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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친구 만들기 - 1

무료한 주말, '밋업'으로

집순이라 약속이 없으면 잘 안 나간다. 몸만 홍콩에 있지 마음은 우울 + 나약한 혼자만의 세계로 잠수...이를 방지하는 게 공식 모임에 참석 버튼을 누르는 거다.

밋업(meetup)에 가입했다. 전세계 도시 어디서나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을 오프라인으로 엮어주는 앱이다. 한국으로 치면 '소모임'과 '마일로'를 섞은 것? 분야도 다양하다. 스토리텔링, 블록체인, 요가, 요리, 언어교환, 꽃꽂이, 사진촬영, 천연염색, 음악연주, 파티이벤트.


나는 포토저널리즘을 하고 싶었고, Creative Photography Club에 가입했다. 카메라가 있으면 좋고, 폰카메라도 오케이.


홍콩 센트럴 라이브러리(도서관)에 일요일 3:30 집결. 사람들이 25명 정도 모여 있었다. 운영진이 에그타르트를 인원의 절반만큼 사왔다. 반으로 갈라서 나눠준다. 이때 분위기가 풀리면서 서로 인사를 한다. 내 이름은 000야. 넌 어디서 왔니? 화기애애한 분위기.


중국인, 홍콩인, 대만인,한국인, 일본인, 미국인, 인도인 골고루 섞였다.


2시간 동안 코즈웨이베이에서 North Point까지 걸으며 사진을 찍었다. 오늘의 주제는 'Old buildings'지만 뭐든 찍어도 상관없다. 지난번엔 인물사진 촬영을 주제로 서로가 사진작가 겸 모델이 되어가며 서로를 찍었다고 한다.


사진촬영 밋업의 좋은 점은,


1. 홍콩의 풍경에 좀더 정을 붙이게 된다.

더럽고 일관성 없어 보이는 건물들은 보기만 해도 답답하다. 하지만 그런 낡은 풍경마저 소중하다는 듯 찍는 사람들이 곁에 있으면 저런 누추함도 누군가에겐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존재란 걸 느끼게 된다.


2. 현지인도 외국인도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다들 영어를 매우 잘하기 때문에 소통엔 무리가 없다. 또 걸어다니는 특성 때문에 진행이 매우 루즈하다. 밋업 내내 얼굴을 맞대는 부담이 없다. 신기한 골목길이나 가게가 있으면 뛰어갔다가 찍고 오고, 옆사람에게 보여주고 얘기하고, 다른 사람들의 걸음이 더디면 기다려주고...인텐시브하지 않아서 좋다.


3. 여럿이 동행하면 뭐든 촬영할 용기가 생긴다.

신기한 가게나 풍경을 혼자 촬영하기 쑥스러울 때가 있다.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찍으면 좀더 용기내서 찍을 수 있다. (또는 찍고 무리속으로 도망가기...) 다만, 그날 코즈웨이베이에서 도메스틱 헬퍼(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지에서 온 가정부)들이 길바닥에 돗자리를 펴고 새우잠을 자거나 밥을 먹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직접 보니 충격이었다. 그들은 찍는 건 죄책감이 느껴져서 찍지 않았다.


4. 강제(?)로 도시탐험.

촬영지가 매번 바뀐다. 나처럼 이동 귀찮아하는 사람은 자신을 강제로 촬영지로 데려가는 (ㅋㅋ) 장점이 있다. 때문에 침사추이, 센트럴, 셩완 같은 번화가를 벗어나 천천히, 다양하게 보고 사람들과 풍경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11월엔 천연염색 밋업에 참가!


#외로움병방지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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