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도 가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인생의 고단함 속에서도 희망의 씨앗은 언제나 존재한다. 살아있다는 것은 변화가 가능하다는 의미이며, 우리가 먹고 숨 쉬는 이 공기를 통해서도 몸속의 혈액 성분과 호르몬이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그 싸움은 물론 고단할 것이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삶 속의 즐거움과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시간이 그저 흐르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다 보면 그 시간에 도달했을 때, 그저 흘려보낸 시간의 소중함에 가슴 아파할 수도 있다.
시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존재지만, 우리는 그 시간 속에서 무한한 가능성의 성을 쌓을 수 있다. 휴식도 취하면서 소중한 것들과 의미 있는 계획들도 꾸준히 실천하다 보면 분명 그 시간에 도달했을 때 시간을 그냥 보내버린 아쉬움에서는 적어도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스테로이드를 한 알 반에서 한 알로 줄인 뒤, 손가락과 발가락에 뻣뻣한 증상이 더 생겼다. 스테로이드제 반 알의 위력을 새삼 깨달았다. 스테로이드제는 결국 줄여야 하는 약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내가 견뎌내야 하는 부분을 알아채고 나도 그만큼의 효과를 충당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6시에 일어나서 맨발 걷기를 무리하지 않게 하고, 아침 식사를 한 후 처방받은 약을 먹었다. 영양제도 챙겨 먹고, 오늘부터 추가한 알로에 생잎도 씹어서 먹었다. 알로에는 종류도 많고 다양한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내가 먹고 있는 잎은 사포나리아이다. 껍질이 얇아 그대로 씹어 먹어도 아삭한 느낌이 있다. 아침, 점심으로 손바닥만한 길이를 먹는다. 먹는 약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해서 위장도 보호하고 여러 가지 면역 향상 성분이 있어서 먹어보기로 했다. 어떤 음식이든 적어도 100일은 섭취해야 혈액 속에 그 성분이 녹아들 것이다.
지루해하지 말고, 조급해 하지 않고 이 음식들이 내 몸속에 들어가 이롭게 작용할 것을 믿기로 했다. 그렇게 빨리 효과가 나타나는 병이라면 난치병이라고 분류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병이 오게 된 시간만큼 치유하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저녁 하늘에 구름이 한없이 흘러간다. 하늘 구름 사이로 비행기가 비행한 흔적이 보인다. 얼마나 자유롭고 평화로울까 생각하다가 정작 비행기 조종사는 비행하는 일에 집중하느라 또는 지금의 고민 때문에 아름다운 풍경을 놓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보기에 평화로운 풍경이지만, 그 풍경 속에 처한 삶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타인의 시선에 비친 모습은 한없이 평화로울 수 있다. 사람들은 흔히 나의 속마음과 타인의 겉모습을 비교하면서 자신들의 삶을 비관하게 되기 때문이다.
비행한 흔적 따라 잠자리가 날아간다. 저렇게 약한 잠자리가 한없는 평화로움을 느꼈으면 좋겠다. 가끔 우리에게도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힘겨운 나의 삶에서 잠시 벗어나 타인의 시선에서 나의 긍정적인 요소를 살펴보고 그대로 삶을 느껴보는 일!
나에게서 한 걸음 물러나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나에게 분명히 행복한 요소들이 넘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땅에 맨발을 대고 휴대용 낚시 의자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며 누워 있는 모습이 얼마나 평화로운가!
뜨거웠던 태양이 지고 서늘한 바람이 불고 머리 위에서 한없이 잠자리들이 평화롭게 날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