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리프트 55kg 바벨과 마주하며
데드리프트라는 종목은 정말 묘하다. 무거운 바벨을 바른 자세로 들었다가 다시 제자리에 내려놓는, 특별할 것 없는 말 그대로 ‘들었다 놨다’하는 동작일 뿐인데 너무너무 재미가 있다.
이게 도대체 왜 재미가 있는 거지?
계속 생각해 보고 생각해 봐도 ‘이거다!’ 싶은 이유가 떠오르지 않아 더 묘하고 신기하다.
추측해 보건대, 데드리프트가 재미있는 이유는
첫째, 몸의 여러 부분들을 동시에 컨트롤하며 써야 하고
둘째, 돌아오는 매번의 차수에서 바로바로 보완할 수 있고
셋째, 순간 강한 힘을 빵 하고 쓰고 내려놓는 과정에서 도파민이 팡팡 나와서 때문 아닐까?
어쨌든 나에게는 꽤나 매력적인 종목이다. 처음 15kg 빈 봉으로 시작했는데, 4개월이 지난 지금은 55kg을 한 두 개쯤 정자세가 무너질락 말락 아슬아슬하게 들고 있다.
문제는 바로 55kg 바벨이다. 50kg까지는 덤덤한 마음으로 잘 들다가 2.5kg 원판을 양쪽에 추가로 끼우는 순간,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왜인지 모를 부담감이 심연에서 올라오며 머릿속에는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허리가 말리면 어떻게 하지?’
‘선생님이 무릎을 더 굽히라고 하셨었는데?’
’어? 무게중심이 앞으로 안 실리네?‘
‘무게중심을 앞으로 실었더니 신경 쓰다가 허리가 말리네…’
하늘 아래 같은 데드리프트는 없었으니… 일주일에 이틀, 하루에 6세트 이상을 하는데도 정말 할 때마다 새롭고 다르다.
아아니, 못 들면 그만인 것인데!!
벤치 프레스나 오버헤드 프레스는 안 들리면 ‘아직 내가 힘이 부족한가 보다.’하며 깔끔하게 포기가 되는데 왜왜왜 유독 ‘데드리프트’만 이렇게 사람 마음을 복잡하게 만드는 걸까.
다른 리프팅 종목들과는 다르게 자세가 무너져도 어떻게든 들 수는 있어서일까?
하지만 그렇게 들고 나면, ‘해냈다!‘라는 기분보다는 ’ 에이, 이게 뭐야. 망했네!‘라는 느낌이 더 강해진다.
’ 잡힐 듯 잡힐 듯, 못 잡은 완성‘이라서 그런 걸까.
심지어 데드리프트 바벨 앞에서 설명할 수 없는 ’ 두려움‘이 앞설 때도 있다. 이 두려움은 어디서 기원하는 걸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있는 바벨 앞에서 괜히 혼자 주눅이 들기도 한다.
죄 없는 바벨을 노려보며, 선생님의 코멘트들을 떠돌려 보며, ’할 수 있다. 이번엔 제대로 잘 될 거야.‘를 혼자 외치며 기싸움을 하기도 한다.
아니, 도대체 왜왜왜?
어떤 주제에 대해 이만큼 글을 썼으면,
해결의 실마리라도
흐릿하게 보일 만도 하거늘!!!
이놈의 데드리프트는 내가 글을 이만큼이나 썼는데도, 며칠 이 글을 잡고 ‘도대체 왜왜왜? 왜 두려운 건지 결론을 내야 글을 마칠 것 아니냐…’하고 고민하는데도 그 이유를 좀처럼 알려주지를 않는다.
가득 채워서 안될 때는 비우는 게 답일 수도 있는데. 이쯤이면 ‘데드리프트’에 대한 모든 고민과 욕심과, 가능하다면 ‘두려움’까지 싹 다 내려놓아야 그 문제의 55kg 바벨이 들릴지도 모르겠다.
… 문제는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것이 더 어려운 고수의 영역이라는 것.
연습을 많이 해서 Muscle Memory에 의존하여 ’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의 상태로 가야 할까, 아니면 ‘정신승리’의 영역에서라도 저 55kg 바벨을 깔아뭉개 가소롭지 않은 상태로 만든 다음에 들어야 하는 건지… 아, 둘 다 어렵다.
내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겠다는 것도 아니고, 누구와 겨루고 있는 것도 아닌데- 혼자 하는 운동에서 이리도 정신적으로 소위, 털리게 될 줄이야! 아무도 시키지 않은 나 자신과 바벨과의 싸움이다.
55kg 바벨과의 이 지루한 싸움에서 아마 결국 내가 이기게 될 것이지만(왜냐, 나는 계속할 거니까! 하하하-), 그래도 그 끝이 언제쯤이며 어떤 스토리로 끝나게 될지 대강이라도 좀 알았으면 싶네.
생각해 보니 아직 ‘데드리프트’에 대해서는 제대로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구나… 어떻게 이길 수 있는지, 언제 이길 수 있을지, 어떻게 들어야 모든 바벨들을 제대로 빵 들어올릴 수 있을지!
아, 이건가. 아는 것이 없으니 이길 수 없는 것?!?!
...아,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