘전문가’라는 이름을 높은 성벽 안의 성주처럼 여겨왔습니다. 그 견고한 성벽은 아무나 넘을 수 없는 ‘진입 장벽’의 다른 이름이었습니다. 수만 시간의 땀과 인내,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딛고서야 비로소 그 성문에 다다를 수 있었죠.


성 안으로 들어선 전문가에게는 특별한 보상이 주어졌습니다. 바로 ‘생산력의 익숙함’이라는 권위였습니다.


처음에는 낯설고 힘겹기만 하던 기술이 어느덧 의식적인 노력 없이도 물 흐르듯 펼쳐지고, 그 결과물은 언제나 높은 품질을 보장했습니다. 이것은 타인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숙련의 자산’이었고, 우리는 그들의 이름에 깊은 신뢰를 보냈습니다. 의사의 메스, 장인의 망치, 법관의 판결봉은 그 익숙함이 빚어낸 신뢰의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2025년 10월, 우리가 서 있는 이 시대의 지평선 너머로 거대한 균열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우리가 그토록 견고하다 믿었던 전문성의 성벽이, 사실은 ‘정보의 독점’이라는 위태로운 토대 위에 세워져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깨닫고 있습니다.


과거, 정보가 소수에게만 허락되던 시절에는 지식의 양 자체가 곧 권력이었고 진입 장벽이었습니다. 법전은 법률가에게, 의학 서적은 의사에게, 복잡한 설계도는 기술자에게만 해독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온라인으로 모든 것이 연결된 지금, 인류가 쌓아 올린 거의 모든 규칙과 매뉴얼, 시스템과 프로세스는 이제 클릭 몇 번으로 만인의 책상 위에 펼쳐집니다. 성벽은 허물어졌고, 성 안의 비밀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전문가는 사라지는 것일까요? 저는 단호히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전문성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진화하는 것입니다. 성벽을 지키던 ‘성주’의 시대가 가고, 망망대해로 나서는 ‘탐험가’의 시대가 열리고 있을 뿐입니다.


과거의 전문가가 정해진 길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가는 사람이었다면, 새로운 시대의 전문가는 지도에도 없는 길을 만들어내는 사람입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짜와 가짜를 꿰뚫어 보고, 무관해 보이는 지식의 섬들을 연결해 새로운 대륙을 발견하는 ‘정보의 연금술사’입니다. 이들에게 진입 장벽은 더 이상 정보의 소유 여부가 아니라, 정보를 다루는 ‘사고력’과 ‘창조력’ 그 자체가 됩니다.


AI가 우리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정답을 찾는 시대, 인간 전문가의 진정한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요? 그것은 바로 예측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빛을 발합니다. 데이터가 알려주지 않는 사람의 마음을 읽고, 미묘한 감정의 흐름을 파악하며,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 속에서 모두가 수긍할 만한 해법을 제시하는 능력. 즉, ‘감정의 분별력을 이용한 상황 전개 대응 능력’이야말로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최후의 전문성일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똑똑한 것을 넘어, 지혜로운 것에 가깝습니다. 사람의 본성을 이해하고, 때로는 정치적인 기질을 발휘해 꽉 막힌 현실에 물꼬를 트고, 결국 모두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상황을 이끌어가는 능력. 이것이야말로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생산력’의 진짜 의미일지 모릅니다.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을 넘어, 원하는 현실을 만들어가는 힘 말입니다.


그러니 만약 당신이 전문가의 길을 걷고 있다면, 혹은 꿈꾸고 있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나는 지금 무엇을 쌓고 있는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성벽을 더 높이 쌓으려 애쓰고 있는가, 아니면 미지의 바다를 항해할 나만의 배를 만들고 있는가.


이제 답을 외우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당신의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사람들을 설득하고 움직여 함께 그 답을 만들어가는 위대한 탐험가가 되십시오. 그 여정 자체가 당신을 대체 불가능한 전문가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성벽은 무너졌지만, 우리의 세상은 이제 막 무한한 바다를 향해 열리고 있으니까요.



이 ‘전문성’이란 개념을 재 정의해야 할 시점에 온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20세기 전의 전문성의 관점은 곧 일부 사람의 정보 독점으로 시작됨

현재는 온라인 연결화로 탈정보 독점 시대

정보의 독점시대에는 정보의 양 대비 정보의 사실성과 질이 과거 독점적 전문화로 연결될 가능성

인간이 만든 모든 규칙화(예. 법, 메뉴얼, 시스템, 프로세스 등)는 모두 정보 공개로 일반화 인식 가능

예측이 불가하고, 빠른 판단으로 현실을 대응하고, 감정을 잘 다루어, 인간의 본성이 정치적 기질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하여, 자기의 이익으로 만드는 자


앞으로 인간만이 처리 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사고력과 창조력 그리고 감정의 분별력을 이용한 상황 전개 대응’ 분야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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