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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레기였을까? 다시 시험받는 언론인 자질

이직하고 쓰는 새 회사 이야기

홍콩에 온지 1년반 만에 이직에 성공하고, 새 회사에 첫발을 디딘 지 5주가 되었다.

홍콩은 보통 (직급에 관계없이) 새 회사로 옮기면 3개월 수습기간을 거친다. 영어로 probation period라고 한다. 이 3개월간은 고용주도 피고용인도 서로의 호흡이 잘 맞는지 보자는 기간이고, 고용주는 첫 2달간은 아무 통보없이 피고용인을 당장 해고할 수 있고, 마지막 1달간은 2주 전 노티스를 주고 해고할 수 있다. (회사마다 룰은 조금씩 다르다)


오늘은 새 회사 소개와 함께, 지난 5주간의 트레이닝에 대해 써보려 한다.


회사는 영국계 금융언론사고 12개 브랜드가 있다. 한국언론사에 빗대어 설명하자면 한국경제신문이란 언론사가 있고, 부동산/벤처캐피탈/사모펀드 등 각각의 투자분야에만 집중하는 웹사이트와 매거진들이 따로 있는 것이다. 나는 인프라스트럭쳐 투자 트렌드와 소식을 집필하고 있다.


팀원들은 홍콩에도 있지만 유럽과 호주에도 있어서, Slack과 Zoom을 통해 대화한다. 또 웹사이트 페이지뷰를 체크하는 툴, 뉴스레터 발송 툴, 인포그래픽 작성 툴, 팟캐스트 등을 기자들이 직접 사용하기도 한다.


가장 큰 변화는 '기레기' 란 소리를 들을 가능성은 당분간 없을거란 것. 직접 그 말을 들은 적은 없지만, 그동안 거쳤던 회사들에서 먼저 요구받는 것은 글 쓰는 속도와 생산량이었다. 새로운 회사는 뉴스가 하루이틀 늦어도 정확성을 최고로 중시한다. 어떤 투자소식을 전하면 제목에 '최대 1000억 투자 약정'인지 '1000억 투자 확정'인지 올바르게 밝혀야 하는 건 물론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걸 지키지 않는 언론사가 태반이다)


얼마전엔 한국발 보도자료를 갖고 좀 급하게 썼더니 여러 군데 지적받았다. 생소한 용어 설명, 전후 맥락을 정확하고도 간결하게 삽입하는데 오래 걸렸다. 그러고도 결국 회사의 방향성과 100% 맞는 기사는 아닌게 됐지만, 속상할 정도로 지적받은 만큼 더 좋은 글쟁이가 될 수 있을거라 믿는다.


한국에서도, 이전 회사에서도 제1순위로 강조하진 않았던 - 하지만 가장 중요한 - 팩트와 정확성에 헌신하는 태도를 길러줘서 벌써부터 고마운 회사다.


회사이야기는 또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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