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전에, 죽고 싶지 않아!

by 김소영

‘폐암이신 것 같네요’ 지난달 의사에게 들은 말입니다. 이제 막 서른 중반에 들어 선 제게 이 말은 꿈처럼 들렸습니다. 악몽 이라기보다는, 믿어지지 않는 현실 같았으니까요. 2주 이상 병원을 드나들며, 5킬로 이상이 빠지고, 얼굴도 환자의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제가 진짜 스스로를 암 환자 취급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아프기 전에 전, 마흔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요즘의 마흔은 예전의 서른이라는 말 때문일까요. 마흔 전에는 무언가 해내고 싶었습니다. 작은 책방을 열어 글도 쓰고 싶고, 책도 내고 싶고, 좋은 엄마이자, 성공한 사람이고 싶고, 누구나 그렇듯 마흔 즘에는 뭔가 달라져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죽을 수도 있다니요. 갑자기 내일이 없어진 기분이었습니다. 기대도, 미래도, 계획도 전부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만, 확실히 알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제대로’ 살아오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일에 쫓기고, 또 돈에 쫓기며, 건강과 가족과 꿈과 같은 사랑해야 할 것들을 놓치고 살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서른 중반이 되어서야, 정말 가치 있는 것들을 변두리에 두고 지내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일 해야 할 때야, 지금은 벌어야 해, 아직 젊잖아’


삶의 변두리에 진짜 아껴야 할 것들을 미뤄둔 채, 사실 가장 중요하지 않은 것을 맨 앞에 두고 달려왔습니다.

‘마흔 전에, 내 삶에 주인으로 살고 싶어’ , ‘그럼, 죽지 않아야 해’


남은 시간이 많지 않으니, 오늘 시작해야 했습니다. 3주라는 길지만, 짧은 시간 동안, 사랑하는 이들에게 내가 정말 많이 사랑한다고 말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단념했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 다짐했습니다. 삼시 세 끼를 먹기 시작했고,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글을 썼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대로 삶을 마무리하게 된다 하더라도, 나는 행복한 사람으로 생을 마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3주가 지난 후, 조직검사에서 암이 아니라는 결과를 들었습니다. 남편이 갑자기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믿지 않아, 울지 않던 남편의 눈물샘이 터져버린 것이었습니다. 의사는 행복해하셔야 한다며, 웃으셨습니다. 다시 태어난 기분이 이런 걸까요. 폐에 있는 염증이 사라진 것도 아닌데, 갑자기 아프지 않은 것도 아닌데, 새 삶을 얻은 기분이었습니다.


삶은 이토록 가혹하지만, 아름답게 제 삶을 돌아보게 해 주었습니다. 일도 꿈도 사랑도 내가 살아있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사실이 나를 더욱 사랑하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도 몰랐던 인생에서 내가 가치 있게 두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등불을 밝힐 때처럼, 케이크에 불을 붙입니다. 새 삶을 살 차례이니까요. 마흔 전에, 죽지 않고, 내 삶에 주인공이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합니다.


당신은 어떤 가요? 지금 행복한가요? 삶의 주인공으로 살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