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뿌연 하늘 아래, 언제부턴가 내려지길
소원했던 고독의 결정체인
맑디 맑은 눈이 만들어낸
순백의 도화지 위에
어머니의 가지런한 발자국
반듯한 당신의 삶은
제게 길이 되어주었습니다.
오늘도 그때처럼 내리는 눈 위에
저는 아직 학교를 파하지 않은 아들이
걱정스러운 마음에 길을 내었습니다.
어머니, 당신은 제 마음에 길을 내어주셨고
저는 그 길을 아들에게
내어주었습니다.
어머니, 당신의 마음은
저를 지나 본 적 없으신
손주에게로 그렇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눈은 그치고
별빛이 청아한 이 밤
눈길을 걷고 계시던 당신이 그리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