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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작은시

당신이

by 김소영

머리가 까딱까딱 넘어갈 때에

편하지도 않은 어깨를 쓱 내밀던

당신이


병을 입에 달고 살던 내게

원하지도 않던 빵을 쓱 넣어주던

당신이


무얼해야 그렇게 작은 몸으로도

큰 존재가 될 수 있는지

나는 몰라 서럽다


무얼해야 그렇게 마른 몸으로도

어깨를 내어줄 수 있는지

나는 몰라 나는 모른다


목 끝에서 터져 나오는

미안함

혀 끝에서만 맴도는

고마움


하릴없이 지나는 이 영겁 같은 시간 속에서

영원을 아는 이에게

나를 가지시라고 고백조차 하지 못한다

너무 아까워서

영겁도 영원도 없으면서

영원을 아는 이에게

나를 가지시라고 고백했을 그가 아까워서


아프다, 당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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