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트 트레이닝에 꼭 ‘목표’가 있어야 하나요?

재미가 없어지면, 그때 생각해 볼게요.

by 아오리



매일 센터에서 인사만 하던 트레이너 선생님께서 갑자기 말을 거셨다.



어떤 단기 목표가 있으셔서
이렇게 열심히 매일 나오시는 건지…??


네??? …글쎄요?
...저희 선생님이 매일 나오라고 하셔서요?!
아, 겨울방학 때 저희 딸이랑 거리두기 하느라
주 6일 나오기 시작한 것이 이렇게 되었네요…



하고 얼버무렸다. (‘9화_넌 겨울방학, 난 동계훈련’ 참고!)



2526 동계훈련 했던 머신동 프리웨이트존! 앞으로도 따님 방학이면 계속 하계/동계 훈련을 이어나가게 될 것 같은 이 느낌적인 느낌;;;






그러고 나서 가만가만 생각해 보니, 그저 목표 없이 ‘40대에는 근육을 저축해야 한다!‘라는 말을 따라 무작정 시작했던 웨이트 트레이닝이긴 했다.


나의 운동 목표는 무엇일까? 막연하게 ’ 턱걸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야겠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뭐, ’ 내가 턱걸이 100일 안에 꼭 해낸다!!‘ 같은 크나큰 다짐을 한 것도 아니고, 지금 당장 해내겠다고 이글이글한 불타오르는 마음을 가다듬고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그저 막연하게 ‘때가 되면 할 수 있는 몸이 되겠지?’라고 뜨뜻미지근하게 생각하는 정도이니, 이걸 감히 ‘목표’라고 부르기에는 무언가 미안하다.






사실, 유독 난 ‘목표’라는 단어에 부담감을 느낀다. 중학교 때 기억나는 에피소드 하나, 선생님께서 ‘장래희망’을 적어오라 하셨었다. 그때에도 지금도,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소심한 범생이가 선생님이 내 주신 숙제를 못해 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는데 아무거나 적어도 다 그만일, ‘장래희망’ 칸에 뭘 적을까 며칠을 고심하다 결국 데드라인을 넘기고 혼이 났다.


그럴 법도 한 것이, 중학생이었던 나는 그때 무언가 그 칸에 적는 순간, 나는 꼭 ‘그것이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렇다, 나는 애초에 해맑게 장래희망에 ’ 대통령‘ 따위를 적어낼 수 있는 큰 그릇의 사람은 아니었던 것이다.


장래희망은 커녕, 일년 후 내가 뭐가 될지도 잘 모르겠지만 일단 이것을 열 번 정도 가볍게 들고 싶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생각보다 아주 자주 ’ 목표 세팅‘의 순간들을 마주한다. 원하는 점수, 목표 대학, 학과, 장래희망, 목표 수익률, 자산 목표… 내가 요새 맞닥뜨린 목표 체중과 운동 목표까지도. 모든 Task에는 모두 다 목표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하다.


배가 출발하기 전, 뱃머리를 제대로 된 방향을 향해 두고 있어야 결과적으로 목적지에 제대로 다다를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먼 거리를 갈수록 더욱더 시간과 노력을 단축해 줄 수 있음은 물론이다.

나도 안다. ‘목표’가 있으면 좋다는 것을. 그래서 다이어트를 할 때에도 목표 기간과 체중을 정해놓고 바짝 하기도 하고, 운동을 시작함과 동시에 바디 프로필이나 달리기 대회를 등록하기도 한다는 것을.

나도 사실 ‘마감시간 초치기‘ 효과를 은근 즐기는 사람이기도 하다. 마감 직전에 집중력과 초인적인 능력을 폭발적으로 발휘하는 게으름뱅이 기질이 없지 않아 있기에, ‘웨이트 트레이닝’에서도 달성 기한이 있는 목표가 있다면 그런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왠지 이번에는 그러고 싶은 마음이 잘 생기지 않는다. ‘웨이트 트레이닝’에 대해서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무언가 ‘꼭 달성해서 이루고야 말겠다!!‘라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머릿속에서 들리는 생각은 단 하나, 이것이다.


재미있는데, 그냥 하면 안 되나?



‘목표’가 세워지는 순간, 그저 매일 해오던 것들이 좀 더 진지해지기는 할 것 같다. 그러면서 집중력도 함께 더 올라가고 ‘목표’에 가까워지는 성취감에서 오는 재미도 물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목표가 달성되고 나면, 갈 곳 잃은 화살 마냥 방황하게 되지는 않을까, 아니면 그다음 목표로 또 앞만 보는 경주마처럼 달려들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도 해본다.

일단 그냥 좀 즐기면 안 되나? 시험을 준비하듯, 알람을 미루고 미루다가 정말 일어나야 하는 시점에 겨우 몸을 일으키듯, 마감 기한에 임박한 보고서를 제출하듯, 반납 예정이 다가오는 책을 김칫국 마시듯 후루룩 읽어버리듯- 사실 일상의 절반 이상을 이런 ‘해야 할 일들’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아주 오랜만에 만난 이런 재미있는 일은 그냥 그대로 온전히, 도대체 언제까지 이게 재밌을건지 한번 계속 두고 보고 싶다.



아직까지는 ‘기꺼이’ 하고픈 재밌는 것이 이렇게나 많은걸요!





‘웨이트 트레이닝’이라는 운동 그 자체가 나에게 얼마나 매력적인 존재일지 가늠해보고 싶은 마음이랄까? 아니면 웨이트 트레이닝에서 ‘목표’라는 것은, 어쩌면 나에게 ‘아끼고 아끼고 있는 한 방’ 일 수도 있겠다.


좋은 숯이 혼자서도 오래오래 불씨를 머금고 온기를 유지하다가 불씨가 약해지면 또다시 ‘후-’하고 불어서 다시 피어오르게 만들 수 있는 것처럼, 이 운동에 대한 내 마음도 시들해진다 싶으면 그때 ‘목표’라는 이름을 거창하게 붙여서 다시 한번 내달릴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웨이트 트레이닝에 대한 또 다른 애정 혹은, 애증이라도 다시 가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래도 매번 데드리프트, 벤치프레스를 할 때마다 ‘힘이 좀 남는 것 같은데?’라고 느껴지는 날에는 오늘은 좀 더 무거운 무게를 들 수 있을까 하며 내심 기대를 하게 된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안간힘을 쓰고 나면, 무게가 올랐든 아니든 간에 훈련 기록지에는 어쨌든 소소하게 달성한 하루의 목표와 성과들이 쌓여간다.


목표 달성이라고 부르기에도 소소한, 매일의 무게들이 쌓이다 보면 그것들이 어쨌든, 사람들이 때론 ’목표‘라 부르기도 하는 방향을 함께 바라보고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끝에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해야 하는 ‘목표’가 매직아이처럼 보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랬든 저랬든 어쨌든, 지금은 재밌으니 계속 무거운 거 들어볼게요.


재미없어지면, 그때 ‘목표’는 천천히 생각해 보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