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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웠던 어제 저녁

연휴의 끝을 두고

홍콩도 서울과 마찬가지로 4일 연속 휴일이었다. (석가탄신일, 노동절, + 주말)

석가탄신일인 4월 30일 목요일은 안절부절 못 하다가 (다른 국가 동료들 다 일하는데 나만 안하니까 이상;;)

5월 1일엔 작은 해변도 다녀왔고, 5월 2일인 어젠 일 관련 지식좀 쌓아보겠다고 카페에 책과 노트북 들고 갔다가 눈만 아파서 돌아오고, 오늘 오전까지 눈이 아파서 늦잠을 잤다.


요즘 뒷북으로 응답하라 1988도 몰아쳐서 보고,

코로나도 끝나가고 여름이 되어선지 - 그동안 눌러왔던 쇼핑욕구를 발산하느라 새벽까지 온라인샵을 보고,

모든게 너무 어려운 새 직장 - 사모펀드, 대체투자, 영어, 새로운 회사에서 지킬 룰...

뭔가 틀렸나 싶어 조마조마한 맘으로, 신중하게 하지만 빠르게 다국적 동료들과 소통해야 하는 것

아직 이직 후 프로베이션 기간 (3개월)이라 나를 잘 보여야 하는 것

이런데서 온 스트레스와 여러가지 감정들이 섞여있었다.


응답하라 1988 9화를 보고 있는데,

맨날 소리지르고 투닥거리고 잡아먹을 듯이 분노하는 가족이지만 사실은 사랑한다는 것-

우리 가족은 나를 얼만큼 사랑하고 있을까, 어떻게 그리워하고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서럽게 눈물이 터졌다.

침사추이 앞 하버. 저녁 7시경 어스름지는 푸르른 하늘


왜 울어? 라고 누가 물으면 대답이 어려운데,

언제까지나 내 곁에 있겠다는 사람과 함께 했으면

여전히 낯선 (앞으로도 낯설) 환경에서 스스로 인생의 가치를 확립했으면

그리고 젊음을 잃어가도, 혹여 직장이나 친구를 잃고 돈을 잃더라도 장기적인 (또는 영원한) 삶의 가치를 쥐고 살아갔으면 좋겠다.


삶의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선택의 과정에 확신이 있으려면 나 자신을 더욱더 잘 알아야 한다.

내가 여기서 겨우 취한 직업과, 지금 내곁의 사람이 떠나가더라도 외롭지 않을 것

그러려면 내 경제적 상태, 소비의 기준을 확실히 세우고 인생 목표를 세울 것

'무엇을 할까' 이전에 '무엇을 위햐여 살까, 그걸 어떤 방법으로 나답게 실현할까를 치열하게 고민할 것


지금 이 현실의 순간에만 충실하다고 삶이 단단해지는 건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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