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와 미라클 모닝

우리들의 해방일지 아내 36일째

by 디내누

7월 29일(금) 무더움


오늘은 언제부터가 오늘일까. 어젯밤 0시부터? 아님 오늘 아침 6시부터? 내가 일어난 순간부터? 신생아를 키우다 보니 오늘 새벽이 어제인지, 오늘인지 혼미하다.


오늘의 새벽 당번은 1시부터 5시 30분까지가 남편, 5시 30분부터 아침까지가 나였다. 첫째 방에서 자고 있자니, 남편이 허둥지둥 둘째의 5시 30분 맘마를 준비하는 것 같았다. 둘째가 상주하는 안방으로 가보니 남편이 잠기운에 잔뜩 예민해진 채 아이를 어르고 달래고 있다.


얼른 남편에게 인수인계를 받고, 분유를 먹은 아이의 트림을 시켰다. 보통 이러면 둘째는 다시 자기 마련인데 이번엔 잘 기미가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이럴 바엔 그냥 같이 놀자! 눈이 똥그래진 아이를 안고 안방의 여기저기를 걸어 다니며 조잘조잘 말을 했다.


"여긴 화장실이지? 우리 아가가 좋아하지?"


이번 주엔 첫째 방학이다. 요새 첫째는 엄마 껌딱지라 하루 종일 첫째와 내가 붙어 있는 시간이 많다. 그러다 보니 둘째를 남편이 전담 마크할 때가 많다. 그게 둘째 입장에선 어떨지 모르겠다. 아직 엄마를 예민하게 찾을 시기는 아니라 무덤덤해 보인다. 그래도 뱃속에서부터 십 개월 동안 들어온 엄마 목소리와 엄마 숨결이라 그런지, 내가 말을 걸면 더 귀를 쫑긋 세우고 반응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둘째와 방안을 걸어 다니며 놀고 있자니 더 이상 울지도 않고, 졸려하지도 않는다. 역방쿠(역류방지쿠션)에 뉘었더니 나를 빤히 본다. 벌써 새벽 동이 트는 6시 30분 무렵이 됐다. 안방의 암막커튼을 열고 동터오는 새벽빛을 아이와 함께 보았다. 아직은 흑과 백 밖에 못 보는 둘째이기에 시커먼 커튼과 밝은 새벽빛의 대조가 신기하다는 듯 창문을 주시하는 아이의 모습이 귀엽고 한편 성스럽게까지 느껴졌다.


휴직 전, 나에겐 한창 새벽에 일어나는 습관이 있었다. 새벽 1-2시간을 부여잡고 일도 하고 일기도 썼다. 그러다 보면 복잡한 마음과 엉클어진 내 하루가 정리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난 새벽을 좋아하게 됐다.


오늘이 둘째와의 첫 미라클 모닝이다. (첫째와의 미라클 모닝은 없었던 것 같다..?) 그 순간을 찍어놨어야 하는데, 사진이 없는 게 아쉽다. 하지만 새벽은 매일 찾아오니까. 오늘은 마침 내가 새벽 당번이니 오늘 둘째와의 미라클 모닝을 또 할 수 있다면 꼭 찍어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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