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감각은 여전히 그 자리에 숨죽여 서서 나를 기다린다'
- 사실충실성은 (국민, 국가, 종교, 문화를 포함해) 많은 것이 변화가 느린 탓에 늘 똑같이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보는 것이고, 비록 사소하고 느린 변화라도 조금씩 큰 변화가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운명 본능을 억제하려면 더딘 변화도 변화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 <팩트풀니스>, 한스 로슬링
일주일에 두 번 먹던 매치론정 2mg을 격일로 늘렸는데도 아직 가운뎃손가락이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았다. 조급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다시 염증 수치가 늘어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좋지 않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책에서처럼 변화가 느린 탓에 늘 똑같이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좀 더 차분하게 내가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실천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추석 연휴에 운동량보다 음식 섭취량이 많았고, 비가 오면서 황톳길이 미끄러워 맨발 걷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하체가 붓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집에서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늘리고, 음식 조절을 하면서 신체의 변화를 지켜봐야겠다. 체중이 늘다 보면, 염증 수치도 늘 수 있기 때문에 체중 조절이 필요한 것 같다.
때로는 이런 사소한 노력들 앞에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어쩌면 부정적인 결말 앞에 놓인 나 자신을 떠올리기 때문일 수도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을 진단받은 이후, 류마티스에 대해 조금씩 알아갈수록 병을 발견하고, 치료하는 시간이 너무 길고 힘들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어릴 적, 광고에서 들려오는 '류마티스 관절염'이라는 용어는 내가 살아가는 세상과 거리가 먼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그 질병이 이렇게 힘들고 더딘 과정 속에서 버텨내는 일인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질병을 잘 치료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체중 유지와 운동, 수면이 중요한데, 적정한 체중 관리를 위해서는 음식에 대한 절제가 필요하다. 특히 나의 경우, 염증을 줄이기 위해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하는데, 이 스테로이드제는 염증 감소뿐만 아니라 식욕을 촉진해서 체중을 증가시키는 부작용이 따른다. 어제의 경우, 체험학습을 끝내고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나오면서 나도 모르게 바나나우유를 바로 마시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놀랐다. 평소와 다르게 음식에 대한 강렬한 욕구를 느끼는 것이 비단 스테로이드제 때문이 아닐 수도 있지만, 더욱 주의해야 할 것 같다. 물론 잘 먹고, 휴식을 취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잘 먹어서 또 다른 염증을 유발하지 않도록 신경 써야 겠다.
- 먼저, 올레아놀릭 산 아세테이트와 곰보배추출물을 이용하여 류마티스 관절염 모델에서 치료효과를 확인하였다. 본 연구결과, 올리아놀릭 산 아세테이트와 곰보배추 추출물의 투여에 따라 류마티스 관절염 동물모델에서 관절염지표와 관절조직 내 염증세포 침윤, 혈액 내 면역글로불린이 유의하게 감소하였다.
<최진경, 염증성질환의 치료물질 개발 및 작용기전의 이해: 류마티스 관절염, 아토피부염, 알레르기접촉 피부염, 2014>
곰보배추에는 비타민 C와 페놀 화합물이 풍부하며, 항산화와 항염증 작용에 뛰어나 관절통 완화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더욱이 비타민K와 칼슘이 풍부해 관절과 뼈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해서 모종을 사서 심어보려고 한다. 더욱이 모종을 심는 시기가 봄과 9~10월 사이라고 하니 지금이 딱 적당한 시기인 것 같다. 곰보배추는 겨울에도 물만 있으면 잘 자란다고 하니 잘 키워봐야겠다. 그리고 그 잎을 쌈을 싸 먹거나 데쳐 먹기도 하며, 뿌리까지 캐어 잘 씻은 후, 말리면 차로도 끓여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물론 한 개의 재료로 류마티스 관절염이 치유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몸에 이롭게 작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의 면역체계도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 본다. 이외에도 더덕이나 인삼, 참나무의 겨우살이 등에도 면역에 좋은 성분이 있다고 하니, 골고루 섭취해 봐야겠다.
관절염에 좋은 이런 재료들은 항산화와 항염, 그리고 항암에 두루 좋은 재료들인데, 이 재료들의 특성은 추운 겨울을 이겨내는 강한 식물이라는 점이다. 특히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들의 경우, 추운 겨울철에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어쩌면 그 계절을 잘 견뎌내는 식물에서 도움을 받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시간의 감각이 날카로울 때가 있다. 몸이 아플 때 특히 그렇다. 열네 살 무렵 시작된 편두통은 예고 없이 위경련과 함께 찾아와 일상을 정지시킨다. 해오던 일을 모두 멈추고 통증을 견디는 동안, 한 방울씩 떨어져 내리는 시간은 면도날을 뭉쳐 만든 구슬들 같다. 손끝이 스치며 피가 흐를 것 같다. 숨을 들이쉬며 한순간에 더 살아내고 있다는 사실이 또렷하게 느껴진다. 일상으로 돌아온 뒤까지도 그 감각은 여전히 그 자리에 숨죽여 서서 나를 기다린다. 한강, <흰>
세상의 모든 통증들은 괴롭고 힘들다. 피부의 결을 따라 통증이 흐르는 것처럼 류마티스의 통증 또한 고통스럽다. 지금 약으로 인해 손가락의 부기를 제외하고 다른 통증들은 가라앉았지만, 작가의 글처럼 그 감각은 여전히 그 자리에 숨죽여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다. 그리고 통증의 강도만큼 시간의 흐름도 더디다. 그래서 그 시간을 견뎌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시 금요일이 돌아왔고, 은행잎도 물들어 간다. 그동안 계속되던 비가 잠시 멈추고 햇살이 너무 아름다운 날이다. 통증으로 괴로운 나날 속에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오늘처럼 행복한 순간들이 자주 찾아들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