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내누 Aug 12. 2022

육아, 열정과 냉정 사이

우리들의 해방일지: 아내 49일째

8월 11일(목) 습하고 덥지만 많이 시원해짐 


오늘은 점심을 먹고 잠시 한숨 돌릴 겸 동네 산책에 나섰다. 우선 필라테스 학원에 가서 상담을 받고, 동네 도서관에 들러 첫째를 위한 책을 빌리려고 한다. 


휴직기간 동안 나와 남편 모두 '건강하게 몸만들기'라는 목표를 갖고 있다. 내 경우엔 임신 전 몸무게로 되돌아가는 것이 더 급선무겠지만, 저질 체력을 정상 체력으로 끌어올리고 싶은 마음도 크다. 


남편의 경우는 수영을 등록했다. 난 필라테스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오늘 동네 필라테스 교실을 방문해 상담을 받은 결과 필라테스를 할 수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 산후 삼 개월까진 권하지 않는다고 한다. (난 당장 몸을 움직이고 싶다) 

- 산후 필라테스는 그룹 수업으로 할 수 없어서 개인 교습을 추천한다. 

- 개인교습은 회당 8만 원에 가까울 만큼 너무 비싸다. 


최대한 가격을 낮춰 개인과 그룹을 혼합하는 조합도 가능하지만 역시나 한 달에 35만 원 정도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산후마사지도 받고 있고, 9월부턴 운전교습도 받을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각이 안 나온다. 


수영과 달리 필라테스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등록 가능하다. 비싸서 그런가 보다. 당장 운동을 권하지도 않는다고 하니 여유롭게 집에서 홈트나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서관 유아 신간도서 코너에서 아이가 좋아할만한 책 다섯 권을 대여했다. 보통 다섯 권까지 대여 가능하기 때문에 아이 책 4권, 내 책 1권을 대여하려다가 아이 책이 재밌어 보이는 게 너무 많길래 아이 것만 대여했다. 첫째가 좋아하겠지? 기대가 됐다. 


당근 거래로 첫째가 좋아할 만한 중고책도 구매했다. 첫째 책장을 싹 다 뒤집어엎고, 창고의 책들도 꺼내서 남편과 책장 물갈이를 해주었다. 대부분 조카들이 어렸을 때 봤던 책들, 누가 보던 책들 등 여기저기 얻거나 중고거래로 업어온 책이다. 그다지 재미없는 책들도 있고, 닳을 만큼 봐도 재밌는 책들도 있다. 


책을 좋아하는 첫째가 계속 책을 좋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에 열정이 넘쳐 오후 내내 책 더미에 둘러싸여 있었다. 오랜만에 책을 들고 날랐더니 손목이 시큰대고 괜히 온몸의 관절이 또 삐그덕 대는 게 산후풍 비슷하게 결려 온다.  


오늘 취침 전 책 읽기 시간에 아이가 그중에 딱 한 권만 읽겠다길래 약간 실망했다. 신난다고 좋아할 줄 알았는데. 매일매일 도서관에서 새 책 빌려다 줄 생각에 괜히 들떴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내 책이나 빌릴 걸 그랬다. 


동네 산책 1시간 동안 필라테스 상담, 도서관 방문해서 첫째 책 대여, 첫째 옷가게 방문, 빵집 방문, 쓰봉(쓰레기 봉투) 구입을 했고 나를 위한 필라테스 상담은 아무 소득이 없었다. 


아이들이 너무 좋은데 아이들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하다. 육퇴 후 유튜브를 보며 홈트 30분 했더니 기분이 좀 나아진다. 내일 도서관에 다시 가야겠다. 내 책이나 빌려야지. 절대 육아서나 동화책 빌리지 말아야지. 내 자신에겐 열정이 아이들에겐 냉정이 필요하단 진리를 까먹지 말자. 

 

작가의 이전글 30ml의 조바심을 덜어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