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로 뛰어든 영웅

불을 다스려보자.

by 김소영

‘불길로 뛰어든 영웅’, ‘지나가던 다른 차가… 인공호흡 시도’

택시기사이고, 회사원인 우리의 영웅들은 사고로 운전자와 동승자가 의식을 잃은 것을 보고, 주저 없이 불붙은 차 안으로 뛰어들었다.


‘역시, 세상은 살만하구나.’

‘나는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오늘 아침 뉴스의 영웅들은 매우 평범하지만, 사실은 더없이 비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정답을 알면서, 그 정답을 지켜나가는 사람들이었다. 주에 두 번하는 운동도 지키기 어려운 나로서는 경이롭다 할 수 있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연이어 든 생각은 열심히 살면서도 늘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나에게 좀 더 너그러워져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내가 그렇고, 또 당신이 그렇다. 세상 어디를 가도, 우리 같은 워킹맘이 없고, 휴가 없이 사는 사람들이 없다. 우리는 늘 열심히 일하고, 또 열심히 살고, 또 바르게 사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가치를 추구하고, 사랑을 가치 있게 여기는 사람들이다. 물론, 스스로가 세운 가치의 기준은 전부 다르겠지만, 많이 성장한 우리들은 비교적 너그럽게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기까지 한다. 그러니 좀 너그러워져도 된다.


도피성 유학을 떠났던 오래전, 미국에 살던 때에 내가 즐기던 행동은 ‘Sunroom에 누워있기’였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사실, 음악도 필요 없다), 꽃무늬 취향이신 주인집 아주머니의 소파에 눕는다. 그게 다다. 그렇게 몇 시간이고 있다 보면, 세상이 갑자기 따뜻하게 느껴진다. 나는 작고 보잘것없지만, 아름다운 들꽃처럼 그렇게 하늘 거리게 된다. 그러면 근심이 사라지곤 했다. 생활고(?)도 크게 큰일이 아닌 것이 되었다.

그러나 한국에 돌아와 살면서, 갈 곳 잃은 근심들은 마음 이곳저곳에 불을 질렀다.

‘그게 화병이야, 얘’, 동네 언니는 화병이 한국 여성에게만 있다며, 내 등을 후려쳤다. 너무 열심히 살지 말라고, 너무 착하게, 너무 좋은 엄마로, 너무 멋진 여성이 되려고 애쓰지 말라고. 이미 좋은 엄마이고, 좋은 사람이라고. 별거 아닌 그 말은 오래도록 마음에 불을 끄는 소화기가 되어주었다. 그리고 요즘도 문뜩 힘든 때에는 마음의 선룸에 누워, 한참을 언니의 그 말을 되뇐다.


여전히 스스로 부족하기 짝이 없고, 가끔은 내가 불쌍한 나이지만, 나는 고군분투하며 오늘을 산다. 그렇기에 매일매일 조금씩 어렵사리 너그러워지고 있다. 나는 타오르는 불길을 꺼버리지 않고, 따뜻하게 즐기기 위해서 스스로 여유를 찾아가는 중이다.


우리는 여전히 안으로 밖으로 화염에 휩싸여있다. 코로나라는 불은 우리 사이사이에 불을 질러 거리를 만들고, 안으로도 불을 놓는다. 그 불을 즐기려면 마음의 벽을 쌓고, 모닥불로 만들어야 한다. 내가 장작을 주어야만 타오르는 컨트롤 가능한 불. 그리고 집 안에서 따스하게 겨울을 나야 한다.


오늘 아침 불길로 뛰어들던 그 영웅들처럼 용감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 모두 하루하루 열심히 불길로 뛰어들고 있다. 계속해나가는 것, 영웅 같은 특별한 사명이 없어도, 그저 열심히 하루를 살아가는 것. 일상의 불을 다스리는 것, 그것만으로 당신은 이미, 멋지다.


오늘을 꿋꿋이 사는 평범한 영웅, 그것이 바로 나이고, 당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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