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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작은시

눈 위에 앉았다

by 김소영

눈 위에 앉았다

찬 것이 겨울만은 아니었다

우리는 모두 고드름

물로써는 가장 뾰족하게 날을 세우고 옹기종기 앉아

완전히 얼지 않은 채로

세상을 향해 거꾸로 선다

녹고 싶다

녹은 채로 영원히 흐르고 싶다

봄이 오지 않을 거란 소식에도 소란 떨지 않고

내내 흐를 날을 그리며

마침내 올 봄을 향해 웃고 있다


우리, 눈 위에 앉았다


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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