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의 ‘점진적 과부하’도 함께 추구하는 바입니다만
열심히 덤벨을 들고 백런지를 하고 있었다. 세트별로 무게를 차츰 늘려가다가 드디어 지난 시간에 다리가 호달달 떨리는 경험을 했던 14kg 세트에 다다랐다. 14kg는 덤벨을 거치대에 집어드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 무게였다.
겨우겨우 양손에 14kg 덤벨을 하나씩 들고 백런지를 하기 시작했다. 채워야 하는 횟수를 반이나 했을까 왼쪽 허벅지 뒤쪽이 찌릿했다. 옛날에 허리 통증 때문에 하도 고생을 했던 탓에, 사실 난 항상 부상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운동하는 ‘쫄보’다.
일단 반대편 다리부터 마저 하고, 다시 오른쪽 다리를 뒤로 보내고 왼쪽 무릎을 굽히는데 이전 세트에서 왼쪽 허벅지 찌릿했던 부분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고 아팠다. ‘근육이 파열됐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싶은 느낌이었다. 당장 스탑… 백런지는 그만하기로 하고 남은 운동들은 살살 마무리했다. 운동 중에는 순간 힘이 안 들어가긴 했지만, 그럭저럭 쉬면 나아질 것 같은 정도의 근육통이었다.
그다음 PT 수업 날, 혼자 14kg 백런지를 하다가 근육통이 있었다고 말씀드렸다. 이틀 정도 지나니 그럭저럭 회복은 거의 다 된 것 같았다.
그리고 수업이 시작되었는데… 백런지 무게를 차츰 올리며 운동을 하다가, 다시 만난 14kg… 다행스럽게도 지난번과 같은 찌릿거림이나 통증은 없었다.
와… 이런 지옥문 같은
14kg 백런지 같으니라고…
낑낑거리며 쨌든 해야 하는 세트를 마쳤다.
‘휴… 다행이다!!! 끝났…… 엥?!!’
그래도 오늘은 잘 해냈다는 안도감으로 숨을 고르고 있는데 트레이너 선생님께서 20kg 덤벨을 내 앞에 가져다 두시는 것이 아닌가.
“아-아니, 14킬로로 하다가 허벅지가 찌릿했었다니까요? 왜 이러세요오…”
해보는 거예요. 도-저-언!
...하라고 하시니 해야지요. 20kg를 양쪽에 들고일어나기가 무섭게 갓 태어난 고라니마냥 풀썩 주저앉았다. “으아아… 진짜 무겁다아…”
그리고 끝난 줄로만 알았던 지옥문 14kg 백런지 다시 시작… 그렇지, 선생님이 ‘그만’이라고 하실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지.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알던 14kg의 무게가 아니었다.
이게 지금 내가 방금 전에 들었던 14kg 맞아?
피로도가 쌓였을 텐데 왜 더 가볍지?
방금 20kg 덤벨이랑 한판 싸우느라 기운을 쪽 빼기도 했는데, 희한하게 이전 14kg 세트보다 덜 힘들게 느껴졌다. 생각해 보니 한 번씩 선생님께서 머신 운동을 할 때도 35파운드를 당기다가 갑자기 40, 45, 50을 모두 건너뛰고 55로 핀을 꽂으셨었다. 그때에도 다시 하던 무게로 낮춰 돌아가니 상대적으로 훨씬 수월해진 느낌이었었다.
말도 안 되는 무게일 수 있지만,
어떻게든 애써서 한번 당겨보는 것도
의미가 있어요.
매일매일 소소한 불평과 귀찮은 일들은 항상 있다. 해도 그만 아니어도 그만이어서 더 진도가 안 나가는 일들을 바라보며 몇날 며칠을 "귀찮아- 귀찮아-" 타령을 부르게 되는 날들이 있다. 그러다가 당장 처리하지 않으면 기회비용이 커지는 골치아픈 문제가 생기면, 상대적으로 이런 하찮은 일상의 찌끄러기 조차도 갑자기 감사하고 가볍게 느껴지곤 한다.
어찌보면 참 단순도 하지. 뇌를 속이든, 근육을 속이든- 같은 문제도, 같은 무게도 훨씬 더 가볍게 만들 수 있다는 것. 뭘로? 더 빡센 시련으로!
내 앞의 20kg 덤벨처럼 어떻게든 부딪쳐서 당겨보고 들어보고 밀다보면 설사 그것이 한 발짝도 꿈쩍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나에게는 이전의 문제를 좀 더 가볍게 만들 ‘몸과 마음의 근력’이 조금은 자라나고 있는 중일 것이다. 석순처럼, 0.1밀리미터씩이라도.
‘웨이트트레이닝’의 목표인 근육량과 근력을 늘리려면 ‘점진적 과부하’가 필수적이라고 한다. 매일 같은 무게, 같은 횟수를 반복하는 것은 근성장에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뜻이다.
어쩌면 나의 근육들도 사실 '귀찮아- 귀찮아-' 타령을 매일 부르고 있는 것 아닐까?
”어휴, 힘써야 해. 귀찮아… 또 10kg야. 들어주지 뭐“ 이렇게 심드렁하게 일하다가 갑자기 내가 20kg 덤벨을 앞에 두면 죽을 둥 힘을 내보고, 그러다가 다시 만난 14kg에 감사하며 열심히 일하며 한 뼘 더 자라는 귀요미 석순들.
덤벨 무게는 트레이너 선생님께서 알아서 잘 올려주시고 계신데, 내 멘탈의 ‘점진적 과부하’는 어떻게 조절해야 할까. 다행스럽게도 내가 느끼는 삶의 무게는 웨이트 트레이닝처럼 항상 더더더 힘들고 무거운 방향으로 가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가벼워졌다가, 순간 무거워졌다가… 덤벨 무게 마냥 다음 난이도를 예측할 수는 없다는 것이 문제 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지금 내가 ‘오직’ 할 수 있는 것은, 멘탈에 고중량이 걸렸을 때 감당해내지 못하고 아까처럼 풀썩 주저앉아 버리지 않도록, 정신을 바짝 차릴 수 있는 ‘강한 체력’을 기본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정’도 체력에서 나오고, ‘나를 살뜰하게 살필 수 있는 여유’도 체력에서 나오는 법이니까.
곧 20kg 덤벨로 런지를 해내는 날도 오겠지!
아, 그런데 그날이 오면 우리 트레이너 선생님은 또 내 앞에 25kg 덤벨을 살포시 가져다주시겠지.
그때 즈음이면 심연에서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정색’ 대신, ‘나 이미 예측하고 있었어요…’라는 쿨한 미소를 지어 보일 수 있길 바라본다.
몸과 마음의 ‘동시 점진적 과부하’를 추구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