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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취업, 어떻게 했을까

어쩌면 실력보다 더 중요한 것들에 대하여

홍콩에 덜컥 와서 취업한지 1년이 넘었다.


홍콩에 왔을 때 나는 여러모로 취업하기 힘든 조건이었다.

1. 비자가 없고 2. 광동어와 중국어를 못하며 3. 홍콩에서의 인맥도 없었다.

1, 2번은 취업에 가장 결정적인 걸림돌이다. 3번은 그래도 좀 나은데 경력 6~7년 이상 되는 (이 정도면 middle management급, 즉 과장급이라고 부른다), 특히 고객 상대하는 포지션에는 중국과 홍콩 내 네트워크를 요구기도 한다.


내 장점을 분석하면 홍콩 취업에 유리한 조건이 하나도 없었다.

1. 한국어를 (매우!) 잘하며 2. 영어와 일본어 꽤 하고 3. 동종 업계에서 년간 쌓은 나름의 전문성


=> 1. 한국어를 잘하는 것만으론 큰 메리트가 없다. 영어, 중국어, 광동어를 잘했을때 부가적으로 하면 플러스가 되는 정도다. 저 한국어 잘해요! 만으로 지원 가능한 학원강사, 번역가, 한국학교 사무직은 비자 얻기가 만만찮다.


=> 2. 일본어는 거의 네이티브 급으로 하지 않으면 별 소용이 없다. 일본인들은 섬세한 말씨, 경어체에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네이티브 일본인들도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특히 일본인 고객 상대하려면, 어정쩡하게 일본어 하는 한국인은 채용되지 않는다.

(참고로 제2외국어를 필요로 할 경우, Job description에서 business leve of ~000 language is a plus: 중상급 이상으로 해도 환영이란 뜻

business or native level of 000 language is required (또는 a must): 거의 네이티브급으로 해야 뽑아줄게라는 뜻으로 보면 된다)


=> 3. 경력이 5년 이상 되면 새로운 산업분야나 포지션으로 전환하기 매우 어려워진다. 그리고 내 분야인 언론은 홍콩에서 '중국어를 못하는' 외국인 포지션이 많지 않다.

어쩌다 서류라도 통과되면, 면접에서도 '왜 전환하려 하느냐?'를 집요하게 물어보고, 최종면접까지 갔는데 '핏이 안맞는다'며 떨어뜨리기도 한다.

그리고 이건 정말 중요한 부분인데, LinkedIn, Indeed, JobsDB처럼 대규모 채용정보 사이트에 올라오는 구인문의는 대부분 5년 이하의 신입/대리급이다. 또는 연봉이 상대적으로 낮은 포지션들이다. (이게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돈 적게 주셔도 가겠숩니돠!' 하고 의지를 보여도 기업 쪽에서 망설이는 이유가, 저 사람이 우리 포지션에 만족할까 의문도 있지만 연봉이 너무 낮으면 이민국에서 비자를 안 내주기도 한다.

(비자 문제도 다음편에 상세하게 다루겠다)


수개월의 현지 구직을 거치고 내가 얻은 결론은,

6개월~1년을 버틸 생활비와 의지 (깡), 여기 와서라도 형성하는 네트워크다.

3개월에 한 번씩 마카오 오가면서 1년 이상 구직하는 외국인들도 적지 않다. 그래도 난 꼭 이곳에서 취업을 하겠다는 의지, 몇 달 안에 취업이 안되면 택할 플랜B, 그리고 가장 중요한 생활비!! 가 필요하다.


네트워크도 정말 중요한 게 한두 다리를 건너면 시니어급 면접자리에 쉽게 가기도 한다. 아무리 밤새워 정성들여서 쓴 이력서와 커버레터를 보내도 무시되기 일쑤인데, 누군가의 친절한 소개 하나로 일사천리로 면접을 본 경험도 있다.

링크드인 등 채용정보사이트, 회사 본사 홈페이지 지원 << 헤드헌터를 통한 지원 << 인맥을 통한 소개

이 각각이 10 << 40 << 100 정도의 비율로 면접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합치면 150 되는 비율 무엇? ㅋ)


물론 현지에서 네트워크를 갑자기 만든다는 건 뜬구름 잡는 소리같지만, 전혀 못할 건 없다.

어느 나라에든 한인 커뮤니티가 있다. 거기서 활발하게 일하는, 30대 중후반~50대 초반 정도의 유능한 현역 분들과 만날 꺼리를 만들면 된다. 링크드인이든 페이스북이든 이메일이든 찾아서 정말 정중하게 자기 소개를 하고, 뵙고 싶은 이유를 말하고 커피라도 한잔 하면 좋겠다고 전달하면 된다.

(이땐 너무 구차하지 않게, 그 사람도 나를 만나고 싶어하도록 소개하면서 깔끔하고 예의바르게)


실제 만났을 때 얘기가 어느정도 진전되면 미리 준비한 이력서와 커버레터를 보여주면 좋다. 준비된 사람이란 인상이 확 들 수 있다. (만나자마자 서류 보여주면 부담스러움 ㅠㅠ)


물론 나를 만나기 귀찮아하거나 바쁘니 두 달 후에 만나자거나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이 사람은 나를 만나기 싫어할 가능성이 높으니 꼭 필요하지 않으면 굳이 다시 요구하지 말자.


나는 100번 정도 이력서를 낸 끝에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알차게 일하고 있다. 돈 받으면서 배운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임하니 회사에 감사하다.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Indeed를 통해 이력서를 넣었고, 심지어 오타까지 있었던 서류와 애프터이메일 후에 통과되었다.

기업에서 원했던 잡 핏과 내 이력이 거의 니치마켓 수준으로 맞아떨어져서였다. 우연은 그렇게 찾아온다.


** 자세한 내용은 2021년 10월에 발행한 '다시 돌아보는 홍콩 취업기' 1~3편에 나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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