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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해방일지: 남편 27일째

by 디내누

7월 20일 수요일 흐리지만 맑음


마침내 우리 첫째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엄마가 오는 날이 됐다. 새벽부터 첫째는 두 번이나 깨서 나를 찾았다. 자고 일어나면 엄마가 오는 날이라는 설렘이 숙면을 방해한 듯싶었다. 정작 새벽에 그렇게 자다 깨다 한 탓에 이 녀석은 아침에는 깨워도 잘 일어나지를 않았다. 결국 유치원 버스에 지각하고 다음 버스를 타게 됐다.


사실 나는 아침부터 더 마음이 급했는데, 유치원 등원 이후에 곧장 출발해 9시 30분까지 조리원에 가서 아내와 둘째를 픽업해야 했기 때문이다. 버스를 한대 놓친 탓에 시간이 더욱 촉박했다. 그래도 그럭저럭 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있었다. 아내는 미리 짐을 다 챙겨두었고 우리는 집으로 바로 가지 않고 BCG 경피용 예방접종을 하는 소아과에 들렀다. 이 주사는 옛날에는 일명 '불주사'라고 불리던 것으로 왼쪽 어깨에 주사 흉터 자국을 남기는 백신이다. 신생아실에만 있다가 세상에 나오자마자 이런 혹독한 고통부터 느끼게 하다니.


집에 도착해 둘째가 생활할 아기침대와 주변 공간을 세팅하고 가져온 물건들도 정리하는 사이 부모님이 도착하셨다. 사실 나는 둘째가 태어난 7월 5일부터 지금까지 우리 가족을 모두 만나고 다닌 유일한 사람이다. 병원에 있다가 조리원으로 간 아내와 둘째, 초반에 집에서 첫째를 봐주시던 장인 장모님, 후반부에 도움을 주었던 우리 부모님까지. 나는 마치 마블 히어로들의 솔로 무비에서 멤버들을 만나고 다니는 닉 퓨리처럼 우리 가족 구성원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했고 드디어 오늘은 우리가 다시 완전체가 되는 날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만 코로나라는 빌런과 싸우느라 장인 장모님은 아직 합류하지 못하셨다.


나름대로 만반의 준비를 해둔 데다 우리가 첫째를 키운 기억이나 경험을 머리로는 잊었어도 세포들이 기억하는 덕분에 둘째는 비교적 수월하게 집에 적응했다. 비록 장롱면허라도 우리는 신생아 키워본 경력직이니까. 분유 타서 먹이기, 트림시키기, 똥기저귀 갈기, 속싸개 싸기, 재우기까지 비교적 큰 무리 없이 해냈다. 물론 '육아는 템빨'이라는 말도 있듯이 첫째를 조리원에서 집에 데려온 날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았던 집과 비교하면 우리는 이미 풀세트를 장착하고 게임을 시작한 셈이기도 했다.


그러고 있는데 첫째 하원 시간이 되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일단 나는 둘째를 보느라 같이 나가지는 못했지만, 오늘 첫째는 놀이터에서 놀지 않고 동생을 보려고 곧장 집으로 달려들어왔다. 언뜻 들으니 16일 만에 만난 엄마와는 마치 이산가족 상봉처럼 눈물의 포옹을 한 것 같았다. 우리 아이들이 처음으로 실물로 대면하는 역사적인 순간은 앞으로 다시없을 유일무이한 순간이기에 영상으로 기록해두었다. 이 녀석들은 이제 부모보다도 더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갈 가족이다. 다행히 서로 큰 경계심 없이 긍정적인 반응들이었다. 물론 첫째가 조심스럽지 못한 과격한 행동을 해서 다치게 한다거나 어른들이 동생에게 관심 갖는 것을 질투해 아기 짓을 따라하진 않을지 앞으로도 계속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있긴 하다.


오늘 둘째가 임시 자장가인 '밤편지'를 들으며 밤잠을 시작한 시간은 10시. (첫째의 자장가는 박보영의 '나의 왕자님'이었다) 신생아는 2~3시간 간격으로 먹어야 하기에 처음 몇 달간은 새벽 수유를 해야 한다. 육아를 하면서 육체적으로 가장 피곤한 첫 번째 고비라고 할 수 있다. 이 녀석의 배꼽시계 알람이 몇 시에 다시 우리를 부르게 될지는 아직 모른다. 그래서 어쨌든 오늘 일기는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


우리 가족은 모두가 슈퍼히어로다. 두 아이의 믿음직한 엄마인 아내, 활력과 영특함으로 가족들에게 에너지를 불어넣는 첫째, 태어난 지 16일 만에 세상밖에 나와 무한한 가능성을 뽐내는 둘째, 아이들과 놀아주기라면 동급 세계 최강인 할아버지, 전직 유아원 교사 출신이자 40년 경력의 베테랑 가정주부 할머니,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 나름대로 이것저것 다 해줄 수 있는 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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