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손가락의 통증과 이 초콜릿을 맞바꿀 수 있어?

- 아니

by 이생

3주 전부터 둘째 학교에 독감이 돌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둘째도 독감에 걸리고 말았다. 이번엔 잘 지나가는가 싶더니 이틀 전에 갑자기 목이 따갑다고 했다. 결국 결석을 하고, 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은 독감이 유행이니 독감 검사를 해보자고 하셨다. 결국 독감 판정은 나지 않았다. 그때는 미열만 있었기 때문에 검사해도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결국 낮 동안 잘 지내더니 저녁을 먹은 직후부터 열이 올라서 밤 10시가 되니 38.5도까지 올랐다. 응급실에 찾아가니, 적어도 24시간 이후에 검사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는 말만 해주고, 검사해주지 않았다. 결국 집에 다시 와서 타이레놀을 하나 먹이고, 잠을 재웠지만, 새벽 3시가 되니 39도까지 올라 있었다. 안 되겠다 싶어 다시 응급실을 방문했고, 선생님도 아이가 힘들어하니까 독감 검사를 하자고 하셨다.


"A형 독감이네요. 타미플루를 약이랑 주사 중 뭐로 처방해 드릴까요?"

주사는 하루에서 이틀 정도 더 빨리 호전된다고 했다. 해열제도 함께 맞았다.


이틀이 지나면서 열은 다행히 조금씩 떨어졌지만, 둘째는 계속 속이 울렁거리고 쓴 맛이 올라온다고 했다. 물을 조금이라도 마시면, 그 쓴 맛이 올라와서 토할 것 같다고 했다. 병원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타미플루 때문일 수도 있고, 독감 증상 중, 소화기 쪽으로 증상이 발현될 때가 있는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2년 전, 코로나에 걸렸을 때, 나의 증상이 그랬다. 속이 메슥거려서 밥을 잘 챙겨 먹으려고 해도 먹을 수가 없었다.


이틀 동안, 연가와 조퇴를 써가며 아이를 간호했다. 옆에서 마스크를 쓰고 자고, 수시로 열을 체크했다. 오늘은 3일째, 그래도 밥을 잘 먹고, 떡볶이도 먹고 싶다고 했다. 다행이다. 무엇이라도 먹고 싶은 게 있다는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몸이 피곤하면, 손가락 상태가 좋지 않을까 봐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이 붓지 않았다. 보름 뒤면, 류마티스 내과 진료일이다. 피검사 결과가 잘 나올 수 있도록 피곤하다고 해서 단 것을 조금씩 챙겨 먹지 않도록 잠깐의 시간에도 나를 돌봐야겠다. 예전과 달리 먹을 것을 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음식에 대한 자제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이가 들면서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않아서인지 평소처럼 먹어도 저녁때가 되면, 다리 부기도 심해지고, 체중도 쉽게 늘어난다. 봄에 비해 체중이 3킬로나 늘었다. 문제는 체중이 늘어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염증도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체중 조절은 필수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몸이 무거워지면, 의욕도 사라지고 삶도 우울해지게 마련이다. 모든 것은 거스를 수 없는 고리처럼 맞물려 있어 하나가 무너지면 차례로 무너지게 마련이다.


오늘 아침엔, 3일 동안 하지 못했던 유산소 운동을 인터넷을 보면서 따라 했는데 너무 힘들고 피곤했다. 운동은 평소에 하지 않으면, 점점 못하게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매일 그리고 매 순간의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다. 건강한 몸을 만드는 일은 힘들지만, 몸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래서 순간의 게으름을 잘 다스려야 한다.


세상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 초가공식품은 어디서나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값싼 항불안제와도 같다. 신경안정제가 그렇듯이. 그 효과가 사라지고 나면 스트레스는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다. 그래서 약을 한 알 더 삼키거나 정크 푸드를 더 먹어줘야 한다. 부작용? 체중 증가, 심장병, 심장마비, 암, 고혈압, LDL 콜레스테롤 증가, 2형 당뇨, 만성 피로, 우울증, 골관절염, 통증, 수명 단축 등등등. (중략)


몸이 완전히 음식을 대사하고 자가포식 모드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최소 12~16시간이 필요한데, 늦은 밤까지 먹는 습관 때문에 이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시더스-시나이 메디컬 센터 연구자들은 "자기 전에 음식을 먹으면 자가포식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는 곧 몸에서 쓰레기를 수거하지 못한다는 뜻이며, 따라서 손상된 세포들은 계속 더 많은 부스러기를 축적한다."고 말한다.

<편안함의 습격>, 마이클 이스터


적절한 시간에 제대로 잘 먹고, 조절하면서 살아가는 일은 나 자신뿐만 아니라 나와 연결된 모든 사람들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초콜릿을 집어드는 나의 손가락에게 물어봐야겠다.

- 네 손가락의 통증과 이 초콜릿을 맞바꿀 수 있어?

아마 내 손가락은 '아니'라고 말하면서 초콜릿을 내려놓고 싶을 것이다.

그래도 아주 가끔, 잘하고 있는 나에게 보상해 줄 수 있는 순간을 위해 초콜릿을 좀 더 냉장고 깊숙한 곳에 숨겨둬야겠다. 힘들게 찾은 것일수록 그 행복감도 크게 찾아올 것이다.


시간이 흐른다.

내가 어릴 적, 텔레비전에서 한참 활동하셨던 분들의 사망 소식이 들려온다. 시간이 흐르는 것을 넘어 세대가 변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 시간의 흐름 속에 나의 시간도 어김없이 흐르고, 자녀들을 대하는 마음가짐도 변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물리적인 신체 변화만큼 정신적인 변화의 흐름에도 귀 기울여야겠다. 고집스러운 늙은이처럼 보이는 것은 살이 많이 찌는 것만큼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뜻한 곰보배추 차 한잔을 마시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해야겠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