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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nah Jul 04. 2021

미니멀이 좋은 건가?

'엄마, 미니멀이 뭐야? 좋은 거야?'


아홉 살 아들은 눈을 반짝이며, 미니멀이 좋은 거냐고 물었다. 선뜻 대답할 수 없어, '꼭 필요한 것만 가지고 사는 건데, 좋은 건지는 엄마도 모르겠어'라고 퉁명스레 대답했다.


인테리어도 옷도 책도 개성도 인간관계도 전부 미니멀한 게 좋다 말하는 세상이지만, 사실 미니멀하려면 맥시멈(?) 해야 하는 아이러니가 있다. 제일 좋은 것만 남기고, 전부 버리려면, 제일 좋은 걸 가져야 하는데, 그러려면 '돈'이 든다. 처음부터 제일 좋은 것을 사려하면 처음부터 큰돈이 들 테고, 가성비를 따져 적당한 걸 사서 망가지거나, 다시 사야 하는 경우, ('미니멀'을 유지하기 위하여) 전에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사야 하기에 또 돈이 든다. 결국, 어떤 경우의 수를 따져도 돈은 '맥시멈'을 따라가게 되어있다.


소위 말하는, '나 때는...'으로 시작하는 어른들은 없어서 못 먹고, 못 사셨다하지만, 사실 현재 30대인 '나 때는...' 어려워도 먹을 건 먹고, 입을 건 입고 살았다. 그리고 하나 있거나 혹은 없는 형제자매에 치이기보단 친구처럼 연인처럼 늘 함께하고 나누며 살아왔다. 동생은 경쟁 상대이기보다는 다른 외부의 경쟁 상대에게 한방 맞았을 때, 엄마보다 훨씬 더 날 잘 알아주는 나의 동료였다. 그렇기에 나는 동생이 없는 '미니멀' 라이프를 원하지 않는다. 화장품을 사도 2개를 사고, 좋은 옷은 두 벌 사서 돌려 입었다. 그리고 부모님의 의견은 깡그리 무시한 체 셋이었다면 세 벌을 돌려 입어 더 좋지 않았겠냐며 우리끼리 낄낄 좋아했더랬다.

이렇듯 난 '미니멀'을 썩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물건에 치여 살면 삶이 없어진다는 말,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다.

우린 늘 그래 왔다. 남으면, 나눈다.

그리고 나누면, 행복이 배가 된다고 그렇게 배웠다.

그런데 제일 좋은 것 하나만 가지고 있는 요즘의 우리들은 나눌 것이 없다. 내 것이 제일 좋은 것이고, 딱 그거 하나뿐인데, 어떻게 나눠? 나라도 못 나눈다.


아이를 키우면서 정말 '미니멀'이 어렵다는 걸 새삼 더 느낀다. 한참을 고민하여 고르고 골라 하나를 사면, 또 다음 단계 '육아 템'이 필요하고, 또 그 마저도 더 좋은 걸 살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매몰되기 일쑤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집은 짐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금세 또 빨리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힘들어진다.

사실 처음부터 제일 좋은 것을 살 필요는 없었다. '국민 육아 템'이라 붙은 것들도 전부 내 아이에겐 맞지 않았으니까. 때론 제일 싼 로션이 제일 잘 맞을 때도 있었고, 한 번 아니라고 생각했던 장난감이 좀 지나니 좋았던 적도 있었고, 어디선가 공짜로 받았던 손수건이 애착 물건이 되기도 했다. 아이를 키울 때는 여러 개를 써보고, 우리 아이에게 제일 잘 맞는 것을 찾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었다. 빨리 찾으면 돈이 절약되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니 미니멀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이고, 미니멀로 키워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지도 않은 것 같다. 그런 삶을 원하는 많은 이들이 귀향하거나 도시 외곽에 있는 전원주택에서 자연을 벗 삼아 아이들을 키우는 모습을 보여주시지만, 이 마저도 또 '돈'이 많이 든다.

둘이 일해야 먹고사는 평범한(?) 워킹맘에겐 미니멀도 사치인 것이다.


아직 30 초반이기 때문에, 아이가 없거나 결혼하지 않은 지인들이 많이 있는데, 요즘엔 정말 많이들 아이 낳기를 꺼려한다. 어떤 지인은 부모님이 키워주신다며   벗고 나서며, 통장도 손에 쥐어주는 데도 아이는  낳겠다고  박았다고 했다.

돈 많이 든다면서, 아이를 낳으라고? 그것도 많이?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아이는 축복이다.

제일 좋은 집에 제일 좋은 차를 끌며, 제일 좋은 직장을 다니며, 제일 좋은 사람과 살아도, 아이가 없다면 절대 느낄 수 없는 행복이 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비혼을 꿈꾸고,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가 없는 '딩크'의 삶을 꿈꾸지만, 사실 그건 꿈이 될 수 없다. 아이가 없이 '미니멀'한 삶, 좋지 않다. 어떻게 그렇게 단호할 수 있냐고? 당신이 지금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머릿속에 떠올려 봐라. 엄마나 혹은 아빠, 연인이나 친구, 반려견이나 반려묘일 우리의 그 사랑하는 이는 'Once upon a time, ' 아주 아주 오래전 '아가'였다. 세상에 태어나 그들을 가장 사랑해 준 이들은 그들이 준 사랑보다 받은 사랑이 훨씬 크다고 생각하며 힘든 일상을 기쁨으로 바꿔 살았다. 그리고 그 아가들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이로, 아이가 없어도 괜찮다 생각할 만큼 사랑하는 이로 성장해 당신 눈앞에 서있는 것이다. 만약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당신도 아가였던 그 시절 누군가에게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이었다.

그저 보잘것없는 아이 둘 엄마인 나의 말을 믿고, 덜컥 아이를 낳아 기를 수는 없겠지만, 한 번 낳아보라고 말하고 싶다. 100% 품질보장(?), 써보시고 효과가 없으시면 환불해 드린다는 요상한 광고 문구처럼 한 번 낳아보면 절대 안 낳을 걸 그랬다 생각진 않을 거다.


'미니멀'? 좋다. 그렇지만, 제일 좋은 걸 남기는 건 사실 제일 좋은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엄마, 아빠 중에 누가 더 좋아?' 이 질문에 가장 현명한 대답은 둘 다라고들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들 중에 더 사랑하는 사람을 고르는 일은 무엇보다 어렵다. 그 질문의 답으로 인해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내게 있어서 부모와 아이 중에 더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 둘 다 전혀 다른 마음으로 사랑한다. 그리고 그 마음은 모든 이에게 동일하다. 아이를 버리고,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만 남은 삶. 분명 행복하겠지만, 그것이 당신의 삶에서 가장 행복한 일상일 리는 없다. 당신이 살아보지 못한 아이가 있는 삶이 훨씬, 훨씬, 훨씬 더 행복하다.


미니멀. 사람은 적을수록 좋다 여겼던 나지만,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이제 사람은 많을수록 좋다.

사랑할 사람, 사랑받을 사람은 많을수록 좋다.

적어도 삶에서 '사람'은 혹은 '사랑'은 미니멀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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