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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의바람 Dec 25. 2022

성탄제

성탄제처럼,

붉은 빛의 이마아지는 내 혈관 속에 흐르는

아버지의 마음같다.


내가 아빠가 되면서부터

박제되었던 아버지의 마음이 한 조각씩

기억 저편에서 떨어져 나와

내 몸 속에서 다시금 맞추어진다.


희미한 형광등 아래서

홍역을 앓던 나를 바라보시던

아버지의 눈길이 보이고,

할머니의 걱정스러운 마음도

전해온다.


성탄제 전날에

힘들어하는 아들을 하염없이 바라볼 뿐,

대신 아파줄 수도 없는

마음만이 아픈 시간은 흐를 뿐,


그 옛날, 나를 둘러쌓던

아버지, 할머니, 어머니의 그 마음들이

나를 징검다리 삼아

아들의 붉은 혈관 속으로 흘러간다.


아들아, 낫거들랑

먼 훗날 오늘의 이야기를

너의 아이에게 전해다오.


오래전 아주 오래전

너의 진주할머니의 눈길이

할아버지를 지나 나를 통하고,

다시 전해졌다고,


너의 마음속엔

온갖 뿌리가 너를 지탱해주고 있으니

괜찮을거라고,


그러니 아들아 너도

얼른 일어나야지!



ps.

성탄제 전야, 아픈 아들을 위해

눈 속에서 빨간 산수유 열매를 따오신 시인의 아버지 마음을 헤아리는 날입니다!

아들에 이어, 저도 확진입니다. 다들 성탄절 잘 보내시길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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