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30(수) 09:34
저는 매일 글을 쓰기 전 그날의 기분에 맞춰
2025년 2월에 3주 동안 다녀온 홋카이도 혼자여행
사진을 한 장씩 첨부합니다(이 또한 연재예정이에요)
글을 쓰기 시작하게 된,
글쓰기를 좋아하게 된 의미 있는 여행이거든요.
한 2,000장 되는데 그거 다 쓰면.. 연재는 끝납니다.
(겹치는 거도 많은데.. 흑)
그러나, 그 사이에 홋카이도 혼자여행을 다시 다녀오게 된다면? 리셋!
오늘의 사진 [2025.02.22(토) 15:21]
하코다테가 너무 좋아서
너무 사무치게 그리워서
나는 여행 중에 4박 5일이나 체류를 했음에도
마음이 아릴 정도로 너무 그립고 그립고 그리워
고민하다가 결국 비행기표를 연장하고
하코다테로 다시 향했다.
두 번째의 하코다테는 꼭 가야 한다는 명소를
숙제처럼 돌아다니지 않고
하루는 그냥 카페두 개와 온천만 다녀오고
하루는 그냥 호텔방에서 쉬다가 마트를 다녀오고
하코다테 그 공간 그 자체를 즐겼다.
그러다 하루는 트라피스트 수도원에 가기 위해
로컬기차를 탔다.
천천히 움직이는 디젤기차 속에서
얕고 반짝이는 바다에
하늘이 거울처럼 비치는 황홀함과 감격에
끝없이 보여주는 눈 덮인 동네의 모습에
나는 결국 내려야 할 목적지에 내리지 못하고
종점인 기코나이까지 가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의도치 않게 도착한 그곳에서
나는 정말 환상적인 바다를
내 발밑에서 양 껏 볼 수 있었고
그렇게 그곳에서 두 시간 동안 앉아
노래를 들으며
아니, 노래를 듣느라 파도소리를
듣지 못하는 게 아쉬워
노이즈캔슬링을 끈 에어팟을 귀에 꽂고
파도소리와 노래를 들으며
그 빛나는 눈 덮인 홋카이도의 바다를
빈틈없이 내 눈에 담았다.
어제도 밤 12시 전에 잠에 들고 아침에 눈을 떴다.
꿈도 꾸지 않고, 눈을 뜬 그 순간도 평온했다.
그렇게 오늘도 기쁨도 나쁨도 없이 중간의 나
사실 어제는 면접준비가 너무 하기 싫어 괴로웠다.
엄밀히 말하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불러다 놓고
그렇게 평이한 질문을 해놓고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뽑으려는 걸까
겨우 3~4개의 질문이 들어올 텐데
거기서 과연 나를 어필이나 가능할까
회의감에 가득 빠져있었지.
어쩌겠어.
그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인 나에게
주어질 그 3가지 질문에
나를 담기 위해 어떻게든 쥐어짜 내봐야지
그렇게 부정적 생각을 '끊고'
겨울옷정리를 하고 오랜만에 아이스크림을 먹고
잠에 들었다.
사실 내가 아프고, 그럼에도 회사를 억지로 다니다
결국 퇴사하면서 나는 나를 놓아버렸다.
정확히는 내 몸과 마음을 방치했다.
모든 게 무의미했고, 내가 필요 없는 사람 같았다.
소위 '생산가능인구' 속하는 내가
은퇴한 노인처럼 있는 이 모습에
남들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나는 멈춰있는 모습에
내 미래는 없었다.
그래서 하루 종일 집에만 있었고
나는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일까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그 부정적인 생각은 불안감을 일으켜
자극적인 음식을 찾게 했다.
그리고 그 과정들을 겪고 어느 날,
전신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봤다.
나는 없었다.
처음 보는 실루엣을 가진 사람이
난생처음 보는 사람이
멍하고 초점 없는 눈빛으로
거울 속에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물리적인 노력을 했다.
난생처음 다이어트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운동도 해보고, 식단관리라는 것도 했다.
하지만 나는 하면 할수록 오히려 화 만났다.
내가 대체 뭘 잘못했을까? 나는 왜 예전의 내 모습을
잃어버리고 다이어트라는 것까지 하면서 과거의 내
모습으로 돌아가려 해야 하는 거지? 나는 정말 열심히 살았고, 열정적이었고, 그래서 회사일도 열심히 했고, 어르신들의 비위를 맞추며 불합리한 것도 다해냈고,
모든 불의를 잘 참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는데
도대체 왜
그리고 내 야속한 아이폰은
한 번씩 바탕화면에 추천 사진이라면서
내 과거사진들을 올려놓곤 했다.
그곳에 나는 날씬하고 예쁘고 반짝이고
생기가 가득했다.
그 모습이
티비 속 나오는 멋진 연예인의 몸매와 아름다움보다
더 큰 허탈감과 자괴감으로 내 자존감을 끌어내렸고
결국 나는 내 과거사진을
의식적으로 보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다.
그런 내가 홋카이도를 혼자 여행을 할 때
그렇게 나 자신을 예쁘게 꾸미고 다녔다.
처음 여행짐을 쌀 땐 보온에만 필요한 옷을 챙겼는데
여행기간이 길어질수록 괜히 현지쇼핑몰에서
예쁜 니트와 치마를 사고
굳이 치마를 입고 가면 불편하기만 한 곳을 갈 때도
그 새 치마도 입고
현지에서 구매한 화장품으로 정성껏 화장을 하고
머리를 풀고 있어 굳이 보이지도 않는 귀걸이도
늘 고심해서 골라서 꼈다.
그렇게 그 여행에서 나는 나를 꾸몄다.
동행도 없고, SNS에 사진을 올리지도 않을 거고
홋카이도의 시골은 오히려 사람자체가 없었음에도
나는 나를 더욱더 예쁘게 꾸미고 다니며
그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꾸미며 알게 되었다.
결국 나를 온전히 예쁘게 여겨 줄 사람은
나 자신이구나
여행 후 나는 내 생활패턴을 바꿨다.
그저 아무 펑퍼짐한 티셔츠나 바지를 입고 눈을 뜨고 일어나 해야 할 일을 꾸역꾸역 시작하는 것이 아닌
전날밤 그날 입고 싶은 예쁜 잠옷을 입고 일어나
말끔하게 씻고 머리도 정돈하고
그날 입고 싶은 몸에 딱 맞는 홈웨어를 입는다.
그리고 생기 없는 입에도 자연스럽게 틴트를 바르고
오늘의 나를 관찰하며 몸의 변화를 본다
(딱 붙는 옷은 실제로 나를 약간의 긴장상태로 만들어
몸을 계속 의식하게 만들었다)
글을 쓰다 보니
나는 갑자기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떠오른다.
소중한 나 자신, 오늘도 잘 잤나?
계속 기분이 좋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자
그냥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고,
하기 싫으면 잠시 쉬어가자. 그래도 된다.
그렇게 나는
나 자신에게 잘 보이려고,
나를 귀하게 대해주려고
오늘 하루도 나 혼자만의 공간에서
나를 단정하고 예쁘게 꾸며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