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3. 25_Prologue
나는 유독 ‘마무리’에 약한 사람이다.
수능을 볼 때도 열심히 정리 노트, 오답 노트를 만들기만 하고 제대로 꽉꽉 씹어먹지 못해 뒤통수가 찝찝하게 시험장에 들어갔었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그랬겠지만 나 또한 ‘내 공부는 아직 제대로 끝나지 않았는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프로젝트나 보고서를 마무리할 때도 미리미리 챙기지 못하고 꼭 막판 초치기에 집중력을 발휘해서 끝내곤 했다. 한때는 ‘본성을 거스를 수 없음’을 깨닫고, 이런 막판 집중력이 나의 ‘강점’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이런 나에게, 일정보다 여유 있게 무언가를 마친 후에 검토를 거쳐 완벽하게 마무리하는 일은 좀처럼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어쩌다 보니 Boston에 와서 사 년간 머물게 되었는데, 이제 막 어제 날짜로 이곳에서 생활한 지 만 삼 년이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Boston에서의 마지막 해를 시작하면서 문득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내가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오롯이 남기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으로 해보는 해외생활이었기에 낯선 문화권에서 보내는 매일매일이 새로운 경험이자, 도전이었다. 늘 똑같던 일상과 나의 생각도, Boston이라는 필터를 통해 바라보니 세상에 더 이상 ’ 당연한 것‘은 없었다.
끝맺음에 소질이 없었지만, 일 년이라는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끝맺음에 쏟는다면 이번에는 왠지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살짝 들었다. 그래서 나의 Boston life의 진행율이 80%인 시점에서, 과감하게 ’ 마무리‘에 들어가 본다. 일 년 동안 천천히 차분하게, 내가 사랑했던 Boston의 여러 장소들과 사 년동안의 희로애락을 모두 정리하면 그때는 비로소 홀가분하게 이곳을 떠날 수 있을까? 아니면 더 이곳에 대한 애정이 깊어질까. 과연, 두고 봐야 알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