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09(월) 19:57
오늘은 매일 기분일기를 쓸 때마다 적던
3주간 홋카이도 여행기의 사진과 감성글을
쓰지 못하겠다.
감성 가득한 홋카이도 사진들을 보는 것도 곤욕이고
사진을 보고 글을 쓰며 그때를 떠올리는 것도 지금의 상황과 너무 대비되어 괴롭다.
그리고 무엇보다 쥐어짜 낼 감정이 없다.
높은 곳에서 콕 떨어졌다.
최종면접을 보고 저번주 수요일 결과가 났고
사실 붙었으면 하는 마음, 떨어졌으면 하는 마음
반반이었던 상황인지라 확인 후에는
아무 감정이 들지 않았다.
그냥 아 떨어졌구나, 사실확인만 했을 뿐이다.
주변인들에게 떨어졌음을 알리고
그렇게 그날 하루는 끝이 나는 듯했다.
그렇게 나는 멀쩡하게 새로운 루틴과 준비가
가능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내 오만이었다.
생각을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기분이 안 좋았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보여줬고
뽑히지 않은 건 내가 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일이다.
하지만 나는 그 불가항력적인 일을 늘 극복해 냈기에
즉 면접에 갔을 시 한 번도 떨어져 본 적이 없었기에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안될 수가 있구나
이 사실이 나를 충격에 빠뜨리게 했다.
면접의 합불 결과는 내 노력으로 되지 않아
뽑는 사람 마음이야, 운이 99.9% 작용하는 일이야
마음속으로 무수히 되뇌었음에도
속으로는 자신하고 싶었나 보다.
그 운 또한 내 실력과 노력으로 이겨낼 수 있음을
지금 되짚어보면 실무진면접에서는
내가 분위기를 확 주도한 기분이 들었지 만
최종면접에서는 내가 조잘조잘 말은 하고 있으나
붕~ 떠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유독 나에게만 내 경력에 왜 이곳에 오려하는지
의문을 표했고, 은근히 네가 맞지 않는 자리임을
무언의 분위기, 표정, 말투로 나에게 전달했다.
나는 조직의 운영방향, 향후 로드맵 등을 그려갔다면
그쪽에서는 당장 창구에서 접수하고 수납 등 일반적인 사무업무를 하며
부리기 쉬운, 그리고 경력이 인정된 만큼 인건비를
더 지출하지 않아도 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들이 필요했을 수도.
실제로 실무진면접에서 갓 대학생 졸업한 상황이라
경험과 경력이 부족해 보였던 같이 면접본 자들이 최종까지 올라온 것을 보고
원하는 사람이 내 생각과 방향과 다르구나 느껴졌다.
내 생황을 이성적으로는 참 분석이 잘되는데
떨어졌다는 상심과 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 지친
내상태는 머리보다 몸으로 먼저 티를 내기 시작했다.
떨어진 다음날 바로 입 주변이 심하게 트기 시작했고
나는 끝도 없이 며칠간 잠만 잤다.
그냥 깨어있는 현실이 짜증 나고 싫었다.
그리고 더 이상 나는
내가 좋아하던 노래도 듣기 싫고
좋아하던 여행사진도 보고 싶지 않고
브런치, 블로그에 글도 쓰기 싫고
감성과 감정에 관련된 모든 게 하기 싫었다.
당장 새로운 곳 자소서를 쓰고 다시 공부하려 했다.
하지만 일단 쉬라고, 다시 달리기 전에 스스로 재정비 좀 하라고 몸이 끝없이 신호를 보냈다.
나는 한 번 꽂히면 스트레스를 받는지 자각도 못한 채
달려 버리며 나를 또 소모해 버리기 때문에
그걸 나도 알기에 그냥 체념하고 내버려 뒀다.
나를 며칠간 방치하다 드디어 오늘
오늘은 집정리를 하고 요리를 하고, 장을 보고, 아침
일찍 일어나 아무 생각 없이 영상만 보다가
결국 이렇게 감정하나 안 담긴 글을 쓴다.
내가 이 무기력에 잠식되어 버리기 전에
작은 일부터 다시 하기 시작하면서
다시 나를 되돌려 놓으려고
그 회사는 나를 담기에 정말 작은 곳이었다.
내가 원하는 업무를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내 경력과 실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도 못하는 곳임에도 취준생활이 길어지기 싫은 마음에
끝없이 긍정회로를 돌렸었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내 가치를 정당하게 인정해 주는 곳으로
다시 지원하고 떨어지고 지원하고 떨어져야지
내 가치를 스스로 폄하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