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파이어 족이 아니잖아요?

by 김소영
파이어 족이란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줄임말로 30대 말이나 늦어도 40대 초반까지는 조기 은퇴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20대부터 극단적으로 소비를 줄이고, 은퇴 자금을 마련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주로 고학력, 고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확산되어 왔으며, 수입의 70~80% 이상을 저축하는 등 극단적 절약을 실천한다.(출처 : 지식백과)


오늘도 어제도 파이어 족과 관련된 기사들을 마주했다. 종잣돈 5억을 부동산 사업으로 14억까지 불려 조기 은퇴했다는 아기 아빠에서부터, 대기업 퇴사 후 재테크로(이들은 아이가 없다) 10억 가까이 마련하여 은퇴했다는 부부 이야기까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파이어족 성공담(?)을 보며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솔직히 부러움이었다. 그리고 나와는 먼 이야기라는 신세 한탄이 그다음. 그리고 그 신세 한탄과 함께 기사를 째려보며 든 생각은 ‘이건 파이어족이 아니잖아?’였다. 고학력, 고소득 계층의 그들이 대기업을 다니며 번 돈으로 은퇴자금(대충 연 3-4천 정도)을 마련했다는 사실은 맞지만, ‘Fire!’ 즉, 불타오르게 열심히 사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대기업을 다닌 다는 것 자체가 힘들게 일한다는 거 아니야?’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여기서 파이어(Fire)의 의미는 힘들게 일’만’한다는 것이 아니라, 소비 자체를 극단적으로 줄이고, 저축으로 재산을 불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요즘은 물론 부동산 사업이나 재테크로 수입을 재생산하는 것도 일종의 사업 즉 일이라고 생각한다지만, 과연 이들 수입의 재생산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이것을 노동으로 보아야 하는 가는 의문점이 남는다. 그들의 삶의 방식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현실에서 이들을 파이어족으로 분류하게 되면, 그동안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단점이라고 여겨졌던 ‘돈으로 무엇이든 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가르치는 일 밖에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목소리를 높인다. 돈을 많이 벌어서, 빨리 은퇴하면, 그만큼 큰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기반으로 한 파이어족 자체는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어쩌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흐름이겠지만, 소위 말하는 금수저 은수저들이 혹은 코인이나 부동산을 통해 빠른 시간 안에 큰돈을 번 이들이 파이어 족으로 분류된다면 과연 얼마나 더 많은 이들이 상실감에 빠져 삶을 잃어갈 것인가에 대해 우리는 책임감을 가지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는 부를 낳고, 빈은 빈을 낳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틀리기도 하고 맞기도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그들의 삶을 부정할 만큼 큰 의미가 된다. 그리고 이것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 버리기엔 우리의 삶이 너무 고되다. 우리의 부모 세대가 IMF와 금융위기를 겪고 나서 큰 충격에 무뎌진 것처럼(이것은 다시 일어나고자 하는 삶의 의지를 꺾는 형태로 나타난다), 우리는 여러 번의 재난 상황을 겪으면서 우리의 삶이 언제 송두리째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모두 안고 살아가고 있다. 이것은 앞서 말한 것처럼, 일하고, 살아가는 것의 가치를 상실시킨다. 더 이상 열심히 일해서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일은 부를 창조할 수도, 가족을 얻을 수도, 자식과 행복한 노후를 누릴 수도 없게 한다. 즉 일을 많이 하는 것은 이후의 행복을 보장하지 못할 뿐 아니라, 현재의 행복도 보장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후의 행복을 위해서 현재를 희생하면서 일하는 파이어족의 길을 정말로 가야 하는가? 그것은 당연히 개인의 선택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우리가 가는 길의 경로가 혹은 시작이 맞는 것인가부터 분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저로 사람을 표현하는 방식을 이해할 수 없는 나로서는 출발선부터 한참 뒤에서 시작하는 우리네 삶이 서글프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의 현재의 위치까지, 행복의 기준까지 낮추고 시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힘든 게 삶이지, 그래야 행복도 아는 거고’ 아빠가 한숨 섞인 숨을 고르며, 삼키듯 내뱉은 말이었는데, 당시에는 그리고 때때로 지금도 그냥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하는 소리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내가 가는 이 길이 행복하기 위해선 값진 노동과 긴 여정이 필요하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 삶이 성공한 삶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행복은 결국 마지막에 내가 평가하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평생 노력한 삶이 값질 수도, 파이어족의 삶이 더 값질 수도 있지만, 그 평가는 결국 내가 내리는 것이라는 것. 그리고 아직은 미지의 그 길 위에서 경로를 이탈하여 가치 없는 길을 선택하는 실수는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 파이어족인가요? 그럼 스스로에게 먼저 질문해보세요. 나는 정말 파이어족인가. 그럼 왜 그 길을 가려하는가. 그 길이 맞는가. 나의 이 선택이 내 행복을 위한 길이 맞는가.






수저


나는 아이에게 사랑만을 물렸다

숨 고르기조차 어렵던 시절 내내 줄곧


서른에 난 새치를 숨기려 해 봐도

짧은 머리만 아쉬웠다


퉁퉁 불은 젖에 젖은

목 늘어난 티셔츠도

네가 울면

눈을 감았다

오천 원짜리가 그럴 수밖에


찬밥 먹고 커피 마시며

살은 찌웠어도

내 아들은 남부럽게 길렀다


퇴근하는 출근길에도

어김없이 웃음을 사 가지고 갔다


그런데 흙수저라니


사랑을 물리고

아들이 흙수저가 된 후에

나도 같은 수저가 되었다


아이들은 자라 모두 수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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