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사업 도전기 ; 개발업체 선정 및 요구사항 전달하기
2020년 도전한 예비창업패키지에서 1차 서류 통과가 된 후, 2차 사업계획서 발표도 빠르게 진행이 되었다. 2주 정도 여유밖에 없었기 때문에 PT 자료는 그동안 회사에서 PPT 만 수십 번 써온 내공으로 후다닥..
2차 발표는 다행히도(?)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으로 진행되어, 집에서 줌으로 발표를 하였다. 그것이 기회였던 것인가.. 말도 안 되게 최종 통과까지 되어버렸다.
하지만 막상 최종 통과가 발표되고 나서, 정말로 사업을 진행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과 걱정이 되었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는 맞지만,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정부지원사업이 아니면 내 돈을 들여서라도 할 만큼 이 서비스에 확신을 갖는가?
예비창업패키지를 알기 전부터 남편에게
'나 사업자금으로 3천만 원 정도는 필요한데, 난 명품백도 안사고, 비싼 거 안 사니까..
그동안 안 쓴 거, 앞으로 안 쓸 거 해서 사업자금으로 3천만 원 쓸게'라고 선언을 했던 상태였다.
그래, 예비창업패키지가 다음엔 기회가 오지 않을 수 도 있는데, 지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으니 한번 도전해보자!
결심을 하고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예비창업패키지에서 사업화 자금의 60% 정도는 외주개발비로 산정을 했었다.
우리는 추가 인력 고용을 하지 않고, 개발과 마케팅에 대부분의 사업자금을 투입하는 걸로 계획을 하였다.
2차 최종 통과 결과를 다른 사람보다 늦게 받게 되었는데, 시작이 뒤쳐져서 실제 사업화까지 기간이 5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추가합격이지 않을까.. 하는 합리적인 추측이다. 정말로 꼴찌로 합격? ㅎㅎ 난 1등보다 꼴찌로 통과될 때 더 기쁘다..ㅋ)
플랫폼이기 때문에 FRONT, 공급자용 어드민, 관리자 어드민 최소 3개의 시스템이 필요했고, 기능은 단순화했지만 양이 적지는 않았기 때문에 필요한 요구사항들을 문서로 정리했다.
요구사항 정의
요구사항은 사업계획서에 썼던 핵심 3가지 기능을 중심으로 하여 목록을 작성하였다.
고객 FRONT 페이지는 GNB 기준으로 페이지 Depth 별로 필요한 기능과 외부 API 연동이 필요한 부분을 작성했다. 관리자 B/O(Back Office)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전체 주제 영역별로 고객/공급/상품/판매/정산/통계로 나눠서 각 메뉴에서 필요한 기능을 정의하였고, B/O 에서는 플랫폼 관리자가 필요한 기능과 공급자가 필요로 하는 부분들을 권한으로 구분하여 동일한 소스로 개발하도록 요구사항을 작성했다.
그리고 요구사항을 기반으로 프로토타입도 좀 더 상세하게 업데이트해서 개발업체에게 의뢰할
내용들을 정리하였다.
개발업체 찾기
요구사항을 정리하면서 틈틈이 개발업체를 찾아보았다.
혼자서 외주 개발업체를 찾아 진행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사실 어떻게 컨택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태였는데 무작정 네이버에서 '플랫폼 개발'이라고 검색을 해보았다.
이것저것 검색된 내용을 보다가 눈에 띄는 '깊이 공감이 되는 블로그 글'을 보게 되었다.
플랫폼 개발할 때 주의해야 할 점, 플랫폼 개발에서 필요한 부분, 일반적인 플랫폼 개발비용의 단가 등 내가 궁금했던 내용들이 빼곡히 글에 적혀있었다. 게다가 마지막에 플랫폼 개발 SI 업체라고 쓰여있었다.
오호! 바로 블로그 주인에게 쪽지를 보내어 이러저러한 앱을 만들려고 하는데 견적을 받을 수 있는지 문의를 했다. 답이 빨리 와야 할 텐데.. 기다리던 중 그래도 꽤 빠른 시간에 개발이 가능하다고 연락이 왔고, 2020년 6월 12일 첫 미팅을 하기로 했다.
개발업체와 첫 번째 미팅
같이 동업하는 분의 직장이 있는 상암에서 첫 미팅을 하기로 했다.
나는 때마침 6월부터 주 3일 근무를 하게 되어, 평일에 부담 없이 약속을 잡고 상암으로 이동했다.
(꿈같은 주 3일 근무의 여유시간이 주어졌음에도 이때부터 투잡과 학업으로 고생을.. 사서 했다.)
외주업체를 잘못 만나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에 기에 밀리지 말고, 주도권을 잡아야 하고, 명확하게 TASK를 정의해야 하고.. 등등 주의할 점들을 생각하며
'만만한 사람으로 보이면 안 될 텐데,, 아이라인이라도 두껍게 그리고 쎈캐로 보여야 하나..' 고민하며 장소에 도착했다.
메일을 주고받았던 개발 대표님도 도착하셔서 인사를 하고, 아직 우리 서비스로 명함을 만든 게 아니라서, 양해를 구하고 현 직장의 명함을 드렸다.
순간 정적.. 대표님이 깜짝 놀라시면서 당황해하셨다.
"****에 다니세요?"
"네에 ㅎㅎ "
"저... 저도 전 직장이 **** 였어요. 그만둔지는 3년 정도 됐고요."
"네에???" 대박.. ㅋㅋ
불과 옆에 있는 사업부였고, 아는 공통의 인물들이 줄줄이 나왔다. "○○ 팀장님 아세요?""△△랑 같이 일했는데.." "□□알죠!!" "어머! 웬일 일야.. 반가워요"
그런데 왜 회사에서 본 기억에 없지?
대표님은 경력직으로 입사를 했었고 2-3년 정도만 근무를 해서 근속기간이 짧았었다고 한다.
그리고 업무가 교묘하게 겹치지 않아서 대면할 기회가 없었던 것 같았다.
어쨌든 긴장이 모두 풀어졌고, 심지어 대표님은 '회사 후배였다.' 그리고 아는 인맥이 줄줄이 겹치니
최소한 개발을 나 몰라라 하면서 망치진 않겠군! 휴.. 안도를 했다.
회사 명함 덕분에 아이스브레이킹을 제대로 하고, 본론에 들어가 우리가 구현하고자 하는 앱에 대해 설명을 했다.
어디선가 예비창업패키지와 같은 정부지원사업을 한다고 얘기하고 견적을 의뢰하면, 공수 부풀리기나 개발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들어서 정부지원사업인 건 얘기하지 않고 견적을 문의했다.
대표님은 우리가 생각하는 개발단가에 맞춰서 개발 목록을 뽑고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내부 플랫폼 시스템이 모듈화 되어있어서, 전부 새로 개발하는 것이 아닌 일부 커스터 마이징하여 개발하기 때문에 개발단가를 낮춰서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어디서 보니까 이렇게 견적을 주는 데는 피하라고 본 것도 같다.)
어쨌든 우리는 요구사항 목록도 다 도출한 상태였고 프로토타입도 있어서 해당 샘플을 보면서. 예산안에 진행할 수 있는 범위를 맞춰나갔다.
개발업체 선정
정부지원사업으로 외주 개발업체 선정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 3군데 업체와 비교견적을 진행해야 한다. (크몽과 같은 사이트에서 프리랜서와는 계약할 수 없고 법인사업자가 있는 업체랑만 진행이 가능하다.)
미팅을 진행한 업체 외에도 몇 군데 후보업체들에게도 견적을 의뢰한 상태였는데, 정말 꼼꼼하게 견적을 잘 주신 업체도 있었고, 아직 요구사항을 보내기 전 간단히 서비스 소개만 했는데도 견적을 바로 보내주는 업체도 있었다. (무슨 근거로 뽑아준 건진 모르겠다.)
금액은 동일한 요구사항을 가지고 1억 넘게 산정되기도 하고 6,7천 정도로 산정된 업체도 있었다.
예창 패는 업체의 레퍼런스와 상관없이 무조건 제일 '낮은'견적을 준 업체랑 진행해야 하는데, 다행히도 첫 번째 미팅한 회사에서 준 견적이 제일 낮았기 때문에 수월하게 계약이 진행되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두 번째 미팅은 마포에 있는 업체의 사무실로 우리가 직접 방문했다.
업체랑 계약 전에 업체의 사무실로 직접 가서 그 회사의 사무실, 일하는 직원들, 근무환경들을 봐야 한다는 글을 어디선가 보아서였다. 그래서 이번엔 업체를 직접 찾아갔는데, 사무실 규모가 크진 않았고 직원도 많지 않았지만, 같은 회사를 다닌 동료가 먼저 사업을 시작하고 사업을 잘 진행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대단해 보였다.
우선 전체적인 과업범위를 얘기를 했다. 난 기획을 제외한 디자인/퍼블리싱/개발만 업체에 의뢰할 생각이었는데, 기획은 서비스로 해주시겠다고 했다. '아니 기획이 서비스로 할 수 있는 작업인 것인가? 순간 직업의 가치관이 흔들렸지만, 머 잘됐다. 혼자 다 할거 생각하니 심란했는데.. '
(훗날, 개발이 진행되면서 아.. 서비스로 해준 이유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다음회에 소개)
사무실에서 미팅을 하고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같이 먹으면서, 우리가 왜 이 서비스를 만들려고 하는지 동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혹시 대표님 반려견 키우세요?
마침, 대표님도 오래전부터 반려견을 키우고 계셨고, 우리가 얘기하는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의 고충을 공감하셨다. 오호.. 더 잘됐다. 친근함/공감대까지 형성했으니 이제 잘 만들기만 하면 되겠군.
계약 진행
계약서에 사인을 하기 위해서, 세 번째 미팅을 진행했다.
계약서는 정부과제에서 정해진 외주 계약서 양식이 있기 때문에 내용을 우리 상황에 맞게 일부 수정해서 진행하면 되었다. 그리고 과업지시서, 제출 산출물 리스트를 적어서 개발업체 대표님에게 전달했다.
산출물 리스트는 보시고 또 한 번 당황하시면서.. 저희 차세대 하는 거 아니에요,, 너무 과해요 ;;;
산출물은 기획서, ERD, 완료보고서, 개발 스펙, 아키텍처 정도로 협의해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계약서는 항목 하나하나 신중히 꼼꼼히 봐야 한다.)
이렇게 내 첫 사업. 자식 같은 첫 번째 앱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