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엄마들, 파이팅
나는 스스로 참 부족하다 생각하는 사람이다. 사랑도 받아본 사람이 줄 수 있는 것처럼 스스로 사랑받지 못하고 자랐다 여기는 나로서는 사랑을 주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가 주는 사랑이라는 것은 참으로 일방적이어서 나의 기분에 따라 휘둘리기 마련이고,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산더미인 나로서는 가르쳐야 한다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다. 아무리 사랑이 우러나서 하는 일이라지만, 올바르게(?)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나로서는 배워야만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연애를 할 때는 그것이 자연스러웠다. 내가 받은 만큼 주고, 조금 더 주고 상처 받더라도 그것은 그것대로 청춘이라 예뻤다. 서툴고, 어려워도 매번 새로운 연애를 할 때마다, 새롭게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정말로 나는 엄마가 처음이라, 배울 기회도 없었고, 다른 모든 엄마들이 그렇듯이, 내 아이가 나로 인해 잘못될 것만 같은 불안함 속에서 한번뿐인 기회를 꾸역꾸역 해내고 있다. 연애할 때는 바닥을 보일 필요가 없었지만, 지금은 하루에도 열 번씩 바닥을 치고 올라온다. 나 스스로 보는 내 바닥이란 것이 참으로 일그러진 얼굴이라 3인칭으로 보면, 정말 차마 눈을 뜨고 쳐다볼 수가 없다. 그 모습을 한 두 번 마주하다 보면, '내가 정말 뭘 하는 거지?'라는 생각만으로 반나절이 갈 정도이다. 게다가 주변에 아이를 바르고, 건강하게 키워내는 엄마들을 보면, 정말 바닥이 아니라 지하 저 밑바닥까지 들어가게 된다. 그 와중에도 아이를 보고, 지나가는 시간을 붙잡고 열심히 달려야 하니, 혼자일 때는 쉽게 해결할 수 있었을 감정들을 눈덩이처럼 불려 불친절이라는 눈덩이로 던져버린다. 어찌나 악순환인지, 이런 게 바로 뫼비우스의 띠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나가야 한다.
내가 젊은 엄마이고, 일을 해야 하고, 장녀이고, 시부모님을 모실 수도 있고 등등의 아주 많은 핑곗거리들을 이겨내고(?) 살아내야 한다.
이 글을 쓰면서도 부끄럽다 여기는 것은 '남들 다 하는 일을 거창하게 말한다' 스스로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엄마들이 고군분투하며, 모든 아빠들이 어깨를 들고 해나가고 있는 일을 이러한 다짐 없이는 할 수 없는 스스로가 부끄럽다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부족한 나일지라도 '엄마'로 불러주는 우리 아이들이 있어서 나는 오늘도 다짐을 하며 나아간다. 사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이렇게까지 거창하게 '다짐'이라는 것을 해가며 아이를 기를 일은 없었을 것이라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상황이 위태롭고, 하고 싶은 일을 해나갈 수 없는 상황에 까지 이르렀다는 사실이 바닥에 있는 나를 묻어버리는 기분이다. 아주 어렵게 다시 쓰기 시작한 글이었다. 삶에 치여서 다시 쓰기 시작하는 데만 8년이 걸렸다. 생업으로 하는 번역이나, 작업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글을 대가 없이 써 내려가기로 마음을 먹는 데만 말이다. 그런데 다시 또 멈출 위기에 들어서니, 그 간절함이 머리를 뜨겁게 한다. '열이 나나?' 하고 머리를 짚어 봤다. 잠을 자야 하는데, 잠이 안 와서 안대를 샀다. 곧 새벽에 아이가 깨어 내 침대로 들어올 것이기에. 별거 아닌 일이지만, 아름다운 일이지만, 8년을 하다 보면 힘이 든다. 엄마로 15년, 20년, 30년씩 살아가는 우리 엄마들은 또 얼마나 경이로운지. 때마다 이렇게 힘이 들면, 정처 없는 생각에 이유 없이 울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기도 하면서 시간이 지나가기를 버텨냈던 것 같다. 그리고 글을 쓰면서 아주 큰 위로와 행복을 느꼈다.
하지만, 아이를 기르는 일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그 어떤 일보다,
내가 해야 하는 그 어떤 일보다,
아이를 자라게 하고, 성장하여 멀리 날아갈 때까지 돌보는 일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
그렇기에 글을 좀 더 천천히 써야겠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좋아하는 일을 하기 힘든 일보다 하고 싶기 마련이다. 아이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겐 너무나 어렵고 힘든 일이라서다. 하지만 하기 힘들지만, 더 값어치 있다 여기는 일을 좋아하는 일보다 앞에 두는 것은 그것 자체로 가치 있는 일이다. 아이를 먹이고, 재우고, 키우는 일 하나하나 작은 일이 없고, 사소하고 작은 그 모든 일들이 다 큰 일이다. 그리고 엄마가 해내는 그 모든 사소하지만 큰 일들이 또 건강한 엄마, 아빠를 만든다. 비록 나의 꿈은 멀리 돌아가겠지만, 결코 지지 않을 것이기에. 천천히 지지 않고 가자. 아이의 울음으로 또 웃음으로 낮과 밤을 채우고, 그 아이의 삶의 곳곳에서 발견한 보물 같은 글감들로 나의 글을 채우고. 내 세상이 너의 세상이고, 너의 세상이 곧 세상을 만들어 가기에.
사랑하기 어려운 엄마가 사랑을 배우고, 결코 쉽지 않을 길을 내 갈 길보다 우선으로 두는 그 대단한 일. 엄마로 태어난 적 없지만, 엄마로 태어나게 해 주어 참 고맙다 생각하게 하는 그 대단한 일. 용기와 다짐이 어울리는 일이지만, 모두가 전부를 감당해 내는 그 대단한 일. 당신이 해내고 있는 그 멋지고, 대단한 일.
오늘도 워킹맘 파이팅. 세상의 모든 엄마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