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 압박의 무게도 오롯이 나 혼자 견뎌야 하겠지

2025.05.02(금) 10: 14

by 디그레시움


저는 매일 글을 쓰기 전 그날의 기분에 맞춰

2025년 2월에 3주 동안 다녀온 홋카이도 혼자여행

사진을 한 장씩 첨부합니다(이 또한 연재예정이에요)


글을 쓰기 시작하게 된,

글쓰기를 좋아하게 된 의미 있는 여행이거든요.


한 2,000장 되는데 그거 다 쓰면.. 연재는 끝납니다.

(겹치는 거도 많은데.. 흑)


그러나, 그 사이에 홋카이도 혼자여행을 다시 다녀오게 된다면? 리셋!


오늘의 사진 [2025.02.27(목) 21:36]

구시로에 도착하자마자 가방을 내팽개치고
최대한 내가 갈 수 있는 공원하나를 찍고
무작정 밤거리 시내를 걸었다.

그리고 그곳에 다다르니
바다와 어우러진 반짝이는 야경이 펼쳐졌다.

이름모를 공원을 그저 구글지도로 찍었을 뿐인데

이 또한 너무 예상 치 못하게 너무 아름다워서
그 또한 나에게 너무나 큰 감흥을 느끼게 해서

오히려 슬펐다.

나는 이렇게 세상의 아름다움을
가득 담을 수 있는
그리고 그것을 온전히 체화시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감수성이 풍부했던 사람이었는데

왜 나는 이렇게 변해버렸을까
왜 나는 나의 감성을 애써 무시하며 억누르다

결국 여기서 모든 게 다 터지고 말았나

그렇게 나는 다시 한번 차갑고 삭막했던 과거와
대비되는 반짝이는 바다의 풍경을 보며

멍하니 앉아 차가운 밤공기를 들이마시며
그렇게 나의 여행과 현생을 회고했다.


이제 나는 이 면접이라는 것이 사라지기 전까지

쭉 이렇게 찝찝한 아침을 맞이할 것인가 보다.


다행히 잠은 푹 잤지만


또 나는 무슨 행사에서 해야 할 일을 다 잊어버렸는데

당장 투입되어야 하는, 그 불안함 속에서 갇혀

나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초조해하며


그렇게 꿈에서 깼고


내 심장소리 또한 오늘은 인지가 될 정도로

살짝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어제 엄마와 오래간만에 통화를 했다.


친구 같은 우리 엄마. 나를 이른 나이에 낳으셔서

내 친구들 엄마들에 비해 무척 젊고 외모도 동안이라

어쩔 땐 언니(?) 같기도 하다.

(실제로 실수로 언니라 말한 적 있는데 무척 좋아하심, 그 후 기분 안좋으실 때 마다 언니라 불러드린다 허허)



나의 첫 취준과정, 그리고 합격, 회사생활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아픔, 마지막은 퇴사


그것을 다 알고 있는 엄마는

내가 이 면접준비로 과한 스트레스로 또 힘들어할까 봐

전전긍긍하셨다.


그리고 이 것은 그냥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고

떨어진다고 세상 무너지는 것 아니며

또 다른 기회가 또 올 것이며


나를 계속해서 진정시키고 달래주셨다.



참 엄마의 육아는

자식을 경제적, 육체적으로 독립시켜도

끝이 나지 않는구나


갑자기 서글프고, 죄송한 마음이 들어

나는 더욱 씩씩한 목소리로


"나 아무렇지 않아! 그냥 설렁설렁 보러 다녀올 거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다시 나는 동굴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낯선 채용시험장에 향하던 때 내가 겪은 감정들


채용시험 시간이 너무 일러서

전날에 KTX를 타고

이름 모를 모텔 같은 숙소에서 묵었다.

(갑자기 정해진 시험일정에 수도권 금요일 숙소는

정말 찾기 힘들었다)



쾌쾌한 모텔냄새가 가득한 낯선 장소에서


오랜만에 긴장으로 몸이 떨려오며

빳빳한 촉감의 침대에 누워있으며

귀에 들려오는 유흥가의 소란스러움을 느끼며

모텔 티가 팍팍나는 낡고 음침한 인테리어를 보며

허기만 떼우고자 샌드위치 하나를 씹으며


나는 본격적으로

다시는 겪고 싶지 않던 채용경쟁에

그 치열한 전투에 또 다시 뛰어들었음을

오감으로 직감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앞으로 내 인생에 펼쳐질 모든 굴곡에 대한
압박과 그 무게는 내가 온전히 다 감당해야 하는구나.

시험을 보기 위해 낯설고 무서운 모텔에 억지로
잠을 청해야 하는 이 순간도

만약 잠이 들지 못해 컨디션이 떨어져 시험을 망쳐도

그리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감내하고
다시 일어서는 것도

다 내가 해야 하는구나.



진짜 인생은 결국 혼자가 맞긴 하네.




결국 그 누구의 '힘내'라는 말을 듣고
잠시 위안을 얻더라도

내 하소연을 울고 불며 타인에게 풀더라도

결국엔 이 모든 압박과 두려움은

나 아니면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다.
대신 견뎌주지 않는다.

온몸을 사방으로 꾹꾹 누르는
이 인생의 무게에

어깨가 점점 말리고 몸에 힘이 빠지더라도

혼자 오롯이 꿋꿋이 견뎌내야겠지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