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내누 Aug 12. 2022

축, 해방 50일

우리들의 해방일지: 아내 50일째

8월 12일(금) 맑음


오늘은 휴직 50일 째다. 엄밀히 말하면 남편은 50일, 나는 50일 + @ 다. 벌써 백일의 반쪽이 지나갔다니, 시간이 정말 빠르다. 50일을 셋으로 나눈다면 출산 전, 출산 후 조리원 시기, 조리원 퇴소 후 집육아. 이렇게 나눠볼 수 있겠다.


출산 전엔 첫째와 좋은 추억 만드느라 바빴다. 출산 후엔 조리원에서 몸조리에 열중했다. 퇴소 후엔 남편과 시행착오를 겪으며 육아에 전념했다. 집 육아를 시작하면서부터 시간이 제일 빠르게 간다. 수유 텀 3시간을 맞춰 낮에 몇 번 먹이다 보면 첫째가 귀가하고, 저녁시간 후 2번의 새벽 수유를 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이다.


이 즐거운 쳇바퀴 안에서 나만의 시간을 틈틈이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다. 처음엔 육아 만으로 버거웠고, 남편과 둘이 한 집에서 하루 종일 붙어 있는 것도 솔직히 좀 답답했다. 이젠 둘 다 육아와 자기 시간을 꾸려가는 루틴이 생기고 있고, 둘 간의 육아 스타일, 가사와 육아 분담에도 익숙해지는 중이다.


오늘의 경우 나는 7시 30분에 기상했다. 어제 새벽 수유 담당인 남편이 피곤해할 것 같아서 아침 수유는 내가 하겠다고 했다. 둘째를 바로 먹이고 놀아주고 있자니, 엄마 목소리를 듣고 첫째가 일어났다. 둘째를 다시 남편에게 맡기고 첫째 등원 준비 후 버스를 태우러 다녀왔다.


남편과 어제 못다 한 책 정리를 마저 하고, 남편은 수영장에 갔다. 나는 둘째 낮잠을 재우고 밀린 집안일을 했다. 청소, 건조기 돌리기 등이다. 남편이 귀가하며 점심을 사 와 같이 먹고 난 유튜브를 보며 홈트(까진 아니고 스트레칭)를 했다. 그리고 도서관에 가서 나를 위한 책을 빌려왔다. 그 사이 남편이 둘째를 돌보았다.


귀가 후 둘째가 일어나고 남편은 둘째 돌보기, 나는 젖병 세척과 밥을 지었다. (그 사이 사고도 한번 쳐서 싱크대 청소도 했다) 남편이 첫째 하원 시간에 맞춰서 첫째를 데리러 나갔다. 난 둘째를 돌보며 저녁을 하고, 빨래 개기 등을 했다. 오늘은 첫째가 수영을 하는 날이라 첫째를 데리고 수영장에 간 남편이 첫째의 영상들을 여럿 보내주었다.


첫째 귀가 후 다 같이 밥을 먹고 난 첫째와 놀이, 남편은 둘째 목욕 후 재우기를 했다. 오늘은 첫째도 엄청 피곤한 날이기 때문에 첫째와 둘째 모두 9시 30분에 재우기에 성공했다. 10시 전에 일기를 쓰다니, 거의 처음 있는 일이다. 50일의 쾌거다!


매일 해방일기(aka. 육아일기)를 쓰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치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 우선 나의 하루를 더 알차게 보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이 시간을 어떻게 더 알차게 보낼 수 있을지 점검하고 개선한다. 그리고 우리를 돌아보게 된다. 남편과 나의 관계, 나와 첫째의 관계와 같은 우리 가족 간의 관계를 짚어보며 좋은 기억을 꺼내 보고 나쁜 기억은 왜 그랬는지 원인을 생각하고 고쳐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지난 50일보다 앞으로의 50일이 더 나아지기를 기대한다. 그렇게 나와 우리를 단단하게 만들어 가다 보면 12월이 오겠지. 12월엔 제주도에서의 한 달이 기다리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육아, 열정과 냉정 사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