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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ㄷㅣㅁ Jul 20. 2024

04. 못난이 첫째 일기 0720

내가 요리를 하는 이유1_요리가 취미입니다.


밤새 이것저것 고민하다 잠에 들지 못하고, 어쩌다 선잠이 들어도 심장병이 있는 둥이(우리집 막내, 강아지의 이름이다) 낑낑거림에 놀라서 깨곤 한다.


그렇게 늦게까지 잠들지 못하는 날이면, 다음날 아침 운동, 영어공부 등 나와 정한 온갖 약속들이 단잠의 유혹에 속절없이 무너지곤 한다. 그러나 아무리 잠이 부족한 날이라도, 졸린 눈을 비비며 부엌으로 간다. 가족들을 위한 아침을 차리겠다는 다짐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렇게 올리게 될 줄 알았으면 진작 정성스럽게 좀 찍어볼걸.


주로 빵과 샐러드, 아니면 샌드위치, 오믈렛을 준비한다.


아침식사에 있어 나의 컨셉은 한결같다. '차린 건 없지만, 탄단지는 모두 갖췄습니다'이다. 그래서 달걀, 곡물빵, 제철과일 및 채소, 요거트나 치즈 등이 빠지지 않고 사용된다. 재료가 비슷하다 보니 질릴 수 있을 것 같아 최대한 매일 다른 요리를 만들고자 한다.


늦잠을 잔 날에는 감자수프나 차지키 등 미리 만들어 둔 것들로 차리지만, 시간여유가 있는 날에는 노밀가루 팬케이크, 에그베네딕트 샌드위치 등 새로운 요리도 선보인다.



평소 음식사진을 잘 찍지 않다 보니 찍어둔 사진이 별로 없어 아쉽다.

앞으로는 미리 사진 찍어둬야지.

간단한데 색 조합이 예뻐서 좋아하는 사진이다. 그릭요거트와 크림치즈를 섞은 크림과 토마토, 바질페스토를 이용한 간단한 오픈샌드위치.

요리는 참 재미있다.

워낙 덜렁대는 성격 탓에 부모님은 처음에는 내가 불 앞에 가는 것도, 칼을 잡는 것도 모두 불안해하셨지만, 언제부턴간 마음 놓고 주방을 내게 맡겨주셨다.



요리의 시작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하게 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고시 생활을 시작했을 때인데, (아마 그래서 내가 초시에 보기 좋게 떨어진 게 아닌가 싶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요리나 했으니 ㅋㅋ...) 코로나가 한창이라 독서실도, 학교 도서관도 갈 수 없게 되어 집에서 공부를 했기 때문이다.

초창기 요리들. 지금 보니 요리라고 할 것도 없지만 나름 뿌듯했으니 찍어놨겠지싶다. 요리실력이 는 후에는 사진이 별로 없는데, 볼품없던 초창기 사진들만 잔뜩이다.


처음에는 스스로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간단한 토스트부터, 레토르트 음식 등을 데워먹는 걸로 시작했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시고, 동생은 기숙사에 살다 보니 혼자 삼시세끼를 차려먹은 적도 많다. 그렇게 조리에서 요리로 조금씩 가까워져 가며 밖에서 사먹는 것보다 해 먹는게 익숙해져갔다.


그러다보니 허기진 배를 안고 밤늦게 퇴근하신 부모님이 대충 급하게 저녁식사를 하시는 모습이 마음에 걸렸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걱정할 시간에 일 년이라도 빨리 합격하는게 진짜 효도였을텐데, 내가 생각이 짧았다...ㅎ

이미 알아챘겠지만, 내가 사진을 참... 못 찍는다. 실제로는 정말 맛있어 보였고, 맛있었다!!


어쨌든, 어차피 내가 먹을 거 하는 김에 조금만 더 해 놓으면 부모님이 퇴근하자마자 바로 저녁을 드실 수 있겠다 싶어 그렇게 원디시 푸드에서 반찬, 국으로 요리의 종류를 조금씩 넓혀갔던 것 같다.

아마 어느 봄의 일요일. 봄맞이 미나리전이랑 우렁쌈밥, 도토리묵무침, 각종 밑반찬을 날 잡아 만들었다.


하다 보니 실력이 늘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레시피를 찾아보지 않아도 대충 뭐가 들어가야겠다 감이 온 순간이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아직도 새로운 요리를 할 때는 검색을 좀 해보긴 하지만, 웬만한 것들은 사 먹었을 때의 그 맛을 떠올리며 이거저거 넣다 보면 얼추 흉내 낼 수 있게 됐다.


새로운 취미

그렇게 요리는 내 새로운 취미가 됐다.

중식의 날처럼 컨셉을 잡아 가지탕수, 자장밥을 만들기도 하고, 각종 기념일에 한상차림을 만들기도 했다.  

사진 찍는데 몰래 감자를 집어먹다 들킨 아빠가 동생한테 한소리를 들었다 (첫째 줄). 아빠가 좋아했던 중식의 날(둘째 줄 오른쪽), 컨셉의 완벽함을 핑계로 연태고량을 꺼내셨다.


연어 파피요트(첫 번째). 크리스마스 저녁차림, 사진에는 다 안 나왔지만 뵈프 부르기뇽, 매쉬드포테이토, 샴피뇽 샐러드 등이었던 것 같다(두 번째).


수제 피클.


요리는 하는 과정도 즐겁지만,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맛있게 먹어줄 때 정말 그 기쁨과 행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지금으로서는 못난이 첫째가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일이라서 부엌에 자꾸 발을 들이게 됐지만, 이제는 나의 행복과 기쁨을 위한 취미가 되어 나는 부엌을 떠날 수 없다.




못난이 첫째의 요리 이야기는 2편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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