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해방일지: 아내 18일째
7월 11일(월) 날씨: 비가 온다고 했었다
새벽부터 젖이 불어 잠에서 깼다. 어젯밤엔 남편과 이준익 감독의 <자산어보>를 봤다. <자산어보>를 보고 남편과 통화를 마친 게 새벽 1시였으니까 딱 4시간 30분을 자고 깨버렸다. 가슴이 아파 더 잘 수가 없어서 유축을 했다. 유축을 한 뒤 다시 1시간 정도를 자고 일어나니 아침시간이다.
빙글빙글 하루가 돌아간다. 밥-유축-모자동실-밥-유축-모자동실의 반복이다. 둘째는 엄마만 만나면 새까만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쳐다본다. 원래 신생아가 이렇게 눈을 오래 뜨고 잘 노는 건가? 응가를 하거나 맘마를 찾을 때 외엔 울지도 않고 그냥 눈뜨고 두리번거리며 여기저기를, 특히 날 본다. 안아주면 엄마 옷에 코를 묻고 입을 아 벌리고 젖을 찾는 눈치다. (조금만 참아, 응가 상태 좋아지면 줄게 ㅠㅠ.. 아가 변이 물러져서 당분간 모유를 끊고 있었다)
낮시간엔 마사지를 받고, 오후엔 낮잠을 잔 뒤 조리원 다른 산모들과 수다를 나눴다. 이 조리원엔 초산모보다 경산모가 압도적으로 많다. 어제 알게 된 사람은 셋째 엄마 한 명, 둘째 엄마 두 명, 첫째 엄마 한 명이었다. 오늘은 넷째 엄마를 만났다. 와, 넷째라니. 정말 존경스럽다. 심지어 아들 셋에 이어 막내딸을 품에 안은 엄마다. 우리는 다 같이 박수를 쳐주었다. (레알 넷째 딸 듣자마자 박수가 절로 나왔다. ㅎㅎ)
오늘은 둘째가 태어난 지 딱 일주일이 된 날이다. 일주일 전엔 내 뱃속에 있던 태아다. 나와 탯줄로 연결된 채 양수 안에 둥둥 헤엄치고 있었다. 그런 아가가 일주일 만에 내 옆에서 분유도 먹고 울기도 하고 응가도 하고 음악도 듣는다. 이름도 생겼다. 주민등록번호도 생겼다. 무슨 말을 하면 알아듣는 것 같다는 착각도 든다.
오늘 아침 둘째에게 "하트야 너는 5살 오빠도 있어. 참 멋진 오빠야"라고 말하며, 새삼 내가 애 둘의 엄마라는 걸 체감했다. 말하면서도 참 적응이 안 됐다. 애둘 엄마는 엄청 어른 같다. 한 명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나도 이제, 어른이 되어야 할 것만 같다. 철들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철은 어떻게 드는 걸까?
<자산어보>에서 정약전은 "벗을 깊이 알면 내가 더 깊어진다"라고 했다. 지금 이 시간이 내 벗들 (남편과 아이들)을 깊이 알며, 내가 더 깊어지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이 시간을 통해 내가 더 어른에 걸맞은 어른이 되고, 엄마가 되고, 아내가 되고, 딸이 되고,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내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