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은 뻣뻣해도 눈은 설레고, 별은 예쁘다

그 행복이 내일도 여전하길

by 이생

오늘 아침은 눈이 온 풍경을 보는 일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거실 커튼을 열자, 데크에 눈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출근하는 일이 걱정은 되었지만, 그래도 눈은 예뻤다.


오른손 두 번째 마디와 세 번째 마디, 그리고 네 번째 손바닥 마디 관절이 뻣뻣했지만, 그래도 한 달 전보다 두 번째 가운뎃손가락과 네 번째 손바닥 관절의 뻣뻣함의 강도는 확실히 줄어들었다. 아직 가운뎃손가락 마디가 부어있지만, 그래도 그 부기의 활성도가 멈춘 듯한 느낌이다. 그 부기가 열감을 잃어 굳은살이 되어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두 번째 손가락처럼 한 달이나 두 달이 지나면, 이 부기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가라앉았으면 좋겠다.


매주 일요일 mtx 6알을 먹는데, 몇 달 전만 해도 mtx를 먹으면 3일 정도 손의 부기가 물렁해지다가 왠지 평소보다 좀 더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가 목요일이 지나면서 다시 원래의 부기와 강도로 돌아오곤 했다. 그런 식으로의 반복을 통해 몇 달이 지나면 손가락의 부기가 조금씩 가라앉았다.


그때에 비하면, 그런 변화가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때만큼의 부기가 아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아주 미세하게(어쩌면 내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만 알 수 있는 손에 미치는 영향이 느껴지곤 한다. 유난히 뻣뻣했던 관절이 mtx로 물렁해지는 느낌을 받을 때마다 왠지 내 몸의 뼈와 관절의 힘을 잃을 것 같은 두려움도 느껴지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조금이라도 빨리 내 면역체계를 되돌려 놓고 싶다는 간절한 희망이 앞서기도 한다.


염증과 통증에 좋다는 곰보배추를 꾸준히 끓여 먹고, 유산소와 근력 운동을 열심히 하고, 가급적 밀가루와 인스턴트를 배제한 식단을 선택하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내가 설정한 기준에 80퍼센트쯤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급식 대신 사과, 견과류 한 봉, 나또, 단호박 등의 음식을 챙겨 가서 먹는다.

밥과 국, 그리고 반찬이 있는 식단에 비해 허전한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다. 복도에 퍼지는 급식실의 맛있는 점심 메뉴를 후각 세포를 통해 받아들일 때면 마음이 흔들리기도 하지만, 하루하루의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식사를 하고 나면, 정신이 좀 더 지치지 않는 기분이 든다.


대신 아침과 저녁 식사는 기본 식사대로 한다.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면, 아침도 좀 더 자연 상태에 가깝게 먹을 수 있도록 조금씩 노력해 봐야겠다. 그리고 몇 년 간 유지했던 대로 갈아서 먹는 형태의 주스는 섭취하지 않고 있는데, 갈아서 마시는 것보다 씹어서 먹는 것이 위와 장에 더 이롭게 작용하는 것 같다.


가끔 학교에서도 곰보배추 차를 끓여 선생님들과 함께 나눠 마신다. 나와 같이 류마티스를 앓고 계신 선생님과도 함께 곰보배추를 마시고 있다. 오늘 논문 검색 사이트에서 류마티스에 관한 내용을 검색하다 보니, 예전과 달리 많은 논문이 올라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유료이지만, 다음 주부터는 류마티스에 관한 논문을 하나씩 읽어보기로 했다. 오늘은 제목만 훑어봤는데, mtx의 부작용에 관한 논문이 눈에 띄었다.


그 외에도 류마티스에 대한 다양한 연구들과 보고들이 실려 있는 걸 보면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뻣뻣한 손가락이 느껴질 때면, 내 손가락이 어젯밤에 죽다가 다시 되살아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우울한 생각에 갇히지 않기 위해 손을 씻고, 양치를 하고, 스트레칭을 한다. 그리고 아침밥을 준비하고, 국을 끓이고, 반찬을 한다. 그리고 창문을 열어 시원한 공기를 힘껏 들이마신다.


- 살아있는 순간까지 달려 보는 거다.


오늘 퇴근길에 버스를 놓쳐 지름길로 버스가 돌아가는 길목까지 영어 선생님과 함께 뛰었다. 마침 영어 선생님도 눈 때문에 미끄러워 버스를 타고 온 터였다. 이야기를 하다가 마침 일찍 지나가는 버스를 아쉬워할 틈도 잠시 영어 선생님이 지름길로 버스를 잡자는 응원의 메시지 같은 말을 등에 업고 15분을 달렸다. 류마티스 진단 이후, 그렇게 긴 거리를 달린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너무나 차가운 바람이었지만, 마스크를 쓰고, 패딩 모자를 쓰고 달리니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다행히 버스가 커브길에서 우리를 보고 멈췄고, 기사님은 버스를 놓쳐서 뛰어온 거냐며, 놀라는 눈치셨다.


우리는 버스에 타서 거친 호흡을 내쉬면서도 기분 좋게 웃을 수 있었다. 놓친 버스를 다시 타는 기분도 나쁘지 않았다. 아이들과 오늘 스포츠 시간에 운동도 하고, 다 녹고 얼마 남지 않은 운동장의 눈으로 눈사람도 만들었다. 더욱이 버스 잡느라 달리기도 열심히 했으니, 오늘의 운동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이제 2025년도 3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시간은 참 빨리 흐르지만, 그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일은 참 재밌고,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얗게 쏟아진 눈이 이제 드문드문 눈이 왔었다는 자극만 남기고 사라졌고, 눈부신 달과 따뜻한 별빛은 아직도 하늘을 운행 중이다.


모두들 행복하길, 그리고 그 행복이 내일도 여전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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