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오늘이 조용히 흘러간다

나도 참 수고 많았다^^

by 이생

2주 전에 류마티스 정기검진을 다녀왔다. 3개월에 한 번씩 가서 피검사를 하고 1시간 정도 시간이 흐른 후, 나오는 피검사 결과에 따라 약처방을 받는다. 다행히 수치는 안정되어 있었다.

- 선생님, mtx는 평생 먹어야 하는 건가요?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셨다. 내가 원했던 답은, '상태가 좋아지면, 안 먹을 수도 있지!'라는 말씀이었다. 사실, 류마티스도 혈압약처럼 평생 먹으면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나도 모르게 희망적인 답변을 꿈꾸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병에 대해 알아가고, 내 몸의 반응을 생각해 볼 때, 정해진 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의 몸 상태가 약 17개월 전에 꿈꾸었던 일상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른쪽 무릎에 물이 차오르고, 다리오금이 아프고, 엄지발가락과 앞 발바닥이 걸을 때마다 나의 앞날을 잡아끌어내리려는 것처럼 아팠던 시간들. 호박 하나 자르지 못해서 가족들의 손을 빌려야 했던 지난날들이 아주 천천히 그러면서도 한 주일, 한 달씩, 그리고 한 계절씩 묶여 흘러갔다.


이제는 달릴 수도 있고(물론 조심하면서 아주 가끔만 뛰지만), 요리하고, 설거지도 편안하게 하는 일상이 내게도 찾아왔다. 어제는 학생들과 전동 드라이버와 망치를 들고 멋진 스툴 의자도 만들고, 케이크도 만들었다. 물론 아직 오른쪽 가운뎃손가락과 네 번째 손바닥 마디 관절은 아침에 일어나면 뻣뻣한 느낌이 있고, 네 번째 손바닥 마디는 낮동안은 나의 일상 속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만, 가운뎃손가락은 다른 손가락과는 차이 나게 두껍게 보이기는 한다.


부기가 있다는 것은, 아직 염증이 있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무리하면, 뻐근하다. 그럴 때면, 쉬어주고, 손가락이 편안할 때도 무리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이제는 운동을 해야 한다고 느낄 때도, 피곤하면 그냥 쉬어준다. 그래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피곤해도 무리해서 운동하는 것이 몸을 회복시킨다고 착각했던 지난날들을 거울삼아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피곤할 때는 시간 날 때 쉬어주기, 할 수는 있지만 몸에 무리가 가는 것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하지 못하는 일로 분류하기로 했다. 내 그릇에 넘치는 행동을 하는 것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 일임을 깨달았으며, 무리했던 행동의 결과엔 가족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무리하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다.


염증과 통증을 줄여주는 곰보배추는 매일 두 잔 정도 먹고 있다. 따뜻하게 끓이면, 중학생인 딸도 잘 마신다. 지난 10월에 심어 놓은 곰보배추는 겨울을 슬기롭게 보낸 후에 봄이 되어 예쁜 꽃으로 씨앗을 남겨 줄 것이고, 내년 봄엔 곰보배추를 넉넉히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씨앗 수확에 성공하고, 내가 잘 길렀을 때의 일이지만. 분명 맛있는 곰보배추 쌈도 싸 먹고, 말려서 차로도 끓여 먹는다는 일상을 기록하게 될 것이다.


크리스마스도 지나갔고, 이젠 2025학년도 마쳐 오늘 아이들이 겨울 방학에 들어갔다. 소란스럽기도 하고, 힘들었던 시간들이 이제 25년도의 기억 속에 묻힐 시간이 찾아왔다. 아주 고요하게 눈이 내리듯이, 남은 오늘이 조용히 흘러간다.


소중한 시간들이었고, 감사한 순간들이었다.


새해에는 부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일들과 마주하는 순간들이 많이 찾아들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의 손가락과 교란되어 있는 내 면역체계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그리고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도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바란다.


이번 겨울, 류마티스가 지금보다 더 이상 활성화되지 않도록 잘 조절하면서 겨울 땅에서 잘 버텨내는 곰보배추처럼 겨울을 잘 이겨내 봐야겠다.


올해, 나도 참 수고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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