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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더로 사기당한 썰

한달간 굿모닝 인사의 정체

정말 부끄럽지만 틴더를 통해 사기당한 썰을 풀고자 한다.

데이팅 앱을 통한 전형적 사기가 이런것이니 여러분 주의하세요.


주변에서 틴더로 결혼한 경우가 꽤 있어서 나도 앱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굉장히 특이하게(?) 잘 생긴 놈이 영어로 말을 걸었다. 외모가 아주 근사하고 패션도 럭셔리하고 튀었다.

'넌 이 앱 쓴지 오래됐니? 난 오늘 첨이야. 나에게 진실한 사람을 찾게 해달라고 신에게 기도했는데 내 기도를 들어주신 거 같아.'

속으로 뭐 이리 바보같은 놈이 있나 싶었는데 워낙 잘생겨서(?) 놔뒀다.

그렇게 몇 번 대화를 하니 자긴 사이프러스 (키프로스)에서 산단다. 사실 같은 지역에 살면 금방 만나자고 할까봐 부담됐는데 유럽에 산다니 심리적 부담이 적었다. 얼마  서로 번호를 교환하고 왓츠앱으로 연결됐다. 어차피 멀리 있으니 천천히 연락해가며 알아봐도 좋겠단 생각이었다.


Payroll이 아니고 pay role....

넌 무슨 일을 하냐니까 사이프러스에서 건설회사를 차렸고, 자긴 civil engineer이며, 부모님은 홍콩인이지만 자긴 영국에서 태어났단다. 아버지가 자길 열심히 지원해 준단다. (사이프러스가 어떤 나란지 잘 모르니 넘어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회사 이름이 뭐냐고 묻진 않았다.)

얼굴은 전형적인 홍콩인이 아니라 태국 혼혈 느낌


그리고 아침마다 Good morning honey 인사를 한다. (웬 허니?)

어떤 날은 I miss you 란다. 방금 찍었다며 잠옷 가운 입은 사진, 이 닦는 사진도 보낸다.

나는 그냥 연락을 받기만 하고 사진들을 지웠다.

그렇게 자그마치 한 달이 흘렀다.


2월 초 어느날, 자기가 프랑스에 가서 사업 수주 경쟁을 할테니 기도해달란다. 비행기에서 환하게 웃는 사진과 함께...그러더니 바로 다음날, 자기 회사가 사업권을 따냈단다. (그렇게 빨리?!)

기뻐서 나에게 줄 선물을 샀단다.

'너랑 직접 볼 때 전달받았으면 좋겠는데' 하자 '내가 지금 갈 수 없는거 알잖아'란다.

그래, 지금 바이러스 때문에 못오지...

회사 사무실로 보내라 했다. 홍콩에선 회사로 개인 택배 받는게 꽤 흔하다.


이틀 후, 국제특송을 보냈으니 체크해보라며 트래킹번호를 왔다.

http://fastway-shipping.cf (클릭하지 마세요!!!)

tracking number: 41MEQ어쩌구저쩌구.

클릭했더니 소포가 transitioning 중인데 18kg고, 목록이...

Flower, Diamong Ring, Watch, Gucci Handbag, Fendi Handbag, Two Gift Cards, Brown Envelope, iPhone11 MaxPro


이게 다 뭐여???? 이거 뭐하는 놈이여????

너무 당황스러워서 너 나랑 영상으로 통화좀 하자니까 즉답을 피한다. 자기가 시간있을때 전화하겠단다.

Brown Envelope에는 5000유로가 들어있으니 허니 쓰고싶을때 쓰란다.

어쩜 이때까지도 이 사람의 정체 자체엔 의심을 안했을까? 완전 바보


몇 시간이 지나 밤이 되자 좀 이성을 되찾았나보다. 수상한 느낌이 왔다.

다시 웹사이트에 접속했다. 가만, 보니...웹사이트가 여러모로 이상하다.

.cf가 어느 나라 도메인인지 구글링해보니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이란다. 웹사이트에 나온 대표번호는 +357로 시작하는 사이프러스 번혼데 이놈이랑 번호 끝자리 하나만 다르다. 배송회사 위치는 프랑스로 돼있다. 웹사이트엔 '주의 요함'이 떠있다.

회사소개 About us에 들어가니 세계 탑10 회사란다. 웃기고 있네...구글해도 안 나온다. 이름이 같은 Fastway란 호주 회사는 로고가 다르다.

자세히 보니 transition이라는 그림 부분도 어설프다.


아, 소포 자체가, 사람 자체가 가짜구나.


너무 놀라서 지인들 통해 어떻게 대처할지 묻고, 핸드폰 초기화하고 두 개의 맥북 바이러스 검사를 했다.

아는 언니가 전형적인 데이팅 앱 사기라면서, 주변에도 보이스피싱 5명쯤 당했는데 심지어 2명은 전문직이라고...너무 자신을 탓하지 말라고 달랜다.

그리고 곧 니 선물이 세관에 묶여있으니 돈 입금하라고 문자 올거란다.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놈 영어가 굉장히 어설프다.


사실 여기서 완전히 연락을 끊는게 정답인데, 그냥 넘어가기 싫었고 대부분의 증거를 지워버려서 대화를 좀 끌었다. 그리고 좀 장난을 치고 싶었다 (...)


'너 사진 다 없어졌어. 사진좀 다시 보내줘.'

'근데 선물이 왜 이거밖에 안돼?'

'나 어제 사실 다른 남자랑 연애했어. 니가 내 타입 아니라서'

'넌 너무 못생겼고 영어도 못하고 홍콩에 있지도 않아.'


그랬더니 갑자기 sXX에 꽂혔는지 나보고 야한 사진을 보내달라고 조른다 (...)


아니나 다를까 이틀 후. 홍콩번호 왓츠앱으로

'당신의 선물을 받으려면 공항 clearance를 통과해야 하니 16520홍콩달러 (한화 약 250만원)를 보내십시오'

'입금 정보는 어쩌구 저쩌구'


계속 연락이 온다.

이놈도 결제일이 되니 갑자기 하루에 몇번씩 전화를 한다. 너무 웃긴게

'나 웹사이트랑 트래킹 번호 잃어버렸다'고 했더니 대뜸 전화를 걸어서

'I just sent you. Okay? Okay. Bye.'하고 끊는다. (잘 하는 말이 오케이밖에 없다...)

발음을 들으니 아랍 또는 인도/파키스탄계 사람이다.

영상통화 전환하려니까 거부한다.


이렇게 나에게 결국은 사기쳤다는 증거들을 다 모은다음에 놀렸다.

'너 정신좀 차려. 너가 이짓 하는거 아버지가 아시니?'

'넌 이 직업에 너무 재능이 없는거 같애. 잘 못하겠거든 하지마. 니 영어 너무 구려.'

'영국 태생이라고 거짓말하려면 영어 공부좀 더 해라'


이러자 막 성질을 부리기 시작한다.

'내 영어를 모욕하다니! 넌 정말 대화할 줄 모르는 사람이야!'

'넌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어!'

'아버지는 나를 자랑스러워해!'



ㅋㅋㅋㅋㅋ

아니 너가 정말 런던대학을 나오고 영국에서 태어났으면 왜 모욕을 받니?


아무튼 한 달 동안의 굿모닝 인사는

사이프러스 가짜애인-중앙아프리카공화국 웹사이트-홍콩 택배맨 3개국 공조의 사기로 결론났다.


틴더엔 사흘전 신고를 했으나 아직 답변이 없다.

주변에 물어보니, 괜히 경찰서가서 시간낭비하지 말고 무시하란다. 지금 홍콩경찰이 일개 외국인 보이스피싱 (금전 피해도 없는) 신경쓸 겨를이 없다고...사기꾼들이랑 대화는 왜 했냐고 친구에게 혼났다. 찔끔 ㅠㅠ


그나저나 이 잘생긴 남자는 대체 누구여. 정말 내가 찾아주고 싶다. 니 사진 이렇게 도용당하고 있다고.


브런치 운영자님: 문제되면 삭제할게요.


여러분 모두 계정 비밀번호 자주 바꾸고 인터넷 보안 신경씁시다.

자기가 너무 예쁘거나 잘생겼으면 사진 전체공개하지 맙시다. 이런 용도로 쓰일수 있습니다. ㅋㅋㅋ


덧: 나의 검색병(...)으로 사진 피해자 찾아냈다. 타이베이에서 웨딩이랑 방송용 메이크업하는 아티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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