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해방일지: 아내 28일째
7월 21일(목) 날씨: 비 왔다 개서 선선
둘째 출산 후 처음으로 첫째 등원 길에 함께 했다. 만삭으로 출산 D-1까지 아이와 등원했기에 만나는 분마다 나를 보고 놀랬다. "아니 이렇게 벌써 나와도 돼요?", "언제 낳았대요?" 반응도 각양각색이다. 내가 없는 동안 남편이 계속 첫째 육아를 도맡았기에 남편을 통해 근황을 들었겠지만 그래도 놀랍단 반응이다.
첫째는 엄마의 부재를 등원과 하굣길에 가장 많이 느낀다. 유난히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 원생이 많은 유치원에 보내는지라, 아침마다 열명도 넘는 학부모가 유치원 버스를 둘러싸고 손인사와 하트를 던지는 게 일상이다. 하원 때도 유치원 버스가 동네에 들어서면 버스 안의 아이들은 눈에 불을 켜고 본인들의 보호자를 단숨에 알아보고 버스 안에서부터 손을 흔든다.
첫째 아이가 태어난 뒤 지난 49개월 동안 첫째 휴직 기간 12개월과 지금 회사로 다니기 전 쉬었던 2개월을 제외하면 나는 약 35개월 동안 워킹맘이었다. 친정엄마가 도와주시긴 했지만 버겁게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가급적 상황이 된다면 등하원을 소화하려고 노력했다. 가끔 연차를 내거나 재택근무를 하면서 상황이 가능할 때에도 하원만큼은 꼭 내가 하려고 노력해 왔다.
다정하고 쾌활한 외할머니가 어련히 잘해주셨겠지만, 그래도 아이는 엄마와의 등원을 가장 좋아한다. "진짜 엄마가 보고 싶다"며 슬퍼한 지난 15일간 아이가 가장 손꼽아 기다린 게 엄마와의 등 하원이라는 것도 안다. 그래서 난 조리원에서 돌아온 당일 바로 아이 하원길에 나서야만 했다. 내 마음도 그걸 원했다. 빨리 첫째를 보고 싶었고, 안아주고 싶었다.
어제의 하원길은 그렇게 극적인 상봉을 할 수 있었고, 오늘의 등원도 다정했다. 오늘의 하원길 역시 버스에서부터 엄마를 보고 찐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놀이터에 와서는 친구들에게 엄마가 사탕도 나누어주고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우리의 애틋한 감정의 유효기간은 24시간 정도였던 걸까?
슬슬 아이도 말을 안 듣고 나 역시 아이에게 화가 치밀어 오를 때 참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 오늘은 밥 먹을 때 스팀이 올랐었지만 잘 참았고 마지막, 잠자리에서 이리저리 잠자기를 거부하는 아이에게 버럭 화를 내고 말았다.
다섯 살 첫째에게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거 안다. 갑자기 경쟁자가 나타났고, 너무 작고 소중해서 차마 질투의 감정을 티 낼 수도 없다. 지금 상황에서 첫째도 최선을 다해 참고 있는데, 내가 조금 힘들고 피곤하다고 첫째에게 감정적으로 대한 게 좀 후회스럽다.
그러는 와중에 둘째는 집에 온 뒤 처음으로 '응애, 응애'하고 크게 울었다. 속이 안 좋은 모양이다. 첫째를 겨우 재운 뒤 둘째를 달래며 나는 생각한다. 그래, 역시 모든 출산과 육아는 마라 맛이야. 순한 애, 순산. 이런 케이스가 있긴 하지만 순간의 난이도일 뿐. 아이를 기른다는 것은 일정한 질량 총량의 어려움을 수반한다. 그래서 쉬운 날에 방심하거나 힘든 날에 절망하지 말 것을 다시 명심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