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이야기 1

주인공으로 사는 사람

by 김소영

병원은 늘 만차다.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오느라 늦어서인지 아님 마음이 급해서 인지 심장이 쿵쾅 거리다 못해 경적 소리 같아 내가 경적을 누르고 있진 않은지 확인해야 했다. 내가 사랑하는 이와 누군가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벽들 사이에 누워 기도인지 한탄인지 모를 것을 내뱉는 모습이 연신 떠올라 좁은 주차장에서 나는 차를 급하게도 몰았다. 병원에서 우리는 기도로 기적을 바라고, 원망과 감사의 뒤섞임 속에서 광야에 놓인다. 그리고 시간이 자꾸 뒤로 걷는다. 막을 수가 없다. 한 발을 내딛을 때마다, 후회는 뒤로 두 발짝씩 걷는다.

병원으로 가는 길, 생업에 필요한 문제집을 사러 서점에 들른 서점에서 받은 작은 선물. 그 작은 위로도 아쉬워 계속 이를 만지작 거리며 에스컬레이터에 올랐다. 숨 한번 크게 쉬고, ‘괜찮으실 거다, 괜찮으실 거다’ 되뇌며 걸었다.


수술실 앞, 남편과 함께 작은 형님이 앉아 계셨다. 무척이나 닮은 두 얼굴은 수술실 앞에서 만나도 반가웠다. 거의 끝나간다 들었는데, 내가 오고도 두시 간 남짓한 시간이 지났다. 아이들 얘기를 했다. 웃을 수 있었다. 연신 떠는 남편의 다리를 잡았다. 큰 형님은 회사에 출근하셨다 들었다. 병원을 오가며 연차를 너무 많이 써서였다. 남편의 전화기가 울렸다. 전화기 너머로 큰 형님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수술 끝났지? 잘 끝났지?”

“아니”

“뭐가 아니라는 거야? 잘 안 됐어?”

“누나 진정해, 아직 안 끝났어”


안심하시는 것 같았다. 소리라도 지를 것 같다가, 이내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딸 학교는 잘 갔다고 고맙다고 말했다. 형님은 너무 바빴다. 새벽에 한 시간 차를 몰고 와서 병원에 왔다가 아버님이 수술에 들어가시자마자, 차를 몰고 아이 학교 준비를 위해 다시 한 시간을 달려갔다. 그리고 출근했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일상이라고 하기에도 너무 버거워 보였다. 나는 형님을 자주 볼 순 없었지만, 거의 모든 일을 형님이 하시는 것쯤은 누구나 알 일이었다. 그렇게 바쁜 중에도 늘 아이들에겐 친구가 되어주셨다. 아이들과 마구 뛰어놀다가도 빠진 머리를 가리려 쓴 모자를 아이들이 치기라도 하면 아이처럼 시무룩해지셨었다. 병간호를 하는 이를 아프게 하는 건 과연 누구일까. 병원일까, 환자일까, 나 자신일까. 이런 질문이 연신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형님은 어딜 가나 주인공 같은 사람이었다. 눈에 띄게 아름다운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늘 마지막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게 언제가 되었든, 밥을 먹자고 했다. 늘 웃고 있었고, 눈치 보지 않는 사람이었다. 어머님 안 계시는 상견례 자리에서 어머님 역할을 하실 분이 식사를 엄청 열심히 하셨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예의가 없다 생각했었지만, 또 덕분에 그 불편한 자리에서 많이 웃었다. 형님은 그런 분이었다. 자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 늘 삶의 중심을 사는 사람. 주인공의 삶을 사는 사람이었다. 본인은 모르실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때론 밉기도 했다. 주변은 전혀 살피지 않는가 의심했었다. 그러나 그녀에게 사실 중요한 건 먹고사는 일이고, 아이와 아빠를 먹여 살리는 일이었기에, 그 어떤 것도 크게 중요하지 않았던 것뿐이었다. 삶은 그녀에게 가혹했고, 웃고 사는 것은 그녀의 최후의 방어 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열심히 사는(열심히라는 단어 말고는 다른 단어를 못 찾겠다) 모습은 형님을 더 주인공의 삶처럼 보이게 했다. 적어도 내겐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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