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기적일까, 사랑이 끝난 걸까

웨이트 트레이닝을 3개월 하면 생기는 일

by 아오리



신생아가 태어난 지 100일이 지나면 많은 변화들이 생긴다. 먹는 양이 늘면서 통잠을 자기도 하고, 목을 가눌 수 있게 되며, 감각이 발달하며 더 잘 보고 듣게 된다. ‘웨이트 트레이닝 100일 차 초보’에게도 비슷한 변화가 찾아왔으니…


100일 동안 열심히 도장찍은 머신존 & 프리웨이트존






첫째, 극심했던 피로가 ’ 견딜만한 수준의 피로‘가 되었다.


이거 지속가능한 운동 맞아?

그간 나의 중추신경계는 얼마나 나약했던 것인지,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한 이레로 종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이 피곤했더랬다. 신기하게도 100일 즈음이 되자, 이제 오전에 운동을 해도 오후에 다른 일을 하기 위한 ’한 줌의 의지‘가 남아 있었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아무 생각조차 하기 싫어서 멍 때리며 그저 잘 시간만 기다렸었는데 이제는 ’ 글을 써볼까? 밀린 정리를 좀 해볼까?‘라는 생각들이 비로소 들기 시작했다. 드디어 나에게 운동을 마치고 나서도 쓸 수 있는 ’ 잉여 에너지‘가 생긴 것이다!!!


에너지 용량이 늘어난 걸까? 아니면 효율이 좋아진 걸까? 여하튼, 무언가 업그레이드되었다!






둘째, 수면의 질이 좋아졌다.

너무너무 피곤해서 눕고 나서 금방 잠에 들기는 했었지만, 두세 시간마다 수시로 깨는 탓에 푹 잔 느낌이 없었다. 어떤 날은 가슴이 벌렁거리고, 심박이 느껴질 정도로 쿵쾅거려서 잠들기 힘들었던 적도 있었다.

웨이트 트레이닝 관련 영상이나 책을 보거나, PT수업 내용을 노트에 복기하거나 등등 운동 관련된 생각을 하면 유독 더 그랬던 것 같다. 몸이 자극을 접수해서 ‘운동할 준비’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곧 ‘도파민’이 들어올 생각을 하니 몸이 미리 설레어하는 걸까.


잘 자야 근육도 생긴다고 하는데 이건 두 시간마다 잠에서 깨니 방법이 없었다. 가끔씩 마시던 디카페인 커피도 끊고, 잠자기 전 휴대폰 보는 시간을 줄이고, 핫팩도 데워서 침대로 가지고 들어가 보고, 온열 안대도 올려보고… 다 소용이 없었다. 오죽하면 애플워치를 차고 자며 수면질 측정도 해봤을까…



(좌)커피를 포기한 어느 날, 맛있었던 스팀밀크 / (우)커피를 포기 못 한 어느 날, 더더 맛있었던 디카페인 라떼


점점 심해져서 ’ 잠을 너무 못 자니 죽겠다…‘고 생각한 지 열흘즈음 지났을까? 어떤 이유에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날 갑자기 ’ 웨이트 트레이닝‘에 대한 긴장이 스르르 내려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치 연애를 시작하고 100일이 지나면 이제 콩깍지가 반쯤은 벗겨져서 상대방이 덜 멋있어 보이고, 잘 보이려고 덜 애쓰게 되는 것처럼.


사랑이 끝난 걸까?
가슴 터지게 설레던 시간은 다 지나고
이제 일상이 되어 편안해진 걸까?


벌써 이 운동에 대해 설레는 시간이 끝난 걸까 하는 의구심에 마음이 이상하게 불안해지기도 했다. 무언가 좋아서, 재미있어서, 푹 빠져서 이렇게까지나 열심히 꼬박 두세 달을 몰입했던 것이 정말로 오래된 일인 것 같아서 반가웠었나 보다.


어쨌든 설렘이 끝남과 동시, 수면의 질이 좋아졌다. 덜 깨고, 깨고 나서도 더 편안하게 다시 금방 잠들었다. 신기하기도 하지. 일 년쯤 지나서 헬스장 고인 물이 되면 그때는 그저 운동 후 노곤함을 즐기며 통잠도 잘 수 있게 되려나???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아직 콩깍지는 100일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반쯤은 남아있는 것 같다.






셋째, 몸이 변했다.

양치질을 하다가 내 어깨에 못 보던 것이 생긴 것을 발견했다. 힘을 주어보니 봉긋 솟는다!


어머, 이게 뭐야?
이게 말로만 듣던 삼각근인 건가?!!!!

신기했다. 몸을 여기저기 더듬어보니 확실히 이전보다 단단해진 느낌이었다.


다음 날, 선생님께 어깨에 뭐가 생겼다고 말씀드렸더니 내가 어깨가 좋아서 제니처럼 ‘직각어깨’가 될 수 있을 거라고 하셨다. … 비록 제니는 될 수 없지만, 어깨라도 닮을 수 있다니 감개무량할 뿐이고요... 허허허...


처음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하며 센터에서 측정했던 나의 체지방률은 25.2%였다. 인생의 대부분을 ‘마른 비만’으로 살았었는데 그나마 보스턴에서 달리기를 하면서 나아졌다가, 잠시 달리기를 쉬었더니 또 체지방률이 올라 있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3개월 하고 난 후, 나의 체지방률은 21.9%로 떨어졌다. 지방은 2.1kg이 빠지고 골격근량은 0.7kg이 늘었다. 근육을 1kg 늘이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하던데, 생각보다 빠른 기간 안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음이 보였다.



다이어터의 성적표 같은 인바디 결과지. 이게 뭐라고 잴 때마다 긴장이 되는데애!!!






포켓몬이 진화하듯이, 나도 웨이트 트레이닝 100일 차를 맞이하여 조금 더 진화한 것 같았다.


이제는 조금 더 단단해진 몸으로, 운동과 일상생활 병행이 문제없고, 무게 칠 생각 따위에 가슴이 먼저 두근거리지 않는 쿨함을 가진 채, 간혹 벤치에서 바벨에 깔려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의연한 척(!!) 원판을 버리고 살아 나올 수 있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맛 본 여자사람‘으로.






이 일/운동/사람/방식이
나와 맞지 않는 것이 아닐까?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항상 생각보다 허들은 빨리 찾아온다. 안 하던 짓을 하니 불편함이 따르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거늘, 난 그때마다 적당한 핑곗거리들을 찾기에 바빴던 건 아니었는지 ‘웨이트 트레이닝 100일의 진화’를 맞이하며 생각해 본다.


습관이 형성되려면 90일이 걸린다고 하는데, 어쩜 이렇게 맥락들이 비슷한 건지! 하지만 알면서도 3개월을 채 버티지 못했던 수많은 ‘작심삼일’들.


그래도 어쩌다 이렇게 ‘작심백일’쯤 도달하게 되는 일들을 만나게 되면, 보물 찾기를 하다가 돌 틈 사이에 곱게 접혀 있던 하얀 쪽지를 발견한 기분으로 ‘앞으로 내 인생이 조금은 달라지겠구나!’라는 기쁜 마음에 마음이 설렌다.


앞으로 정말 ‘운동하는 삶’을
살 수도 있겠구나!


200일, 1년 후의 진화도 기대되지만, 무엇보다도 “이게 맞는 건가요…? (100일 동안 트레이너 선생님께 수없이 물었던 질문이기도 하다.)”라는 의심과 불확실성을 떨치고 좀 더 확신을 가지고 운동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반갑다.


마음이 복잡할 때, 보스턴에서 참 많이도 나가서 뛰었더랬다. 이제 ’ 달리기‘와 함께 새롭게 착장한 신기술,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그때 그때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리프레쉬먼트가 생겼다! ‘웨이트 트레이닝’ 덕분에 오랜만에 다시 시작한 ‘글쓰기‘도 또 다른 한 꼭지가 되었음 물론이다.


다음 착장하게 될 나의 무기는 무엇이 될까?

… 고민하기 전에, 일단 이제 막 장착한 신기술을 ’ 필살기‘로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헬스장 가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