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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내누 Aug 12. 2022

OK 계획대로 되고 있어

우리들의 해방일지: 남편 50일째

8월 12일 금요일 비가 올 듯 말 듯 더움


휴직을 시작한 지 딱 50일째가 됐다. 사실 지금까지는 남은 날짜를 세면 너무 조바심이 날까 봐 디데이 설정이나 카운트다운은 하지 않았었다. 오늘 50일이 된 김에 세어보니 다시 출근하기까지 158일이 남았다.


계획충인 나는 올해 연초부터 아주 철저하게 날짜 계산을 하면서 부부가 동시에 휴직을 하는 스케줄을 짰다. 아내는 출산 예정일이었던 7월 8일보다 2주 전에 잔여 연차와 3개월짜리 출산휴가를 시작했고, 나는 같은 날부터 잔여 연차와 10일짜리 배우자 출산휴가를 사용하고 7월 18일부터 첫째를 대상으로 3개월의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이건 올해까지만 남아있다가 없어지는 ‘육아휴직 아빠의 달 특례’ 적용을 받기 위함이다. 이건 부부가 같은 자녀에 대해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 두 번째 사람의 육아휴직 3개월 급여를 250만 원까지 지원해주는 제도다. 보통 육아휴직은 엄마가 사용하므로, 그 이후에 아빠들이 육아휴직을 많이 사용하도록 촉진하기 위해서 시행된 것이다.


그러고 나면 다시 3개월 뒤에 아내는 출산휴가가 끝나고 나는 첫 번째 육아휴직이 끝나면서 10월 17일부터 아내와 내가 둘째를 대상으로 완벽하게 동시에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이건 올해부터 생긴 '3+3 육아휴직'제도를 적용받기 위한 것이다. 이것은 자녀가 생후 12개월 이전에 부모가 동시에 혹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첫 3개월간 부모 각각에게 최대 월 300만 원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사실 이렇게 아빠들의 출산휴가를 독려하기 위해 만든 제도들이 있지만, 올해 나처럼 한 번에 이 두 가지를 다 사용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싶다. 회사 입장에서 생각하는 사람들이 보기엔 약아빠졌다고 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나라에서 쓰라고 만들어준 제도를 잘 이용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다. 그리고 아내와 내가 맞벌이 부부로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기에 이 정도로 착착 맞아떨어지게끔 휴가와 휴직 일정을 짤 수 있었다.


이쯤에서 지난 50일 동안 휴직 기간에 하려고 했던 것들을 잘하고 있나 체크해봤다. 일단 가장 중요한 출산은 이미 잘 해냈고 아내의 산후조리도 잘 되고 있는 것 같다. 그 외에는 대충 이런 상황이다.


운동: 7월 중순부터 매일 턱걸이를 하고 달리기를 한 번 함. 어제부터 수영 시작.

브런치: 놀랍게도 아내와 나 둘 다 하루도 빠짐없이 50일 동안 매일 올림

유튜브: 7월 마지막 주 첫째의 방학 주에 결방했지만 그 외엔 매주 업로드

첫째 육아: 다섯 살 수준에서 다 잘하고 있고 유치원도 잘 다니고 동생과도 친해지는 중

둘째 육아: 40일 아기 표준에 맞게 잘 자라고 있고 조만간 통잠을 잘 예정


거의 항상 긍정 회로 풀가동인 내가 주관적으로 평가한 거긴 하지만 어쨌거나 다 잘 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걸 쓰면서 앞으로 158일이 남았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알게 되자 갑자기 초조해지는 기분이다. 지금까지 지나온 만큼 3번만 더 시간이 흐르면 이제 휴직은 끝이다. 사실 다 어찌어찌해오고 있긴 하지만 일상의 루틴이 자리를 잡았다기보다는 하루하루 버텨내기 급급했다. 안정적으로 슬기로운 휴직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앞으로가 가장 중요하다. 하루 일과와 일주일의 생활이 얼른 일정한 패턴으로 가동되도록 조금 더 노력해야 되겠다.


12월에는 대망의 제주도 한 달 살기가 예정되어 있다. 물론 아직도 4개월이나 남았으니 그때쯤이면 둘째도 사람다운(?) 하루의 일과와 아침 점심 저녁을 보내고 밤에는 쭉 잠을 잘 것이라 믿는다. 가족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제주도에서의 한 달이 행복하려면 지금부터 잘 준비해야지. 


그래도 지난 50일간 고생하고 조금씩 더 강해진 우리 가족 모두에게 박수를.

오늘이야말로 냉장고에 고이 모셔두었던 샴페인을 터트리기 적절한 날이다. 

100번째 브런치 글을 올리는 지금을 기념하면서,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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