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류마티스 통증이 발바닥이 처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2023년 10월 쯤, 갑자기 왼쪽 어깨를 위로 올리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생겼다. 특별한 이유 없이 통증이 시작됐다. 결국 학교에 전화해서 병원에 들렀다가 간다고 말씀드리고 근처에 있는 가정의학과를 방문했다.
가정의학과에서는 바로 엑스레이를 찍고 초음파를 보더니 주사를 놓아 주었다. 거짓말 같이 어깨 통증이 사라졌다. 아마도 스테로이드 성분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약을 처방받았는데, 약을 복용한 3일 후부터 이상하게 하체가 붓기 시작했다. 정말 바지가 터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약을 먹지 않았더니 좀 가라앉는 느낌이었는데 그 이후에 갑자기 그 붓기가 체중으로 변한 것 같았다. 2주 사이에 3~4키로가 늘었다. 이후, 겨울 방학이 다가오면서 앞발바닥 통증이 시작됐다. 처음엔 아주 가벼운 통증이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굳은살이 생긴 것처럼 앞발바닥이 두터운 느낌이었고, 디딜 때마다 아팠다.
그런데 운동을 하면 뭉친 부분이 풀리면서 편안해졌다. 하지만, 아침이 되면 그런 반복되었고, 그럴 때마다 어리석게 운동량을 늘렸다. 더욱이 어깨 통증 이후 붙은 살이 불편해 아침, 저녁으로 1시간씩 러닝머신을 했다. 처음 2주간 살이 빠지지 않더니 3주가 지나니 1키로 정도 빠졌고, 두 달 가까이 되었을 때 3키로 정도 빠졌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에 찾아왔다. 발바닥 통증이 심해지고 엄지발가락이 붓기 시작했다.
결국 정형외과에서는 엄지발가락이 부었을 경우 통풍과 류마티스를 의심할 수 있는데, 아마도 아닐 확률이 더 높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류마티스는 이미 내 곁 가까이 와 있었다. 혹시 모르니 정형외과에서 피검사를 해보자고 해서 피를 뽑아 놓고 가지 않았다. 사실 그 다음 주에 병원에 바로 갔어야 했는데 한의원에 다니면서 시간을 지체했다. 병원까지의 거리가 멀어 전화를 해서 물어보니 내원해야지만 알려줄 수 있다고 했고, 병원에 갔을 때는 이미 한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CCP 수치가 200이상이었다. 5미만이어야 하는데 40배가 높은 것이다. 선생님은 자신의 남자 조카 또한 류마티스에 걸렸는데 이 수치가 높았다고 하시면서 류마티스 내과에 가보라고 하시면서 검사 결과지를 간호사에게 챙겨주라고 했다. 그 순간, 결국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 앞에 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9년 전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을 때의 순간이 떠올랐다. 그냥 어딘가로 숨어서 더 이상의 노력을 하고 싶지 않았다. 결국 류마티스 내과를 방문하니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류마티스 관절염 진단을 내리셨다. 이미 손가락도 다섯 군데 부어 있었고, 어깨, 무릎 통증도 와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이미 나에게 와 있는 현실들은 어쩔 수 없이 내 것이었다. 내가 감당해야 하는 몫이었다. 아이들과 남편에게 가장 미안했다. 아픈 엄마, 아픈 아내라서 집안 분위기를 우울하게 하는 것이 미안했다. 이렇게 나에게 인생의 고비가 또 찾아오고 만 것이다. 또 다른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