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서른이 두려워서 떠난 여행
나는 태국이 좋다. 왜 좋냐고 물으면 그냥 좋다. 첫 여행엔 스파와 고급호텔의 서비스에 반했고, 두 번째는 아기자기한 카페와 소울을 충만하게 하는 음식이 좋았고, 세 번째, 네 번째 여행은 방콕이 아닌 다른 도시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아직도 내게 5일 정도의 여유가 생긴다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바로 방콕으로 향하는 비행기 티켓이다.
이번 태국 여행은 조금 남달랐다. 15년이 훌쩍 넘어가는 친구들과 찬란한 마지막 20대를 기념하는 여행이었고, 매 번 여행자들에게 풍문으로 들어왔던 <풀문파티>에 참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풀문파티는 우리나라 말로 해석하면 보름달 축제일텐데, 이름 그대로 매 월 보름달이 뜨는 한 달에 단 하루 열리는 파티이다. 조용한 섬의 한 해변에서 전 세계인이 모여 오늘이 지구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파티를 즐긴다.
풀문파티에 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1) 풀문파티가 열리는 핫 린 비치가 있는 코팡안으로 바로 가는 방법과 2) 근처에 있는 코사무이에서 투어 프로그램으로 풀문파티에 참여하는 것. 풀문파티 기간에는 코팡안 숙소가 정말 비싸지고,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시설도 쾌적하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코사무이에서 투어 프로그램으로 참여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개인적으로 잘했다고 생각하는게, 풀문파티에 참여한 드렁큰들이 정말 바다에서 노상방뇨를 하고 있더라[!!] 코팡안의 비치상태를 낮에 보진 않았지만, 노상방뇨 현장을 목격하니 코팡안에 묵지 않은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코사무이는 인기 신혼여행지인만큼 바다 상태가 참 좋다!^^)
풀문파티에 들어서면 야광물감으로 바디페인팅을 할 수 있다. 이렇게 전문가의 손길을 받을 수도 있고, 직접 야광물감과 붓을 구매하여 그릴 수도 있다.
풀문파티 가기 전에 아이템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했는데, 형광 머리끈, 형광 옷등을 판매하는 노점이 계속 있어 돈만 지참하면 파티 아이템을 모두 구할 수 있다.
물론 파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술도 판다. 인지도가 있는 혹은 없는 보드카 베이스로 만드느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우리는 가장 싼 술을 먹었었는데, 취하지 않아도 머리가 지끈한게 꼭 한국에서 들어본 보드카 베이스의 술을 먹는걸 추천한다^^ 물론 편의점에서 시원한 맥주도 구매하여 마실 수 있다.
풀문파티가 열리는 핫 린 비치에는 크게 5개 정도의 라운지가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풀문파티 입장권만 있다면 음악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팝을 즐겨 듣지 않아서 떼창에 참여할 수는 없었지만, 충분히 즐겁고 재밌었다.
중간 중간 패기 넘치는 (드렁큰)청년들이 불이 붙은 줄로 줄넘기를 한다.
풀문파티는 정말정말 사람이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사람을 찾아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파티를 즐길 수 있었고, 춤을 잘 추지 못해도 음악에 몸을 맡길 수 있어 참 좋았다.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아도, 글로벌 사람들과 위아 더 월드가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셀카봉으로 셀카를 찍고 있으면 어느새 옆으로와 소리지르며 함께 셀카를 찍고 간다. 이렇게 매력이 터지는 외국인들도 많아서 지켜보는 것 만으로 충분히 재밌는 파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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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 되면 멋진 집과 차도 있고,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을만큼 벌며, 그 돈으로 엄마,아빠한테 효도도 하고, 회사에서는 인정받는 어른이 되어 있을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그 중에서 아무것도 갖추어 놓은게 없기 때문에 30대가 오는 것이 가끔 두려울 때가 있다.
하지만, 풀문파티에 다녀오고 나서 30살은 아직 서툴어도 되는 나이라는 생각을 했다. 세상엔 풀문파티처럼 아직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 많고, 모든 것을 다 갖추기엔 너무 이른 나이라는 생각을 했다. 결론적으로, 더 놀자! 오늘이 내 생의 가장 젊은 날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