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봄, 아침에 일어나 보니 왼쪽 허벅지에 벌레에 물린 것 같은 자국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상처가 일주일이 지나도 쉽게 아물지 않았다. 갑상선암으로 수술한 후, 숯가마를 다녔는데 몸에 상처가 있을 경우나 코 안에 염증이 생기더라도 숯가마에만 다녀오면 며칠 후엔 마치 마법처럼 상처나 염증이 치료되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더욱이 겨울부터 발바닥 앞쪽이 아침에 일어나서 바닥에 닿으면 아팠다. 나름대로 발바닥을 풀어준다고 운동을 하면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아서 점점 운동의 양을 늘렸다. 하지만 발바닥 통증은 점점 더 심해지고 오른쪽 엄지발가락이 붓기 시작했다.
지금에 생각해보면 너무 어리석었지만 염증엔 숯가마가 최고라고 생각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숯가마에 가서 찜질을 했다. 그 뜨거운 열기를 견디며 발바닥에 물집이 잡힐 때까지 견디며 나를 혹사시켰다. 하지만 효과는 미비했다. 순간, 숯가마로 해결할 수 없는 염증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정형외과를 찾아갔다. 발가락이 부으면서 손가락 중간마디 통증도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정형외과에서는 내 나이 사십 대 후반에 올 수 있는 갱년기 증세라고 했다.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자신의 체력을 간과한 채 일과 운동을 무리하게 하다보면 관절에 부담이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의사선생님의 말처럼 엑스레이 사진에서 내 뼈는 너무나 정갈했다. 내심 속으로 다행이다 싶었고 앞으로 몸을 더 잘 살피면 되겠다 싶었다. 진통 소염제를 처방받고 집으로 오는 길에 숯가마에 들러 찜질을 했지만 그 순간만 시원할 뿐 열기가 식으면 통증이 여전했다.
둘째 언니와 통화하다가 증세를 이야기하니 류마티스라고 했다. 솔직히 언니의 말이 너무 무서웠고 언니는 초기에 봉침을 맞고 다스려야 한다고 얘기했는데, 내가 있는 인근에는 봉침을 놔 주는 한의원이 없었다. 봉침은 아니지만 침을 잘 놓는다는 한의사 선생님이 계신다기에 한의원을 방문하게 되었다. 거기에서 시간이 지체되기 시작했다. 한의원에 방문해서 선생님을 만났는데 나를 보자마자 류마티스는 이렇게 오지 않는다며 발바닥과 손가락에 침을 놔 주셨다. 손가락과 발바닥이 침을 맞기에 아픈 부위라고 했지만 류마티스가 아니라면 얼마든지 견딜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침을 맞고 나니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었고, 한의사 선생님을 만나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후 조퇴를 써 가며 수시로 한의원을 갔다. 수십 개의 침을 맞으며 오히려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꼈던 것 같다. 너무나 슬픈 일이었지만.
그런데 손가락에 통증이 있어 침을 맞다보니 왼쪽 가운데 손가락, 오른쪽 두 번째, 세 번째 마디가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한의사 선생님은 나에게 일을 왜 이렇게 많이 하냐고 하시면서 시골 장에서 일하시는 할머니들의 퇴행성관절염을 접목시켰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집안일을 많이 하는 터라 그렇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렇게 손가락 가운데 마디가 부어오르는 것은 류마티스의 아주 전형적인 특성이었다. 쉽게 호전되지 않아서 인터넷을 검색하면서 류마티스 관절염이 계속 나왔지만, 나는 어쩌면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아직 해야 할 일들도 많았고, 챙겨주고 싶은 사람들도 너무나 많기 때문에 여기서 무너질까봐 두려웠다. 하지만 나의 간절한 기대와는 달리 내 몸은 점점 류마티스 관절염 증세를 나타냈고, 손가락을 넘어서 무릎에 이상이 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