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감기>

여름 사춘기

by 김소영


’항암 끝. 글쓰기 시작’

이라고 대차게 시작해 놓고, 여름 감기에 덜컥 걸려버렸다. 회복이 덜 된 탓도 있겠지. 열심히 살지 않기로 해놓고 열심히 살기를 놓을 수가 없다.

나의 노트북도 곧 잠자기 모드에 들어간다고 하는데, 나도 이 여름은 자면서 나야 하는 건지. 한번 쳐진 속도는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누워서 생각했다.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할까. 아픈 삶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부단히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가 어렵다. 이것은 무기력이 아니라 ‘무력’의 단계이다.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가는데도 쉽게 적응이 되질 않는다. 그 시간 동안 브런치는 고장 난 바퀴처럼 삐걱거리며 굴러가고 있었고, 소설 쓰기는 엔진 고장으로 누워있다.

읽어야 쓰지.가 아니라 써야 쓰는 것인데, 전에는 일하느라 바빠서, 지금은 아파서, 다음 변명은 무엇이 될 런지. 다이어리에 공모전이라고 써 놓고 지나친 날들이 그저 지나쳐만 간다. 내 삶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시작한 글쓰기를 놓아버리면, 나는 무엇을 하는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가. 직업이 없는 주인공은 없지 않은가. 쉬고 싶지 않다. 잘 쉬는 삶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되뇌이면서 살아왔다. 이래서 불로소득과 파이어족을 꿈꾸게 되는 것인가. 나도 MZ이면서 아닌 척, 같은 고민을 하면서 뭔가 더 고상한 사람인 척하는 것이 우스워서 웃었다. 이런 것이 정체성의 혼란이라는 것인가. 주류이면서 비주류이고 싶고, 놀고 있지만 돈은 벌고 싶은 아이러니한 마음. 우리는 왜 이렇게 일하기 싫어하면서 일하고 싶어 하는 걸까.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좋아하기는 하는 걸까. 사실 시작해 보면 똑같이 싫어지는 것은 아닐까 덜컥 겁이 났다.


한낮에 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버텨보자.

폭염 속에서 뒤엉킨 고민들이 감기와 함께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니까. 타이레놀과 아메리카노를 같이 마시면 안 된다 했던가.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여름 감기니까. 여름 사춘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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