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과 머리, 마음이 불편한 것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아침에 일어날 때면, 네 번째 손가락 아래 있는 손바닥 마디가 뻣뻣하다. 일어나서 10분 정도 지나면 자연스럽게 풀리기는 하지만, 조조강직은 류마티스의 두드러진 증세이기 때문에 반가운 징후는 아니다. 매치론정을 일주일에 11mg을 먹다가 7mg으로 줄이면서 내 몸에서 4mg만큼의 스테로이드제가 염증을 줄여주지 못하는 이유일 수도 있고, 지난주부터 이어진 회식부터 명절까지 음식을 조심하지 않은 이유도 있을 것이다.
회식으로 닭갈비를 먹은 다음 날부터 증세가 나타났는데, 그것은 우연의 일치일지도 모를 일이지만 좀 더 기름기가 적은 음식을 섭취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어쩌면 스테로이드제를 줄이면서 내 몸이 균형을 찾아가기 위한 과정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추석 명절이다 보니, 산적 꼬치며, 김밥, 고기류를 많이 먹었지만, 다시 회복하기 위해 좋은 음식을 먹고, 충분한 운동과 수면을 취한다면 4mg만큼의 스테로이드제를 줄이더라도 충분히 극복가능한 수치라고 생각했다.
한 달간 급식 대신 단호박, 고구마, 나또, 삶은 고기 위주로 먹기로 했다. 아무래도 급식을 먹다 보면, 아이들 입맛에 맞추다 보니 튀김이나 햄류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먹으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을 때가 있다. 그리고 염증 수치가 안정화되면서 초콜릿이나 캐러멜, 빵류나 음료를 쉽게 섭취하게 되기도 하는데, 이렇게 염증 수치가 안정화될 때 마음을 느슨하게 갖지 않도록 애써야겠다.
명절에는 초등학교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면서 건강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서로의 건강을 빌어 주었다. 유난히 내게 흰머리가 많다고 사람들이 말하는 바람에 염색이 아닌 코팅을 했다. 염색약보다 냄새가 진하지 않았고, 묻어나는 것도 적어 부담이 적었다. 늙어가시는 부모님을 보면서 마음은 여전히 무거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잘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속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자식으로서 갖는 당연한 마음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인정하고, 해결되기 어려운 어려움이 나를 심리적으로 무력하게 해서 우울하게 만들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미국 버팔로대학교 심리학과의 마크 D. 시리 교수는 연구를 통해 인생에서 적당한 역경을 겪은 사람이 전혀 어려움을 겪지 않은 사람보다 오히려 정신 건강과 삶의 만족도 면에서 나은 모습들을 보인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생물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호메시스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소량의 유해한 자극이 오히려 유익한 적응 반응을 이끌어낸다는 생각이다. 약간의 활성산소, 약간의 근육통, 약간의 머리 고생 모두 마찬가지의 곡선을 보인다. (중략)
오스트레일리아의 긍정심리학자 브루스 윌슨도 '안락함은 성장의 적'이며, 불편함을 느낄 때 비로소 변화가 시작되고 살의 지평이 넓어진다고 말한다. 안락함을 벗어나려는 시도는 결국 성장 마인드셋과 궤를 같이 한다.
- <저속노화 마인드셋>, 정회원 -
해결하기 어려운 일들을 마음의 짐으로 두지 않고, 가능하면서도 실천할 수 있는 것에 에너지를 쏟아야 할 것 같다. 아프기 전에 감당하기 어려웠던 일들에 마음을 쓰고, 속상해했다면 삶의 기준점을 다시 설정해서 나를 다시 세울 수 있는 방향으로 삶을 재정비해야겠다. 스테로이드와 소염 진통제를 복용하고 있기 때문에 관절에 무리가 가는 운동은 가급적 피하고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서 꾸준히 하려고 노력 중이다. 처음엔 운동 효과가 별로 없을 것 같았는데 따라 하면서 무엇이든 내 몸에 맞게 움직이는 것은, 모두 운동이 될 수 있다는 소소한 깨달음도 얻었다.
인터넷에서 가볍게 할 수 스쾃과 유산소 운동, 그리고 전신 순환 요가를 따라 하는데 땀이 많이 흐르고 기분도 좋아진다. 위의 책에서 작가는 '내 몸과 머리, 마음이 불편한 것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불편한 일들이 모여 나를 성장시키고, 질병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손가락과 다른 불편했던 부분의 통증이 대부분 사라졌지만, 약을 복용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내 몸이 대부분 회복되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안다. 올해 초 스테로이드 2mg을 두 달간 끊으면서 아직 약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을 충분히 깨달았고, 스테로이드제를 아주 서서히 끊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약을 조금씩 줄일 때마다 모든 혈액 검사 수치가 정상범위를 넘어서선 안 되며,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약을 끊어도 수치가 안정적이어야 진정 회복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 그날은 찾아올 것이기 때문에 오늘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꾸준히 노력하는 삶을 선택하기로 한다.
오늘, 류마티스 진단을 받은 지 478일이 지났다. 힘들었던 시간들을 회상하며, 다시 그 길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더 노력하기로 다짐했고, 나의 아픈 손가락을 떠올려 본다.
아픈 시간들을 견디며, 노력했던 그 수많은 날들의 나와 가족들, 그리고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 지금 이 순간에도 통증과 함께 싸우는 모든 분들에게 이 밤이 부디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