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대로 살고 싶어
밝을 소에 가득 찰 영. 이름과는 많이 다르게 살고 있다. 이름처럼 살고 싶었다. 세상이 무너져도 나는 빛을 향해 나아가겠노라고 터무니없이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세상에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들이 있다. 현재를 소중히 여기지 않고선 미래도 없다는 것과 세상이 이렇게 어두울 찐데 소영 할 수는 없다는 것. 허무주의도 시니컬한 것도 아니다. 다만 세상이 어둡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세상 속에서 가만히 있고 싶지 않다. 이것은 오기와 같은 다짐이다. 내가 한걸음 내딛지도 못할 만큼 무력할지라도 나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것. 세상에 뚱뚱한 시인은 없지 않은가. 그들은 전부 말랐으며, 대체로 가난하며, 자주 게을러 보이지만, 그들이 자연을 유유히 걷는 것과 작은 것들을 어여삐 여기는 마음은 그들을 마른 채로 살찌운다. 가난하면서도 풍족하고 싶은 양립적인 마음이 혼란스럽다. 나는 대체로 마르지 않고, 대체로 가난한 마음의 소유자라, 거울을 수시로 본다.
표정이 어두웠나 보다. 남편이 말을 걸었다.
‘삶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어’
운전대를 잡은 손이 떨렸다.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 없다는 것이 늘 문제다. 행복해 보이는 친구들이 많이 없다. 친구 중 네다섯은 선생님이고, 은행원이자 엄마이며, 대체로 아프다. 안 그래도 숨쉬기 힘이 드는데, 자꾸 옥죄어 오는 숨 쉴 틈 없는 세상에 나는 오늘도 나의 이름과는 다른 삶을 산다. 그리고 기도한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내가 책 혹은 삶에 매몰되지 않고, 세상으로부터 눈 돌리지 않고, 마주할 수 있게 해달라고. 늘 배울 뿐, 비난치 않게 해달라고.
무력함에 고통스럽다. 얼마나 많은 곳에 눈을 두어야 그저 서성이지 않고, 써 내려갈 수 있을까. 시도 삶도 대화도 관계도 정치도 육아도. 어느 것 하나 자신이 없고 잘하는 것이 없어 나는 효능감 없는 사람으로 주저앉는다.
내게 계속 시를 써 달라고 했다. 포기하지 말아 달라고. 세상에 아직 희망 있음을 노래해 달라고. 나도 그렇다. 독재와 전쟁, 죽음과 눈 감음에 대해 슬퍼하면서도 노래하길 멈추지 않고 싶다. 세상이 뒤집히는 것을 노래하는 채로 보고 싶다. 세상의 지영들이 그들의 목소리를 내었을 때처럼 세상의 소영들이 한바탕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
내가 바라온 평범은 부도 명예도 아닌, 건강하게 웃을 수 있는 세상. 이름대로 살 수 있는 세상. 시인이면서도 웃을 수 있는 세상.
지혜이기도, 사랑이기도 하며, 은혜이기도, 또 슬기이거나, 인아이기도 한 나의 친구들이 지지 않고, 아직 오지 않은 평범한 세상을 보았으면 좋겠다. 마른 채로 건강한 나의 웃음을 함께해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