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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작은시

유작

by 김소영

당신을 원망치 않기로 했습니다

아무것도 남기고 가지 못한 다고 해도

체념치 않기로 했습니다

내가 기도로 배운

그 모든 것들이

그저 밤을 떠도는 바람보다

곁이 돼주지 못한다 하더라도

당신 곁으로 나를 불러

허공에 떠도는 슬픔만

남긴 채 사라진다 할지라도

여기서 펜을 놓지 않기로 합니다

살아있다면 유작일리 없으니까요

살아있다면 원망치 않기로 했던

약속 지키지 못해도

체념한다 할지라도

내가 사랑한 모든 것이

곁에서 나를 불러

줄 테니까

당신 곁에서 유작으로만 남지 않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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